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매일 꽃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문화 전반]

도종환, '돌아가는 꽃'
글 입력 2023.10.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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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꽃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올해 봄, 난데없이 꽃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화훼 단지로 향했다. 그곳에서 수많은 아름다운 꽃들 중 가장 예쁜 꽃 네 종류를 집으로 가져왔다.

 

처음 몇 주 동안은 모든 꽃에 매일 예쁘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정성껏 돌보았지만, 꽃 키우기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인 나는 꾸준한 관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네 종류 중 하나만 남게 되었고 나머지 꽃들은 시들어버렸다.

 

가장 소중히 여겼던 꽃은 가자니아였다. 가자니아는 햇빛을 받으면 잎이 활짝 피고, 햇빛을 받지 못하면 잎을 오므리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그 모습은 마치 기분이 좋을 때는 기지개를 쭉 켜고 일어나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다가,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몸을 움츠려 조용히 자는 어린아이의 모습 같았다.

 

가자니아를 가까이 두고 보고 싶어 집으로 들여놓았지만, 햇빛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해서 그런지 매번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후로 가자니아를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베란다에 두었다.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와서 보니 가자니아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가자니아가 시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동안 주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을 한꺼번에 쏟아부으면서 가자니아가 다시 살아나길 바랐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시들어 영원히 잠든 꽃을 보며, 이런 슬픔을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예쁘게 성장하고 있는 일일초를 매일 들여다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전처럼 매일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내가 너를 정말 소중히 아끼고 매 순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꽃도 느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일초는 매일 한 송이씩 피어 일일초라 불린다. 그래서 꽃잎이 자주 떨어지고 새로운 꽃잎이 핀다. 떨어지는 꽃잎을 보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떨어지는 꽃이 있기에 새로운 꽃을 피우는 일일초의 생명력에 위안을 받는다.

 

 

간 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비에 꽃 지누나

 

그대로 인하여 온 것들은

그대로 인하여 돌아가리

 

그대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잠시

 

아침 햇살에 아름답던 것들

저녁 햇살로 그늘지리

 

도종환, 『돌아가는 꽃』

 

 

문득 이 시를 읽으며 가자니아를 먼저 떠올렸고, 지금 내 곁에 예쁘게 펴있는 일일초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잠시, 아침 햇살에 아름답던 것들은 저녁 햇살로 그늘지리’ 라는 시 구절처럼, 우리 삶의 모든 순간도 언젠간 돌아가는 꽃과 같다. 지나가는 계절이 그렇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변화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간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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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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