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클래식은 영원하니까
글 입력 2023.10.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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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Y2K가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끌더니 요즘 패션계에서는 올드머니라는 게 대세인가보다. 이건 무슨 말인가 싶어서 찾아보니까 클래식한 멋이 있는 우아한 복장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한 분야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 다른 분야와 거시적인 것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앞으로의 문화예술은 클래식의 힘이 돋보이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예측을 해보았다.

 

클래식, 나는 클래식이 좋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멋은 유행을 타지 않고 계속해서 그 우아함을 뽐내기 때문이다. 그게 가장 돋보이는 건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고전명작'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은 클래식이 가진 매력을 현재까지도 내뿜지 않은가.

 

이 매력이 문득 생각나서, 오랜만에 클래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를 하나 보았다. 오드리 헵번이 열연한, <티파니에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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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토리로 보기엔 난해한 감이 적지 않다.

 

주인공 홀리는 파티마다 등장하는 콜걸이고, 그런 홀리가 초면부터 편하게 대하는 사람은 이제 막 윗집으로 이사 온 가난한 작가 폴이다. 둘은 너무 뜬금없이 사랑에 빠지고, 뜬금없이 사랑이 깨지며, 뜬금없이 다시 이어진다. 그 이유는 홀리의 강박적인 신분 상승 욕구.

 

돈이 많은 사람이면 결혼부터 꿈꾸는 홀리는 폴의 진심 가득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부자들만 만나고 사랑하려 한다. 그 이면에는 홀리의 너무나도 공허한 내면이 자리잡고 있었고, 결국 홀리는 내면의 유약한 모습을 극복해 폴과 결국 키스하며 영화는 끝. 영화 산업이 훨씬 발전한 21세기에 사는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전형적인 클래식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갑작스레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와 어쨌든 해피엔딩이라는 점은 지금 보면 참 억지스러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명작으로 손꼽히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스토리의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인물들의 감정선이 가지는 개연성은 매우 섬세하다.

 

홀리가 내면의 변화를 겪는 과정이 영화 전반적인 면에서 굉장히 세심하게 쌓아올려지기 때문에 이 엔딩이 마냥 억지스러워서 거북하기보단 홀리에게 이입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버려진 고양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엔딩 직전 장면에서의 홀리는 오드리 헵번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로, 이 영화가 가지는 낭만성이 특별하다. 이 영화는 1962년에 개봉하였는데, 불과 5년 뒤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포문을 연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네마, 즉 '뉴 할리우드' 시대가 열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고전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닫는, 후반부 작품이다. 따라서 사실적이고 암울한 현실을 담아내기 직전의 낭만적이고 동화같은 이야기이기에 더욱 이 영화가 꿈처럼 다가온다.

 

영화의 미장센과 색감,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클래식 시대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달콤하고도 사랑스럽다. 따라서 이 낭만성은 극대화되어, 실제론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한 번쯤은 꿈꿔볼 수 있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60년대의 뉴욕, 아름다운 두 사람이 이루는 행복한 사랑. 얼마나 환상적인가!

 

어쩌면 클래식이 주는 이미지는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우리는 여전히 클래식을 찾는 게 아닐까. 잃어버린 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클래식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90년대부터 00년대까지 열풍이었던 로맨스 코미디 장르는 결국 스러져버렸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그것이 가진 사랑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현대와는 다른, 그 과도기 시절의 우아함과 멋,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할리우드의 세련됨이 부가된 클래식은 잊혀질래야 잊혀질 수 없는 것이다.

 

홀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동이 틀 때야 집에 돌아온다. 그 때 홀리는, 크루와상과 커피를 먹으며,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갈 수 없는 티파니 보석상을 바라본다. 이 오프닝은 행동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홀리가 마냥 우리와는 이질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있는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도 같다. 우리도 지친 몸으로 꿈을 꿀 때가 많지 않은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우리도 홀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쨌든 홀리는, 결국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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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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