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관심 속 남아있는 위로 [도서/문학]

말 그대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글 입력 2023.09.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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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위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디서부터 위로이고 어디까지가 적당한 위로인지 의문이 든다. 괜찮다, 다 잘 될 거라는 말은 겉치레 위로임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우면서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그 방식은 다르겠지만 여기,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위로가 있다.


월요일 아침, 그날은 앤과 하워드의 아들 스코티의 생일이었다. 스코티가 학교를 마치고 나면 오후에는 앤이 직접 주문한 케이크를 먹으며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할 계획이었다.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을 즐기며 흘러갈 줄 알았던 하루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스코티가 학교 가는 길에 차에 치이고 만 것이다. 닥터 프랜시스는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있는 아이를 보고 금방 일어날 거라고 말하지만, 스코티는 끝내 숨을 거둔다.

 

빵장수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주문한 케이크를 찾아가지 않은 앤에게 계속해서 전화한다. 결국 스코티의 죽음에 대한 분노가 빵장수에게로 향한 앤은 하워드와 함께 그를 찾아간다. 아들을 잃었다는 슬픔에 잠긴 그들에게 빵장수는 따뜻한 롤빵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들은 듣는다.

 

 

“따로 말씀드릴 진전은 없지만, 차차 좋아지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아이는 괜찮아요. 저 역시 아이가 깨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깨어날 겁니다.”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중

 


닥터 프랜시스의 말은 앤과 하워드로부터 희망을 품도록 했다. 시간이 흘러도 눈을 뜨지 않는 아이를 두고 곧 깨어날 것이라고 계속해서 말한다. 아이가 죽은 후에는 몇 번이고 사과하며 위로하는 말을 건네고 앤을 끌어안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러한 닥터 프랜시스의 행동이 과연 위로라고 할 수 있을지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의 행동이 진정한 위로가 되었다면 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빵집 주인을 찾아갔을까? 닥터 프랜시스의 행동은 전형적이고 사회적이다. 그저 환자 대응 매뉴얼에 있는 듯한 문장을 그대로 읊고 상대가 울면 잠시 안아주는 행동은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받을 만한 위로 아닌 위로인 것이다.


 

“나는 빵장수일 뿐이라오 다른 뭐라고는 말 못 하겠소. 예전에, 그러니까 몇십 년 전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그저 빵장수일 뿐이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 일의 변명이 될 순 없겠지요. 그러나 진심으로 미안하게 됐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중

 

 

세상은 점차 타인의 슬픔에 무관심해진다. 어쩌면 당연하다. 자기 자신 한 명 먹고 살기도 힘든 현실에서 타인의 슬픔까지 담고 보살필 여유는 없다. 어느 순간부터 위로는 이렇게 하라고 규칙이 정해진 것처럼 모두 비슷한 위로의 말과 행동을 주고받는다. 

 

그렇기에 빵장수처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대를 위해 따뜻한 롤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그는 그저 앤과 하워드가 자식을 잃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따뜻한 롤빵은 잘못을 인정한 빵장수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위로이자 사과인 셈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앤과 하워드에게는 닥터 프랜시스가 한 위로보다 더 유동적이고 진정성 있게 다가올 터다. 

 

인간이 인간에게만 할 수 있는 위로가 있다. 앤과 하워드에게 따뜻한 롤빵을 전해준 것도 결국에는 사람이다. 타인의 슬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빵장수의 말처럼 짐작만 하는 정도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같은 존재이기에 서로의 슬픔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것이 무관심 속 남아있는 진정한 위로의 부피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자 세상의 규칙이다.

 

 

[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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