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 - 밀정리스트 [공연]

글 입력 2023.09.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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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공부를 하다 보면 가장 관심이 가고, 기억에 남는 시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일제강점기가 그런 시대였다.

 

물론 모든 역사는 가치 있고 기억해야 할 사건들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는 유독 더 기억하고 싶은 역사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살아가는 2023년에서 불과 100년 전의 역사이기도 하고, 국가의 독립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가 가슴 아프게 와닿기 때문이다.


과연 일제강점기 시대 사람이었다면 나도 국가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주저 없이 할 수 있다고 답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질문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묻더라도 어려운 질문인 듯하다. 쉽지 않은 선택으로 시작한 것을 알기에, 기약 없는 해방을 알면서도 자신의 삶을 바쳤기에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신분을 세탁한 밀정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들은 나라를 배신했지만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고 아직도 현충원에 안치되어 있다. 연극 <밀정리스트>는 의열단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은 종로 경찰서 폭탄 투척과 사이토 총독 거사를 준비하는데 종로경찰서 일이 실패로 돌아가자 밀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동료였지만 이제는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과연 밀정은 누구였을까.


극 초반 김충옥이 의열단원들을 정설진에게 소개할 때 다들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 사이에 분열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종로 경찰서 폭탄 투척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실패의 원인은 사전에 받았던 정보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정보가 유출된 게 분명하다며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김충옥은 심증만으로 의심하는 것은 분열이라며 의열단원들을 다그친다.


"심증만으로 의심하는 것, 그게 분열의 시작이야"


하지만 밀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김충옥은 밀정을 찾기 위해 다른 정보를 전달하고 결국 밀정을 색출해낸다. 밀정 최태규는 자신은 밀정이 아니라며 부인한다. 하지만 끝내 밀정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그는 가족들을 향한 협박 때문에 밀정이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극은 점점 절정에 치닫는다. 여기서 의열단원들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대치하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가장 인상 깊고 몰입감이 높았던 장면이었다. 최태규가 죽고 이대로 극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지만 김충옥의 여동생 명순 또한 밀정이었다. 그녀는 오빠를 보호해 주겠다는 말에 밀정이 되었다.

 

결국 충옥은 명순을 직접 처단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그 적을 직접 처단해야 하는 충옥의 마음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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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끝나고 난 뒤 나오는 밀정 895명의 명단을 보며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려 했다.

 

독립운동을 하며 수많은 협박과 압박을 느꼈을 텐데도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았던 그들의 세월은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독립운동가들이 매일 느꼈을 불안함과 그 속에서 지켜왔을 독립을 향한 작은 희망의 감정들은 감히 짐작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진실이 바로잡히길 바란다. 밀정을 재조사하고 청산하는 것이 과거의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미래의 일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희생해 나라를 지킨 이들을 위해 지나간 과거를 제대로 정산해야 한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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