[Opinion] '사진으로'가 아닌 '사진이' -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전시]

글 입력 2023.10.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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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클라인전이 계기였다. 그 전시 이후로 사진전을 찾아다닌다.

 

여전히 작품이라는 의미로서의 사진은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순간의 미학이라고 했었나. 아마 내가 추구하는 바는 이거다. 추구라는 말로 포장할 만큼 거창한 포부는 없어서 조금 민망하다.

 

어쨌거나 세상의 한순간을 포착하는 재미로 사진을 찍는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가. 누군가의 한 번의 순간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매력이 좋아서 사진을 보러 찾아간다.

 

사진 그 자체가 곧 주제라고 했다. 사진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나, 작가가 아니다. ‘사진’이라는 행위이자 결과물에 오롯이 집중하는 행사였다. 이전 홍보물로 봤던 사진전들은 작가가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말했다.

 

그렇기에 흥미로웠고 궁금했다. 과연 사진을 다루는 전시에서는 뭘 보여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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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까지 이어지는 꽤 큰 규모의 전시였다. 사진의 노출, 피사체 선정, 전개 방식.

 

하나의 구역은 사진과 연관된 것 중 하나를 다룬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사진이 있음은 당연하다. 다만, 그것들은 각자의 서사나 작가의 시선에 집중하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구역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전시장 전체가 사진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설명한다.

 

전시장에 들어오는 순간 공간이 아닌 하나의 사진 속에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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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역이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지는 못해 아쉬웠다. 입구에 대문짝만 하게 주제를 써놓았다. 모두가 여기서는 어떤 걸 말할지 인지한 상태로 관람한다. 그럼에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한 작가의 사진을 볼 때는 주제를 이해 할 수 있다. 전체 작품의 연속을 볼 때면 중간마다 흐름이 끊어지는 기분이다. 이 사진은 정말로 저 주제를 말하는 걸까. 그런 의문의 반복이 만드는 사고의 번복에 자꾸만 발이 걸려 멈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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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다면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걸로는 해명할 수가 없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가 개인 갤러리가 아니라 공공시설인 탓이다. 일반시민과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회라는 것이다.

 

이 전시를 기획할 때 감상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했을지는 알 수 없다. 이와 무관하게 공간의 특성상 방문객의 절대다수가 일반인일 확률이 높다. 나의 시선과 공공의 시선 사이에 큰 차이는 없을 거다.


그럼에도 좋은 전시였다. 모든 구역에서 ‘사진’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전달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촬영 기법에 따라 어떤 장면이 잡히는지. 피사체 선정에 따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찾아다닌다 꺼내서 쉴 새 없이 찍는 이 사진이라는 하나의 행위에 얼마나 다양한 갈래가 있는지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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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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