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 여전히 미쳐 있는

글 입력 2023.08.1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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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드러난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페미니즘 담론은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은 채로 시간만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소개할 책 <여전히 미쳐있는>은 지난 2022년, 재출간된 책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치열하게 논의했던 여성 작가의 삶을 조금 더 큰 프레임으로 가지고 나온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여성 작가'에서 보다 '여성'으로 초점이 옮겨진 것 같달까?

 

보다 과감해진 표지와 굵직해진 이야기로 책 <여전히 미쳐있는>은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두께가 증명하는 저자들의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온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을 촉발한 것은 즉, 그들이 두 번째 책을 쓰도록 자극한 동기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아니었나 싶다.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흔이 되었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충격을 주었던 그날의 일을 겪으며 저자들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했으리라 예상한다.

 

시대적인 배경도 훨씬 현대적이다. 1950년에서 시작하여 2020년대로 이어지는 세월 동안 여성으로서의 삶을 되찾기 위해 투쟁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이라는 단어 아래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들이 등장한다.

 

굵직한 이야기들 속 여성들은 끊임없이 투쟁했다.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한계에 부딪쳤지만, 여성의 몸으로 당당히 이 사회에 두 발을 붙이기 위한 운동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다. 오히려 격렬하면 더 격렬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가운데 여성이 여성으로서 놓지 못한 일면을 보았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종종 여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들이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곤 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해서 페미니스트들도 여성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보이시하고 꾸미지 않은 모습을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또한 하나의 프레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왜 섹시한 페미니스트는 없는 걸까? 자신을 치장하고 예쁘게 꾸미는 사람 중 페미니스트는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책 <여전히 미쳐있는>에도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의 권리를 주창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여자는 ~해야 한다'라는 식의 사회적 압박이 함께 공존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를 보며, 아무리 대단히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사회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의 페미니스트들은 굉장한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울분과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욕망 사이에서 무수한 갈등을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본질과는 다른 껍데기가 씌워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그 안에 들어찬 핵심은 페미니즘이지만, 그것의 포장지는 바비 삭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 <여전히 미쳐있는>에서조차 이 부분은 단순한 묘사 혹은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다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환경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본 것이다. 그저 쉽게 '그래도 그러면 안 됐지'라고 말하는 가벼운 순간이 어떤 이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을 법이다. 그러니 책 <여전히 미쳐있는>을 읽는 내내, 당신도 한 번쯤 생각해 보길. 감히 요청해 본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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