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획으로 차원을 나타내는 시선 -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글 입력 2023.10.2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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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말그대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들은 태어나기부터 걸음마를 배우고, 씹는 방법을 배운다. 동물을 바라보는것과 식물을 바라보는데에는 이런 시선 차이를 둘 수 있다. 동적과 정적인 두 생물이 주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움직임'에 대한 전혀 다른 선택이 완전히 다른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통찰도 해볼 수 있다.

 

동물의 움직임은 그들의 고유한 근육으로부터 나온다. 대부분의 동물은 흔히 생각하는 고대의 바다에서 올라온 존재이다. 점차 지상이 생명이 살아갈 여건이 되어가자 조심스레 몇 종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그러부터 지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이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그런 재미는 셀 수 없이 많은 개체수와 생존 전략을 갖춘 작은 곤충부터 지상을 포함한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류까지 나열할 수 있다.

 

이런 다양성은 생명과학을 배우며 전공하는 필자에겐 관찰과 세분화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를 머릿속으로, 혹은 용어로 해체할 수 있을 뿐이다. 세상에는 동물을 학문이라는 칼로 해부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펜으로 해부하려는 이들도 있다.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이 필자와 다른 영역의 칼을 든 자와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표지만(평면) 복사.jpg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어 먼저 책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림 가이드북은 설명보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백과 전혀 순차적이지 않은 스텝으로 설명하곤 했다. 그림에 대한 이해를 전혀 돕지 않았던 것이 최초의 그림 가이드북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해당 책을 접하기 전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과연 드로잉에 대한 어떤 설명을 제공할 것인가. 특히 동물에 대해서라면 해당 작가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명확히 드러날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책은 다행히 그 자체로 작가의 관점을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동물을 간단한 형태로 인식한 후 몇 가지의 신체적 특징을 잡는다. 앞서 말했듯이 동물은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형태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곧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동물은 외형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본질인 '행동' 특성 또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책에서 작가의 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외형과 행동을 모두 알게된다면 그들의 삶의 방식을 그려볼 수 있다. 각 기관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된다면 이를 그림으로 옮기는 건 어렵지 않다.

 

마치 캐리커쳐를 그리듯 이들의 특성을 하나씩 나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캔버스에 온전히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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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이 이런 관점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는데, 곧바로 동물에 대한 설명과 그림을 요구하지 않는다. 드로잉에 대한 기초부터, 동물을 그리기 위한 개괄을 펼친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공통적인 특징인 근육, 뼈대 등을 자세히 보라고 짚는다. 그러고선 이들이 공통되면서 다른 이유를 찾자고 권한다. 이들의 다양성을 찾는 연습도 같이 되는데, 공정점과 치이점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그림에서 동물의 고유한 영혼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의 외형은 근육이 피부라는 거대한 베일로 싸여있다. 그 아래에서 세밀하게 움직이는 근섬유를 파악한다면 움직임에서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자세한 표현은 의식하지 않으면 그려내기 어렵다. 하지만 평소에도 인간의 활동에서 근육의 움직임을 자주 보다보면 본능적으로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대상의 행동에 대한 정당함을 부여한다. 그러니 근육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움직임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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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육은 운동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자주 들으며 익숙해졌겠지만, 사바나에서 세기를 지낸 야생동물의 근육은 접해본 적이 없다. 이런 장벽은 의식한 것인지 각 동물에 대한 대략적인 해부적 특성을 보여준다.

 

뼈대를 보여주기도 하고, 근육, 혹은 특징이 나타나는 특정 자세를 연속적으로 그린다. 작가의 그림이 결코 깔끔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기본적인 드로잉만 보이지만, 중요한 특징이 옹골차게 들어갔다는 점에서 더할 점을 찾기 어렵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동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이들은 우리와 다를바가 없었따. 이를 그림으로 옮겨재는 건 그들의 본서잉었다는 사실만을 추가로 알게되었다.

 

오히려 그림이라는 한 결과에 녹여내기 위해선 학술적 용어따위가 중요하지 않았다. 관찰로 얻은 사실을 그림에 어떻게 투영시키느냐가 그림의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서 작가를 포함한 그림을 그리는 모든 이들이 겪는 학습과 철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을 위해 긋는 한 획이 그림의 전체를 결정하게 되는 모습이 점차 쌓이고 쌓여 양자화된 원자들이 모여 한 분자를 이루어 양자화가 더이상 아니게 되는 것처럼... 이런 상황은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인다.

 

그림을 그려보려는 시도는 꾸준히 하고 있다. 책 초반에 나온 가장 간단한 형태의 해면조차도 나의 수준에 맞지 않는 보양이다. 바다 속에서 부드러운 조직을 가지고 물을 머금는 그 느낌이 도저히 내 획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를 때보다 낫다는 건 확실하다. 선을 그을 때 생명이 깃들 수 있도록 시도한다. 그런 시도는 가장 작은 형태소에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생명이 지구에 나타났을 때처럼 과감하고 파격적이며 적합한 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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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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