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감의 순간들

미야자키 하야오에 영감을 준 순간들
글 입력 2023.10.1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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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터,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이자 스튜디오 지브리의 창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거장이 없었다면 명맥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다카하타 이사오, 스즈키 토시오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공동으로 설립한 Studio Ghibli(이하 ’ 스튜디오 지브리)’는 건강한 창의성이라는 정신 아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등의 걸작을 만들며 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룩하였다.

 

* 'Ghibli'의 뜻은 '뜨거운 사막의 바람'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따온 것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미야자키의 포부를 담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만화 영화 이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의 영상미 안에 환경과 사회적 문제와 같은 무겁고 현실적인 주제를 적절히 담아 대중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많은 지브리 팬들에게 감동을 준 대표 다섯 작품을 할 때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영감을 준 순간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일본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다음으로 흥행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영국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Diana Wynne Jones)의 1986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쟁, 광기, 노화라는 주제를 탐구하면서 만들어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영화 내 전쟁의 참상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만 봐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떠한 메시지를 넣고 싶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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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에나 윈 존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원작>

 

 

원작 소설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원작에서 모티브만 따온 수준이다. 원작과 영화의 전체적인 틀만 비슷할 뿐 영화를 본 후 원작을 읽게 되면 심한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다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화를 만들기 전 직접 원작자와 대담을 가졌고 당시 다이에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했다는 일화와 함께 이후 애니메이션을 극찬한 것을 보면 원작과 영화 간에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스튜디오 지브리의 다섯 번째 영화이자 첫 상업적 성공을 이룬 작품인 <마녀 배달부 키키>는 ‘카도노 에이코(Eiko Kadono)’가 1985년에 발표한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작의 서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세기 후반의 현대 일본 소녀들의 희망과 정신에 대한 독립과 의존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서 영감을 받아 해당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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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노 에이코, 마녀 배달부 키키 원작>

 

 

한때 청춘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정신적 독립을 쟁취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경제적 독립이 곧 정신적 독립과 동일시되는 사회였다.


하지만 일본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는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방식으로도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어 어느 정도 경제적 독립은 이룩할 수 있지만 곧 이것이 정신적 독립으로 연결이 되지는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키다노 에이코의 원작에서 이와 같은 간극을 보았고 애니메이션에 담았다. 즉 미야자키 하야오가 보았을 때 이 시대의 가난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이웃집 토토로> (1988)

 

스튜디오 지브리는 비극적인 전쟁 애니메이션인 <반딧불이의 묘>와 상반되는 분위기를 가진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인 <이웃집 토토로>를 같은 해인 1988년에 개봉을 했다. 


병든 어머니와 함께 시골로 이주한 두 소녀가 문 바로 앞에 사는 숲의 마법 정령들과 함께 모험을 즐기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며 부모님 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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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소녀 하이디 스틸 컷 ©Fuji TV>

 

 

미야자키 하야오는 1974년, 후지 TV에서 방영이 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장면 디자인, 레이아웃, 각본 작업을 맡으며 스위스 동화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독창적으로 야생 동물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을 알리기 위해 스위스로 여행을 떠났고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영감을 받다고 한다. 그 후 그가 일본의 토토로 노 모리 숲 근처로 거취를 옮겼을 때 숲 자체가 하나의 영감의 요소인, <이웃집 토토로>의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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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 노 모리 숲>

 

 

그는 2018년 후지모토 시장과 함께 산책하면서 “이 풍경이 토토로를 낳았다. 이 풍경이 나에게 중요하고 내가 이 근처에 사는 이유입니다.”라고 말을 했을 정도로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자 하던 그의 의지가 반영된 영화라 볼 수 있다.

 

 

<원령공주> (1997)

 

미야자키의 1997년 서사시 <원령공주>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스펙터클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일본 영화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소외된 집단과 억압받는 소수자들을 한데 모은 이 애니메이션은 <이웃집 토토로>에 이어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그의 또 다른 탐구의 결과이다.


<이웃집 토토로>와는 다르게 <원령공주>에서의 목표는 태초의 자연과 현대 산업 문명 사이의 풀리지 않는 갈등의 시작을 묘사하는 것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령공주>를 제작할 때 일본의 ‘야쿠시마 섬’과 만화가 ‘모로호시 다이지로(Daijiro Morohoshi)’의 만화인 ‘Mud Men(이하 ’ 머드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야쿠시마 섬은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산호초로 에워싸인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존하며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섬이다. 애니메이션을 본 후 야쿠시마 섬을 방문하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원령공주>의 전체적인 배경이 야쿠시마 섬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또 다른 영감의 소재인 만화 머드맨은 만화의 배경이 되는 파푸아뉴기니의 Asaro Mudmen(이하 ’ 아사로 머드맨’) 부족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한다. 만화는 파푸아뉴기니 배경으로 독특한 가면과 보디 페인팅으로 유명한 Asaro Mudmen 부족의 가상 구성원이 등장하며 전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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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머드맨’ (좌) / 애니메이션 원령공주 스틸 컷(우)>

 

 

만화 ‘머드맨’과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장면을 비교해 보면 지브리 캐릭터와 장면의 구도 등이 ‘머드맨’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 유일하게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일본 역대 1위 흥행 기록을 보유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동양적인 마법과 환상적인 장면들로 가득 찬 애니메이션이자 환경파괴와 탐욕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영상미와 메시지 모두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전통 민속에 대한 언급과 함께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해당 애니메이션은 서양 판타지 동화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의 동양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해당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구성할 때 일본 민속 문화에 영감을 받았고 이를 잘 녹여내 동양 판타지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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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컷 ©Studio Ghibli>

 

 

일본 민속 문화 중 일본 전통 신앙인 가미카쿠시(神隱し)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가미카쿠시는 일본 민간전설 중 하나로, 인간이 이계를 방문하거나 이계의 존재인 신이 나 요괴 등에 이끌려 행방불명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상은 아이가 실종된 부모를 위로하기 위해 사용된 민간 전설이다. 실종된 자녀들이 신들에 의해 데려갔다고 믿는 것이 슬프고 어두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저에 깔려 있는 일본 민속 문화에 대해 지금의 세대는 일본 민속 문화와 민간 전설 등에 대해 믿지 않지만, 영혼이 존재할 수 있고, 따라서 모든 것에는 일종의 생명이 있기 때문에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여담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의 친구 ‘오쿠다 세이지’의 딸 ‘오쿠다 치아키’를 보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주변 사람들을 애니메이션 속 소재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며 주인공인 치히로는 오쿠다 세이지의 딸 오쿠다 치아키를, 치히로의 아버지는 오쿠다 세이지를 모델로 각각 삼았다고 한다.

 

 

[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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