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응원하며,

함께할 수 있어 참 기뻤어요. 고마워요. 늘 응원할게요.
글 입력 2023.08.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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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안녕하세요, 언니. 놀랐죠? 제가 언니라고 불러서요. 사실 언니를 단 한 번도 언니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서 조금 낯설어요. 일하는 내내 언니를 언니라고 부르는 상상을 했어요. 언니라는 단어가 가진 친근감을 나누고 싶었어요.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라고 물어볼 용기가 없었어요.

 

사실 얼마든지 용기를 낼 순 있었죠. 그렇지만 못했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를 무시하고 얕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라도 언니를, 우리를 존중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 그렇게 불렀죠. 지금은 꽤 아쉬워요. 사석에서라도 언니, 그렇게 불러도 되냐고 물어볼걸. 이건 아주 내밀하고 개인적인 편지니 이 틈을 타 허락도 안 받고 불러봅니다. 너그러이 봐주세요. 친해지고 싶었어요.


요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다시 오지 않을 한 시절을 떠나보내는 일과 같다고.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나는 그 시절을 아직 통과 중이라고. 그건 단순히 어제오늘의 시간 맥락과는 다르다는 걸요. 아직 저는 우리가 함께 보낸 육 개월을 떠나보내지 못했어요. 떠나보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언젠가는 무덤덤해지겠지만, 그것도 결국 견디는 중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익숙해질 뿐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시간은 짧지 않고 순탄하지 않았으니까요.


일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겠다, 싶어요.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이 만남이 신기했어요. 언니를 다 안다고 자신할 순 없지만, 제가 느끼기에 언니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든든했고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러 낯가림이 심한데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도 많이 걸고 작은 간식도 건네며 조금 귀찮게 했어요. 정말 언니가 좋았거든요.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주며 함께했던 시간이 참 좋았고 고마웠거든요.


우리 그동안 정말 힘들었죠. 부당하고 불합리한 일이 많았어요. 단지 나이가 어리고, 사회초년생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사람은 딱 잘라 나쁘다고 말할 수 없어서, 그들이 때로 보여주는 복합적인 면이 참 괴로웠어요. 하루는 고마웠고 하루는 한없이 미웠지요. 저는 상처받은 걸 흘려보내는 게 힘들어서 앞으로가 더 무섭고 막막했어요. 삶은 결국 견디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걸. 불합리함에 억울함을 느끼다가 이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죠. 가끔 찾아온 행복조차 달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언니는 어땠어요?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가끔의 대화와 표정에서 고단함과 괴로움을 봤어요. 힘듦을 나누고 일거리를 덜어주는 것밖에 못 해서 참 미안했어요.


함께해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 견디고 버티고 선 건 우리 둘뿐이었잖아요. 언니가 얼마나 많은 의지가 되었는지....... 저도 언니에게 그런 존재였을까요? 그랬다면 기쁠 것 같아요.


저는 조금 쉬려고 해요. 상처를 잘 다루는 법을 고민하고 익혀보려고요. 앞으로 그래도 살아가야하니까요. 삶이 괴롭더라도,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와 언니가 보여준 자세를 기억하며 그래도 걸어가볼게요.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언니의 안녕을 바라며 손을 흔들게요.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고, 버텨주어서 고맙고 고생했다고. 앞으로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죠. 그들을 닮을 것 같을 때, 변할 것 같을 때 우리가 함께했던 시절을 기억할게요. 모두가 참 어렸고 미숙하고 작았다는 걸 기억할게요. 내 손을 잡아주었던 온기를 생각할게요. 언니도 그래 주세요. 어렸던 우리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빛날 거예요.


함께할 수 있어 참 기뻤어요. 고마워요. 늘 응원할게요.


H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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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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