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도서]

글 입력 2023.10.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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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 따스함, 행복, 믿음, 희망.


더없이 좋은 단어들이지만, 때때로 나의 마음은 이런 긍정의 단어들을 만나면 화들짝 놀라 피해버리곤 한다.


특히나 마음에 생채기가 가득할 때 더더욱 그렇다. 마치 다친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기가 망설여지듯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당장의 쓰라림이 겁나서 외면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림책의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서를 집어 든 일은, 나름대로 스스로를 위한 흔치 않은 특별 처방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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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에서는 그림책 작가, 번역가, 기획자, 혹은 평론가인 네 명의 저자가 30권의 그림책을 소개한다.


소개되는 그림책들의 그림과 글 일부분을 양쪽 지면 가득 차게 보여주는 구성 덕분에 그림책을 실제로 눈앞에 펼쳐 보이면서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차분히 그것에 귀 기울였다.


짧고 단순한 그림책에서 깊은 위로를 얻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림책은 짧고 단순하기 때문에 더욱 다정함을 가득 담아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고작 32쪽을 기본으로 하는 분량에 미움과 분노의 감정만을 한없이 풀어내기엔 그림책의 시공간이 너무 짧다.


누군가와의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을 때 우리가 원망 대신에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하듯이, 그림책은 우리와의 짧은 만남에서 어떻게든 따뜻하고 보드라운 마음을 보여주려 애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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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것은 과연 길어봤자 얼마나 더 길까, 하고 생각해 본다. 


물론 그림책의 지면보다야 길고 상세한 이야기겠지만, 어찌 됐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무한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 끝이 언제 오게 될지도 예상할 수 없다.


삶 전체도 그러하니,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내가 마주하는 순간, 또는 내 앞에 놓인 일들이 그보다 더욱 짧게 존재하다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그 찰나의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그림책의 낙천적이고 따뜻한 면을 조금은 닮아보려 노력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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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들은 어찌 보면 단순하고 간결하다. 


가족이나 친구의 소중함. 배려와 나눔의 미덕, 사소한 일상과 자연의 아름다움, 자신을 믿고 착실히 한 발 더 내딛는 일이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책의 간결함은 이에 대해 재차 생각해 보도록 하는 듯하다. 과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 가치들을 실제로도 정말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현실의 하루에, 그리고 세상에 결코 친절함과 따뜻함만이 가득하지는 않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 다정함의 감각을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에 공감하듯, 책의 제목에 덧붙여진 ‘나에게 친절하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문구가 스스로를 향한 친절부터 먼저 베풀어 볼 것을 권한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세상을 보는 나를 바꿀 수는 있을 테니까. 먼저 다른 무엇도 아닌 스스로에게 친절한 사람이 된다면 조금 더 여유롭고 다정한 마음으로 타인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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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는 때로 쓰디쓴 비가 내립니다. 그럴 때 ‘나는 다 알아’, ‘볼 장 다 봤어’라며 속수무책으로 쓰디쓴 비에 휩쓸려가선 안 됩니다. 우산을 펴고 일단 비를 피해요. 그리고 주머니 속에 깊숙이 넣어둔 달콤한 쿠키를 꺼내 한 조각 베어 물고 자기를 달래며 자신에게 다정해져야 합니다.] -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83p


좀처럼 다시 기운을 내기 어려울 때는 나를 달랠 쿠키가 다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까맣게 잊고 있는 새에 주머니가 동나버렸다면, 그때는 무작정 계속 걷기보다 아주 잠깐이라도 재정비를 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그림책의 다정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에게 새로운 맛의 쿠키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소소한 기대를 품어보며, 조만간 소개받은 그림책들을 직접 둘러보러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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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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