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여름의 나에게 안녕을 고하며

생각꾸러미들의 향연
글 입력 2023.08.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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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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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침잠하고 짙은 대지의 기운이 넘실대는 계절, 가을이 왔다. 어느덧 선선하고 쓸쓸한 바람이 코 끝을 간질인다. 후끈후끈 달아올랐던 날씨도 이제 좀 지쳤는지 한숨을 내뱉는 듯하다. 무수한 감정이 스쳐지났던 이번 여름.

 

기록하는 행위에 게으름이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에 기분이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번뜩 떠오르는 구절들이 눈 깜짝하면 아스라이 멀어진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란 걸 자꾸 잊는 모양이다. 또한 사람의 성향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완벽과 자책으로 만들어진 쳇바퀴 안에서, 나는 스스로를 좀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통 성찰이라 부른다고들 한다. 과연 내가 행하고 있는 것이 성찰이 맞는가. 아니,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고치려면 나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나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합리화를 하면 편할 일이다.

 

나는 양극단의 중심부에 서 있다. 어느 날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한껏 폼을 내며 거만해졌다가, 또 어떤 날엔 부정적인 생각에 잡아먹혀 저 깊은 땅굴 속으로 숨어버린다. 나란 인간은 대체 뭐란 말인가. 나의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가늠하면서도 절대 티는 내지 않는다. 이런 내 마음을 들키면 모두가 나를 떠나가 버릴 것만 같은 불안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랄 때도 있다. 이를 어쩌나, 결국 나는 모순 덩어리인 사람이었다.

 

 

 

#두 번째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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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좋다는 것.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무게가 나에겐 아직 버겁게 느껴진다. 무기력과 싸워 이기는 법은 결국 몸을 먼저 움직이는 것.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구겨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여전히 힘에 부친다. 걱정 가득한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로,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난 아직 어른의 탈을 쓴 어린아이인가보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몰입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고 있다.

 

끼니만 겨우 챙기며 공기놀이에 몰두했던 지난날이 문득 떠오른다. 잘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의 나는 반짝반짝 빛났었다. 온전히 그 일에만 빠져들어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즐거웠다. 한창 연습하다 공기 한 알이 소파 밑으로 굴러 들어갔을 때에도 난 웃고 있었다. 누구보다 완벽한 현재를 살고 있었다.

 

비교의 대상이 타인도 아닌 어린 시절의 나라니. 그 어렸던 시절보다 지금의 모습이 더 마음에 들지 않다고 느끼는 건 나의 착각일까. 거울 속의 비친 내 모습이 가끔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내면의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이 아직은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세 번째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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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도 관계의 일부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박원의 노력이라는 곡에서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가사가 있다. 나는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분명 감성이 지배하는 이끌림이지만, 순간의 그 감정을 어떻게 공유하냐에 따라 사랑의 양상은 새삼 달라진다.

 

내가 느끼는 걸 상대방도 알 수 있게끔 말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솔직하지만 과장되지 않게, 장황하지 않고 명료하게. 딱딱하기보다는 부드럽게, 상대의 상황과 기분을 헤아려서. 이는 비단 연인 관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류애라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관계에서 개인의 노력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먼저 잘 지내냐 안부를 물어주는 것. 좋아할 것 같은 물건을 깜짝 선물해 주는 것.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말도 기억하고 챙겨주는 것. 날이 좋으면 그 사람이 생각나 하늘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것. 작은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배려가 되고, 그 배려가 모여 사랑의 형태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 온기는 저 깊은 마음속까지 번져 기어이 나를 울리기도 한다.

   

그렇다, 나는 세상의 모든 다정함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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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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