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무거운 눈물을 엎드려 흘려보내 보았다

글 입력 2023.09.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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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을 맞으며 이번 한 주를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를 되돌아보았다.

 

매일 밤 누워서 그날 하루를 돌아보곤 하는데, 저번 주부터 그러지 못했다. 우선 거의 제 시간에 잠을 자지 못했고, 그런 시간마저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바빴다.


어제는 잠깐 쉬겠다는 생각 아래 잠시 누웠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고, 눈떴을 때 시간은 오전 일곱 시였다. 밤 동안 했어야 할 일을 통으로 하지 못했지만, 외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에 비하면 이른 시간이었다. 지금이라도 할 일을 할까 하다가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아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나의 생활을 기준으로) 오랜만에 생각했다. 근 며칠을 나는 어떻게 보냈는가.


우선 2023년 중에 가장 바빴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갑작스레 생긴 일 몇 가지에, 해결해야 할 일 몇 가지, 고정적으로 하던 일 등이 합쳐지면서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나를 짓눌렀다. 끔찍했지만 어찌할 바는 없었다. 하나같이 내 이름이 걸려 있고, 그중에는 다른 이들과 함께 감당하고 있는 일도 많았으니까.


사실 일이 있으면 끝내가면 그만이고, 다음에는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오늘 내가 이렇게 버거운 것을 이겨냈으니 다음에는 쉬워질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난생 살면서 겪어 보지 못한 큰 무력감이 이번에 찾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빌려다 한 일이었다.

 

그것을 위해 궁금하지도 않은 근황을 물어야 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실망해야 했고, 누군가의 아픔을 마주해야 하기도 했다. 내가 그래도 될까, 내가 이래야 할까의 의구심이 드는 일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주 많이 부정당했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어쩔 수 없는 게 있을까. 있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이건 아니지 않나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돌아오는 말은 여전히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다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분노밖에 없는데, 그걸 표출해도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분한 마음은 곧 무력감으로 변했다. 나는 힘썼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쩔 수 없다는 다섯 글자만으로 옅어지거나 지워지다니. 아, 나는 정말 별 게 아니구나.


나는 그 무력감이라도 이겨내고 싶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내 감정일 테니. 다른 성취라도 얻든가, 나의 가치를 찾든가. 다른 곳에서 즐거운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것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다른 것으로 기뻐지더라도, 그 무력감은 여전한 것이었다. 그저 내 20년 넘는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경찰에게 이에 대해 말했는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듣고 온 것 같았다.


좋은 시간, 그냥 이랬고 저랬던 시간으로 두고 싶지만 오늘은 그게 안 된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가능해지지 않을까. 안 된다가 안 되었다로 바뀔 수 있도록 오늘은 그 무력감에 잠시 있어 보아야겠다.

 

* 글 제목: 신철규 시인이 <눈물의 중력>의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라는 구절을 차용해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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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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