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을 열고 세상을 마주한다, 김세정의 ‘문(門)’ [음악]

감각적인 곡들이 수록된 음반
글 입력 2023.09.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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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앨범 소개와 가사를

인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문턱을 넘어 노랫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음악방송이 방영될 시간이 아니었으니 아마 어느 방송이 끝난 후에 나오고 있는 뮤직비디오일 것이다.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가늠하지 못한 채로 뛰어나갔다. 끝나기 전에 무슨 노래인지 알아야 했다. 첫눈에 반한 것처럼 홀려버린 그 노래의 주인공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김세정의 ‘Top or Cliff’, 짙게 깔린 분위기의 곡을 소화하는 목소리가 단숨에 다가왔다.


 

문_아트워크.jpg

사진_김세정 공식 트위터

 

 

김세정의 ‘문(門)’은 지난 4일에 발매된 신보다. ‘Top or Cliff’를 제외하고도 10곡이나 수록된 그의 첫 번째 정규앨범, ‘항해’와 ‘Top or Cliff’, 더블 타이틀 구성을 선택했다. ‘문’ 안쪽에 감추어둔 ‘나’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마주한 앨범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읽으니 왜 ‘문’이라는 이름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부터 그룹 활동, 연기자, 솔로 데뷔 등 워낙 다양한 모습으로 활발히 활동해온 아티스트였기에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크리라 예측했다. 하지만 1번 트랙을 재생하고 김세정의 새로운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화분’을 즐겨들었던 탓인지 솔로 가수 김세정은 발라드에 특화된 보컬이라고 생각했지만 첫 트랙부터 그것이 편견이었음을 체감하게 했다. 첫 번째 문을 열었다.

 

 

 

항해


 

첫 번째로 수록된 ‘항해’는 앨범 소개에 따르면 Irish 풍의 Pop Rock 장르의 곡이라고 한다. 파도 소리와 기타 리프로 시작되는 노래. 곧이어 김세정의 목소리가 설렘을 한 아름 안고 다가온다.


저 먼바다 끝에 퍼진 / 아침이 된 달빛을 향해


처음부터 높게 치고 나오는 그의 보컬이 모험이나 여행을 앞두고 들뜬 마음을 닮았다. 첫 verse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벅차오른다. ‘미지의 오늘’이 두렵기보다는 설렌다. 간결한 끝 음 처리와 적절한 강약 조절이 아직은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를 표현하는 듯하다.


돛을 올려라 / 바람결을 따라

노를 저어라 / 늘 그래왔듯이


현악기가 곡의 통통 튀는 매력을 더한다. ‘돛’과 ‘노’에 더블링을 쌓은 듯 강세가 들어가 본격적인 항해를 알린다. 파도에 배가 크게 출렁이지만 전혀 불안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그 일렁임을 즐기듯 행복하게 미지의 세계로 항해한다.


기분 좋은 출발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으니 ‘문(門)’의 출발을 알리는 곡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 나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세 번째 문이었다. ‘바라던 바다’, 고요한 마음의 바닷속을 들여다본다.

 

 

 

바라던 바다


 

세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바라던 바다’는 앨범 소개에 따르면 Dream Pop, Ambient Pop 기반의 곡이라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김세정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곡이라 더 머물고 싶었던 곡이다. 사운드가 차분하면서도 공간감 있게 깔린다. 덕분에 김세정의 보컬이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쉽게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벅차올라 / 달아오른 네 품에 난 처음 / 자유로운 숨을 쉬어


그가 주고받은 사랑은 대체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동시에 나의 사랑이 떠오른다. 내게 와준 모든 사랑에 고맙고 미안하다.


미안해 / 사랑해


노랫말로 정말 많이 쓰이는 말이다. 일상에서도 수없이 많이 듣는 말일 텐데 어째서 그의 목소리에 눈물이 날까. 마치 숨죽이듯 모든 사운드가 잦아든 후에 등장하는 가사다. 온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세 음절의 말이 심장을 관통한다. 호흡이 많이 섞여 나오는 목소리가 눈물샘을 간지럽힌다.


