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행복해지고 싶다 - 오늘부터 재미있게 살겠습니다

행복해질 수 있으니
글 입력 2023.10.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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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년 전에만 하더라도 자주 보이던 책들의 주제는 '성공'이었다. 공부를 하루에 오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책, 유망한 대학교에 입학하고 돈을 많이 버는 직장에 입사한 사람에 대한 책, 장애를 가졌지만 그럼에도 행복하고 유명해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당신도 아마 이런 류의 책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약 10년 전에는 '돈'에 대한 책들이 많았다. 경제구조에 대한 책, 돈의 흐름에 대한 책, 주식 투자에 대한 책, 부자가 되는 책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주제의 변화는 아무래도 사회가 요구하는 그 당시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출판업계도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20년 전에는 성공이, 10년 전에는 돈이 당시에 가장 영향력 있는 관심사로 사람들 사이에서 읽혀졌다는 것이다.

 

요즘은, 단언컨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고, 갈수록 삶에 지친 사람들의 슬픔이 축적되면서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당장 오늘의 나 또한 하루가 힘들고 지쳐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질 때, 가장 찾게 되는 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으니까, 내일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 말이다. 그래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괜찮아, 다 잘 될거야 와 같은 위로와 응원이 담긴 책들.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행복에 대한 책들이 양산형으로 출간되고 있다고 느꼈다. 사람마다 힘든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위로를 얻는 방법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출판업계의 동향을 보면 이유를 막론하고 그저 '괜찮아' 라는 말만 반복하는 책들이 많다. '너는 아름다우니 괜찮다', '너는 그 자체로 존귀하니 괜찮다', 이런 단순한 문장들을 나열하는 책들이 정말 많은데,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그런 문장들은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책을 보는 이유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떤 책이 내게 정말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좀 더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 삶을 마주하며 겪는 사건들에 깨달음을 얻는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 고민 끝에 발견한 책들 중에, 재미난 이름을 가진 책이다. <오늘부터 재미있게 살겠습니다> 라는 책이다.

 

 

레몬북스오늘부터재미있게살겠습니다표지(평면).png

 

 

'재미있게'라.. 보통은 '행복하게'가 들어갈 자리에 유쾌한 단어가 들어가니 의아했다. '얼마나 유쾌한지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는데, 아! 이 책이었다, 내가 찾던 그 책! 작가의 경험이 담기고 실제로 겪은 사건에 대한 시선이 담긴 '에세이'다운 '에세이'였다.

 

저자인 김정한 작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스무 해 남짓 가르치다가, 현재는 시인과 에세이스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재미있게 살겠습니다>에는 교직생활을 하며 겪은 이야기들도 짤막하게 담겨서 그의 삶이 담긴 문장을 더 실감나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고3 담임을 맡아 야간 자율학습할 때 저녁시간에 맞춰 반 아이 어머니가 손수 끓여서 갖고 오신 뽀얀 방아 재첩국은 잊을 수가 없다. 부추, 방아, 대파의 풍미가 지금도 입안에 맴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요리연구가셨다. 그래서 도시락이 특별했나? 따뜻한 재첩국에 3단 도시락은 살면서 먹은 도시락 중에 가장 으뜸이었다."

 

-80쪽

 

 

필자는 에세이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속독을 한 후 하루하루 느껴지는 감정에 따라서 그와 어울리는 부분을 찾아 다시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는 습관이다. 요즘은 과거를 자주 떠올리고 미래를 자주 불안해하여서, '멀리 있는 그리움'이라는 챕터를 다시 꼼꼼히 읽었다.

 

에세이의 장점은, 작가가 삶을 살아가며 깨닫는 진리에 대한 에피파니(epiphany)에 대하여 독자 또한 비슷한 자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한 작가의 문장에 나의 불안정한 마음 또한 얹어보았다.

 

 

"나는 단순하면서도 영원한 것을 꿈꾸었다. 글을 쓰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나는 영원하기를 바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력이 점점 더해져 최고의 경지로 이끌어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들은 계속해서 흘러가며 변해갔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지만 나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그리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예정된 순서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만족스러운 것들도 내가 만들어야 했다. 그것이 인생이 내게 준 몫이었다."

 

-132, 133쪽

 

 

과거와 미래를 쫓느라 현재를 살지 못하는 필자에게 이 문장은 그 어떤 달콤한 말들보다도 더 큰 위로가 되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구나, 나만 허무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결국엔 흘러가버리는 시간들에 대한 고요한 흐름을 느끼며, 현재의 내가 취해야 하는 자세에 대해 아주 오래된 경전을 읽는 느낌이었다. 타인의 삶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생각을 긍정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오늘부터 재미있게 살겠습니다>는 비단 작가의 교직생활이나 삶의 순간적인 깨달음만 담지 않는다. 집필부터 일상, 가족과의 에피소드, 토막글 등 작가의 다채로운 삶을 호흡하고 드러내기 때문에 독자들은 더욱이 이 에세이에 깊게 몰입할 수 있다. 그 다양함 속에서도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희망'이다. 죽음과 같은 극단적으로 어두운 존재에 대해서도 작가는 긍정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다. 삶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그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다음은 뒷표지에 실려있기도 한 이 책의 본문 일부이다.

 

 

"당신 잘 지내나요? 나는 이제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모든 소리가 끊기고 하루치의 걱정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온전히,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어쩌면 당신은 더 이상 내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당신 꿈을 꿉니다. 꿈결에 몸을 실어 돌아가고 싶습니다. 우리가 눈을 맞추던 그 때로......."

 

 

지독히도 그리운 감정 속에서도 이 글이 결코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그리움마저도 작가는 행복한 추억으로 고스란히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위로가 필요한 것은 이 희망, 긍정적인 사고가 부자연스러운 상황일 때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 부딪혔을 때 <오늘부터 재미있게 살겠습니다>를 읽으면 안심이 되는 기분이다.

 

<오늘부터 재미있게 살겠습니다>의 '재미'는 단순히 유머, 개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음을 필자는 완독한 후에 깨달았다. 그래서 필자도, 하루를 꽤 재미있게 살아보고자 결심했다. 희망과 긍정을 품고 나와 나를 둘러싼 하루를 이해하다 보면 이 하루가 꽤 재미있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당신 또한, 오늘을 재미있게 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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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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