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풍요롭고 반짝이는 -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다채로운 사유와 감각
글 입력 2023.09.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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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까지


 

"그림을 쓰고, 음악을 그리다"

 

활자로 남는 예술을 사랑하는 나에게 음악과 미술은 반대의 결에 있는 것이었다. 다른 것에 끌리듯이 나는 그것들을 좋아했지만 좀처럼 가까이 가기가 어려웠다. 잘 감상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이 책에 끌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책 소개글을 읽자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쓴 음악과 예술이라니. 글이라면 나에게 그나마 가까운 것이었다. 낯익은 것에 먼저 다가가 보자,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_평면.jpg

 

 

클래식 음악가이자 해설가,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은 ‘어떤 아티스트가 되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던 때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몇 개월 동안 특정 곡을 끊임없이 연주하고 갈고닦았다가 무대 위에서 선보이고 난 후의 감정, ‘시간의 예술’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쓴 예술 



독서란 필연적으로 나의 경계를 부숴 넓히는 일이다. 그래서 고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 고통은 때로는 쾌락으로 충격으로 느껴진다.

 

하루는 온종일 책에 빠져있을 수 있지만, 하루는 책 표지를 보기도 지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마음껏 책을 여닫을 수 있지만 여는 순간 나를 빼앗기고 만다. 때로는 달게 때로는 쓰게 다가오는 일이 독서다.


이수민의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참 다정했다. 말투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쓴이의 태도가 그러했다. 나를 부숴 넓히기보다는 손을 잡고 이끌어 주는 듯했다. 생각지도 못한 미술 영역과 음악 영역을 연결시키는 능력은, 벽처럼 보였던 자리를 문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작가가 글 곳곳에 연결해 둔 음악을 틀어두고 그림을 보고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독서가 나를 떠나는 일보다는, 또다시 나에게로 돌아가는 일처럼 느껴졌다.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즐기는 내가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저자 이수민은 음악과 미술, 더 나아가 여러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예술가들의 삶을 씨실과 날실 삼아 엮어 글이라는 편물을 만든다. 단순한 엮음을 넘어 삶과 예술을 향한 저자만의 물음과 사유가 담긴 이 편물은 도톰하고 따스하다.

 

저자가 음악과 미술을 향유하고 자신만의 색을 입혀 그려낸 그림과 써낸 글을 보고 있자면 몸을 바꾸는 예술의 유연함과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감각하고 쓰며 풍요로워지는 나



작가는 무대에 서고 나면 흩어지는 감각과 환희, 복잡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가 써낸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나는 마음이 간지러웠다. 나도 쓰고 싶었다. 잘 듣고 감상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했던 걱정. 충분히 그 순간, 그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는 나에게 충실하기만 해도 되는 거 아닐까? 그냥 그 순간 느낀 감각에 집중해 보자. 저자가 그랬듯이. 내 방식, 내 마음 닿는 대로.


나는 어느새 책상 앞에 앉아 작가가 소개한 음악 중에 가장 좋았던 곡을 찾아 틀었다. 그리고 쓰기 시작한다. 나는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 같다. 선율을 따라 몸은 자연스럽게 흔들린다. 불규칙한 타자 소리. 문득 머릿속에 저자가 들려준 예술가 박서보의 말이 떠오른다.

 

“여러분, 변화하지 않으면 추락합니다. 타자와 다를 때 비로소 예술은 삶을 얻는 것 같습니다. 남과 다르기 위해 수많은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95쪽)

  

그리고 저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우리는 삶 속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던져봅니다. (후략) 지금까지 내린 결론을 이렇습니다. 각자가 가진 지식과 재능을 세상과 나누며 서로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기쁨과 위로의 제스처를 주고받을 때 삶이 한결 풍요로워진다는 것. (21쪽)

 

덕분에 나는 풍요로워진다. 나도 저자처럼 반짝이는 영감을 주고 싶다고 생각해 보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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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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