김세정의 저력을 알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단 세 음절일 뿐인 찰나에 피아노 선율과 목소리만으로 많은 것을 전한다. 사랑에 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또다시 사랑을 말한다. 문 안쪽에 숨겨두었던 나의 마음을 말하기 충분하다.

 

 

 

모르고 그려도 서로를 그리다


 

문 안팎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니 다시 또 그가 전하는 세상이 듣고 싶어진다. 다섯 번째 문에 다다른다. 모르고 그려도 서로를 그릴 수 있나? 의문을 가진 채 운명적인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다섯 번째로 수록된 ‘모르고 그려도 서로를 그리다’는 앨범 소개에 따르면 몽환적인 피아노 리프가 인상적인 Alternative Rock 장르의 곡이라고 한다. 앨범 소개를 몸소 체감하듯 매력적인 피아노 리프에 이끌린다. Pre-chorus가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지는 선율이 낮은 보컬과 어우러져 감정을 쌓아간다. 선택의 연속에 놓인 삶에서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우리’일 수 있었을까?


아니 / 모르고 그려도 서로를 그리다


후렴이 진행되기 직전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직설적으로 내놓는다. ‘우리’는 모르고 그려도 서로를 그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너와 내가 / 무언가에 이끌린 듯

해가 스민 길을 따라 / 어느새 달빛 아래 멈춰 서면

그렇게 마주할 거야 / 하늘이 바라듯


강렬하게 진행되는 Rock 사운드가 김세정의 목소리를 만나 조화를 이룬다. 마치 운명을 장담하듯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높은 피치로 찌르듯 튀어나오는 후렴구의 시작은 행복을 전하고 있다. 모르고 그려도 서로를 그릴 운명적인 인연을 확신한다.


마치 입꼬리를 올려 부른 듯 목소리에 행복이 가득하다. 어딘가에 있을 나의 운명적 인연을 그리고 싶어진다. 그도 아니면 이미 곁에 있는 이들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관계’에서 앞장서기 바빴던 스트레스를 뒷전으로 미룰 수 있게 만드는 노래다.

 

스트레스보다는 소중함과 행복이 먼저라는 것을 다시금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노래, 나의 안팎 모두를 돌아볼 수 있었던 문이었다.

 

 


Jenga


 

그가 전하는 세상이 정말 감각적으로 다가왔던 ‘Jenga’. 주눅 들지 않고 당차게 맞서는 법을 담은 곡이다. 행운의 7, 일곱 번째 문을 연다.


'Jenga'는 앨범 소개에 따르면 ‘참는 이들의 고된 노력을 굳이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참지 못한 자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한다. House와 Trap Beat를 기반으로 한 Alternative Rock 장르의 곡이다.


젠가가 서로 부딪치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목을 끄는 강렬한 비트와 함께 젠가 소리가 등장하며 곡을 완성한다.


Uh 넌 내가 웃기지 / 잘 봐 어떻게 되는지


기어코 무너뜨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놓는다. 나는 당신이 우습게 볼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때는 나 때는 말야 말야 / 이젠 말야 시대가 블라블라


김세정의 Rock 보컬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역동적인 곡 진행 덕분에 신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젠가 소리와 비트, 보컬 등 모든 요소가 조화롭다. 무겁지 않고 재치를 섞은 그만의 경고가 흥미롭다. 동시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시원한 느낌이 든다. 주눅이 들 필요 없다. 우리가 올곧게 살아간다면 본인의 젠가는 굳건할 것이다.


*


‘문(門)’은 감각적인 곡들로 이루어진 음반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을 마주하며 사는 모두에게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열고 들어가 뛰어놀고 돌아왔던 네 개의 문 이외에도 일곱 개의 문이 더 존재한다. 총 열한 개의 문이 존재하는 ‘문(門)’에서 세상을 함께 마주하길 바란다. 나만의 ‘문’을 찾을지도 모른다.

 

마음속에 숨어있지 말고 나의 ‘문’을 찾아 세상에 보여 빛내주길 바라며 이만 문을 닫도록 한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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