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술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다 -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도서]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를 읽고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다.
글 입력 2023.09.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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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여기, 미술에 매료된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습니다. 음악가로서 “어떤 아티스트가 되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던 때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고귀한 ‘시간의 예술’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여 차곡차곡 모아 책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_평면.jpg


 

“지금까지는 바이올린으로 나를 표현했다면,

이제부터는 말과 글과 그림으로 나를 표현해야겠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 찾아온 영감을

예술적 감각으로 풀어내다

 

 

저자 이수민은 30년간 바이올린과 함께 해온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여러 곳에서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강연을 진행 중입니다.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온 발자취가 이번 책을 기대하게 만드는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음악과 결합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차이콥스키의 [소중한 곳에 대한 추억 Op. 42-3] 멜로디를 듣고 난 후라고 하는데요. SNS를 통해 그림과 곡 해설, 개인적 감상을 올렸더니 흥미롭다는 반응이 있었고 이것을 계기 삼아 음악 감상과 그림을 함께 올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 [그림에 음악 더하기]는 미술전시에 다녀오거나 인상적인 그림 작품을 본 후 작가나 작품에 클래식 음악을 연결지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제2장 [이음줄과 붙임줄]에서는 필연이라는 끈으로 촘촘하게 엮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제3장 [바이올린 세레나데]은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감상자로서 사랑하는 바이올린 연주곡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수민 저자 그림.png

 

 

필자가 흥미로웠던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저자가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색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각자가 잘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고 음악과 미술의 공통 분모가 아예 없진 않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니까요. 실제로 책에 실려있는 그림은 수준이 높았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악과도 잘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작가 고유의 세계가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평소 잘 몰랐던 음악가나 화가, 혹은 유명한 인물이지만 들어보지 못한 곡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인 베드르지흐 스메타나가 그 예입니다. 체코 출신인 그는 음악가로서 생계 유지가 힘들어 경제적 압박에 시달렸고, 개인적인 삶 또한 그리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말년에는 청각을 잃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환청과 환각 등 정신이상 증세로 힘들어 하는 와중에도, 작곡과 독서를 하며 꾸준한 창작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현악 사중주> 1번과 2번, 교향시 <나의 조국> 등을 완성시킵니다. 책에 등장하는 <현악 사중주 1번>을 들으며 저자의 글을 함께 읽으니, 문장이 온몸으로 와닿는 경험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나마 음악가의 삶 속에 잠시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서보.png

 

 

화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는 단연 박서보입니다. 단색화의 대가이자, 한국 현대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박서보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양하기 위한 도구”라고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변화하지 않으면 추락합니다. 타자와 다를 때 비로소 예술은 삶을 얻는 것 같습니다. 남과 다르기 위해 수많은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라는 그의 말을 빌려, 저자는 비워냄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그의 그림에 담긴 정신을 강조합니다. 이를 사티의 음악과 연결지어 설명한 것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책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저자가 훌륭한 스토리텔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적절히 설명된 다양한 음악적・미술적 배경지식은 알기 쉽게 가르쳐 주는 느낌이라 전혀 어렵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이야기에 그림과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삽입되어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입니다. 독자가 직접 음악을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 좀 더 편히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덕분에 한층 다채로운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적 견해가 담긴 책인만큼, 필자가 느끼기에 연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과 음악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영감과 도전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가볍게 도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입문서라고 생각됩니다.

 

 

 

아름다움 : 나답게 살기



아름답다.png

 

 

아름답다의 어원을 아시나요? 15세기 경에 쓰여진 문헌에서 한자인 我(나 아)를 사용하여 아름답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곧 아름답다는 말이 나답다는 말이라는 것이죠. 나다운 게 가장 아름답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정의 내리기 어려우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필자 또한 여전히 나다움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나다움 또한 그 속에서 찾아가는 것일 텐데요. 결국 나다운 것은 한 인간, 그리고 개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비롯됩니다. 나다움을 명확하게 알 즈음이면 아마 황혼기에 접어들 무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젊은 나이는 나다움을 명확히 찾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성공이라는 결과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심심치 않게 일찍이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몇몇 예술가들을 통해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천재라 칭해지는 많은 예술가들은 생각보다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선보일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끊임없이 표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모든 방면에서 우리는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일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이루라는 말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도 내가 가진 강점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여 실천한다면 나답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강점은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으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한다거나,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글을 읽는 등 홀로 무언가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삶에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예술은 새로운 영감을 전해주고, 또 그 속에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게 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쓰고, 음악을 그리다”

영원한 아름다움과 환희를 연주하고 그린 예술가들의 이야기

 

 

위의 문구는 표지 뒷 면에 쓰여있는 문장입니다. 아름다움, 환희와 같은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창해 보일지라도, 결국 아름다움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아름다움과 환희를 그림과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선보인 예술가들과 저자처럼 이 글을 읽는 우리도 언젠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형형히 할 잠재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책 속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이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습니다.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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