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장 연습부터 해보겠습니다. [도서]

계속해서 쓰는 용기
글 입력 2023.09.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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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일은 언제나 부끄럽다. 이제까지 써온 글의 대부분은 아무도 보지 않는 블로그에 남긴 일기였다. 독자는 미래의 나 뿐인 글, 평가받을 필요가 없는 글, 감정을 옮기는 목적에 충실한 글을 써오다 보니 글을 완성하고 퇴고한 적이 전무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오픈된 플랫폼에서 글을 기고하게 되었을 때 두려움이 앞섰다. 독자의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하는 글, 예술에 대한 생산적인 담론을 담은 글, 존재가치가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퇴고를 하면서 내가 쏟아놓은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구어체와 비문이 난무한다. 허술한 글쓰기 실력을 감추기 위해 미사여구, 부사와 형용사로 문장들이 보기 싫게 장식되어 있다. 이렇게 저렇게 수정해 봐도 문장들은 여전히 어색하다.

 

막막한 마음에 일단 문장 연습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유유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김정선 작가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고 "문장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드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장 연습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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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1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어휘 빼기

1. 적, 들, 의, 것

ex) 사회적 현상 > 사회 현상, 문제의 해결 > 문제 해결, 수많은 무리들이 > 수많은 무리가, 상상한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2. - 있다. (관계에 있다, -에게 있어, -하는데 있어, 함에 있어, -있음에 틀림없다)

ex) 눈으로 덮여 있는 마을 > 눈으로 덮인 마을, 제안에 대한 검토가 있을 예정 > 제안을 검토할 예정

*주어를 분명하게 쓰지 않으려다 형용사 용법으로 -있다를 쓰게 되고 문장을 어색하게 만든다.

 

Check 2 명확하게 표현하기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는 표현들)

1. -대한

ex. 성공에 대한 열망 >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 미래에 대한 투자 > 미래를 위한 투자

2. - 들 중에 어떤, - 들 중에 하나, -들 중에 한 사람

ex. 그녀는 전형적인 프랑스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 그녀는 전형적인 프랑스 사람이다.

3. - 같은 경우, -에 의한

ex. 나 같은 경우에 > 나는, 실수에 의한 피해 > 실수로 빚어진 피해

 

Check 3 적절한 어미와 조사 사용하기

-에 (방향) vs -로 (목적, 장소)

-에 (무생물) vs -에게 (생물) vs -에게서

-로부터 > -에게, -와(과), -에서

ex.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 가난에서 벗어날 (-로부터로 퉁쳐서 사용하지 말고 상황에 맞는 조사 쓰기)

 

Check 4 수동태 & 사동태 사용 주의

특정 동사들은 수동태와 사동태로 쓸 수 없다. ex. 기다려진다 > 기다리다, 살아지다 > 살다

이중 수동형 주의 ex. 잠겨진 > 잠긴, 불려진 > 불린, 보여집니다 > 보입니다

사동형 남발 주의 ex. 교육시키다 > 교육하다, 연결시키다 > 연결하다, 소개시켜줘 > 소개해줘

 

Check 5 지시대명사, 과거형 남발 금지

그, 이, 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여기, 저기, 거기, 그 어느, 그 어떤, 그 누구, 그 무엇

ex. 배웠던 > 배운, 지냈던 > 지낸

 

Check 6 그 외 어색한 문장 호응

*시작과 끝이 없는 동사에 - 시작했다 사용하기 않기 ex.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 어색해졌다.

*자연스러운 문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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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를 참고하며 기고한 지난 글들을 보니 죄다 뜯어고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글을 완성하고 나서도 놓친 비문들이 영원히 게시글에 박제되겠지. 작가들은 어떤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살기에 자신이 쓴 글이 수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역사에 회자되는 과정을 견뎠을까.

 

후지다는 평가가 두려워서 골방에서 일기만 쓰던 내가 매일 새로운 용기를 내서 글을 쓴다. 엉성한 문장을 마주하는 고통을 참으면서도 계속 글을 쓰는 이유는 역시 글쓰기를 좋아하고 잘쓰고 싶기 때문이다. 글을 잘쓰려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남에게 글을 평가받고 피드백을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름답게 살고 싶어서 아름다운 문장들을 계속 읽는다. 살면서 읽어온 문장들은 기억 속에서는 사라져도 가슴 속에는 남아있다. 아름다운 문장들은 조금씩 쌓이고 또 쌓여서 회색빛 일상에 갇혀있을 때 내게 한줄기 빛이 되어주었다.

 

언젠가 나의 어설픈 문장들도 단단하고 아름다워져서, 누군가에게 닿아 빛이 되는 상상을 한다. 상상 속 나는 분에 넘치게 행복하다. 못하는데도 계속해서 쓰는 마음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용기를 내서 글을 쓰고 문장을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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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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