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서/문학]

글 입력 2023.10.1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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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흐름에 따라 읽는 내내 작가와 함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생각을 고쳐하고 또 고쳐했다. 자신의 가치관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그가, 발견을 경이롭게 생각하고 오직 자연의 뜻을 알기 위해 몰두하던 그가, 왜 생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다른 사람으로 변했을까? 어쩌면 그건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이 아닌, 원래의 그였을지도 모른다. 이야기에서 삶의 교훈을 던져주고 인생의 자세에 대해 깨달음을 얻게 해주던 인물이 갑자기 우생학의 광신도가 되고 독을 쓰는 인물이 된다는 것은 독자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 준다. 그러나 내가 그에게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기대를 할 자격도 없었을뿐더러, 그는 내 기대를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

 

약간의 자기 기만은 강한 정신력에 더 유익하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졌고, '기만'이라는 용어는 '긍정적 착각'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데이비드가 저지른 것은 기만이 아닌 오만이었다. 자신은 우월한 존재로 사다리 위에 있고 어떤 생물은 사다리 끝에 매달려 있을 거라는 오만. 데이비드는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라고 했다. 이 말의 시작점은 인간이 허망함을 내려놓을 수 있고 살아 있게 하는 작은 거짓말에 불과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나의 생각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작가는 이를 '확실성이 아니라 수정 가능성이 열려있는'이라 표현했다. 그래, 내가 믿고 따르던 것을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는 건 용기다.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데이비드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을 한 방향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오점이 있듯이 그의 오점도 존재한다. 어떤 관점에서 그는 성공한 인생일테고 어떤 관점에서는 끔찍한 인생일 것이다.

 

사랑은 위대하다. 어떤 이에게 잡초로 보였던 민들레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수단으로 보이듯이 아무리 봐도 하찮게 보였던 무언가를 누군가 사랑으로 봐주는 순간 그것의 가치는 확장된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을 쏟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지키고 싶은 소중한 무언가가 생겼을 때, 우리는 삶의 이유에 한 줄을 보태게 된다.

 

삶에는 기쁜 것과 슬픈 것이 공존한다. 안 좋은 것이 존재하면 좋은 것도 존재한다. 부정적인 것이 있으니 긍정적인 것도 있다. 죽음의 이면이 삶이라는 것, 이것이 우리 인생에 좋은 순간이 있을 거라는 근거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250p)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263p)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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