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으로 겨우 틈을 낸 부자 스토리 - 영화 마에스트로

글 입력 2023.08.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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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정해주었던 인연인 가족은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아도 평생을 같이 살아가야 한다. 서로를 혐오해도 그 연은 절대 끊을 수 없다. 그런 인연이기에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진다. 보통의 인연은 금세 틀어지고 없던 사람이 되겠지만, '가족'은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평생을 바친 직업적 가치를 매개로 흘러가는 과정을 영화 <마에스트로>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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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에스트로>는 지휘자인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아들 ‘드니 뒤마르’는 아버지에게 음악적으로 열등감을, 아버지 ‘프랑수아 뒤마르’는 아들에게 따라잡히리라는 경쟁심 내지는 조바심을 가지고 있다. 서로를 가족임에도 격려해주지 못하는 웃픈 상황이다.

 

그러던 와중 프랑수아에게 이탈리아 극장 ‘라 스칼라’에서 지휘를 제안받게 된다. 평생 꿈꾸던 자리이기에 몹시 기뻐했지만, 아들 드니에게 가야할 제안이 잘못 전달되었던 것임을 몰랐다. 드니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어느 관계가 갈등을 겪다가 해소되는 점은 일반적이다. 작품 간 차별점은 갈등 해소의 과정과 결과를 표현하는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갈등은 이전부터 쭉 이어져 온다. 사실 갈등이라 하기에도 무색할 정도로 서로에게 냉담하다.

 

하지만 한 사건을 통해 둘의 관계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 변화가 좋은 방향이 될지 반대가 될지는 둘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그 과정을 영화를 통해 바라보게 된다. 화목하진 않더라도 이 가정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만히 보게 된다. 가족 구성원 간 사소한 다툼을 보는 느낌이라 익숙하면서도 가족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느낌이 영화에서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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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 중간중간 껴들어 감은 좋은 선택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지휘 혹은 간단한 연주는 둘의 모습에서 교차점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극 중 둘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열등감 내지 질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가족이기에 떼어낼 수 없고 평생 이어져 갈 관계임은 틀림없다. 이 점이 보편적인 부자 관계를 비춰볼 수 있다. 아들은 존경하는 롤모델로서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자신의 핏덩이를 떼다 만든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부자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들과 아버지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더라도 세월의 차이가 주는 간극이 있다. 이 차이를 지휘자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둘로 나타낸다. 악단을 말 그대로 '지휘'해야 하는 그들은 자신의 철학이 음악에서 그대로 묻어 나온다. 설명하지 않아도 곡을 듣기만 해도 서로를 판단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서로에 대한 이해는 차이를 바라보는데 그쳤다. 부자 관계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유지되고 있던 상태였다. 이 안타깝던 균형을 무너뜨리는 사건을 통해 서로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아들인 드니는 '라 스칼라'에서 지휘하고 싶어하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버지 프랑수아 뒤마르와 지휘자 프랑수아 뒤마르가 섞어보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고민을 하는 자신도 아들이자 지휘자가 중첩된 상태이다.

    

아들만 알고 있던 비밀이 프랑수아도 알게 되는 순간, 프랑수아도 같은 중첩 상태에 놓이게 된다. 서로 중첩된 상태를 인지하고서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혼란은 극에 달한다. 화면은 두 사람의 이야기만 담고 있지만 그들의 속이 뒤섞이고 있음이 느껴졌다. 서로는 최선을 다해 마음을 표현했다. 표현에 서투른 남자 둘이서 틱틱대는 모습이 참 안쓰럽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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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극은 갈등 해소를 부자의 일치로 표현한다. 영화의 플레이리스트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참으로 적절한 선정이다. 모차르트라는 음악의 대가의 포용성, ‘피가로의 결혼’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여러 갈등이 해소되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거기에 작품의 시작을 여는 서곡으로 앞으로의 새로운 관계가 펼쳐졌음을 비췄다.

    

무대를 뒤로 한 채 아들을 두고서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더 이상 질투가 담겨있지 않다. 자신을 무대에 두고 나온 셈이다. ‘라 스칼라’를 지휘하는 아들에는 아버지도 담겨있다. 극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선택의 문제는 둘 중 한 사람만이 지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다르게 보지 않기에 어느 누가 무대에 서도 미워할 수 없다. 드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가지고 아버지의 꿈을 이룰 기회를 동시에 얻는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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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우여곡절은 없으나 굵직하게 영화는 흘러간다. 마치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흘러가듯 부자끼리 티격태격하면서 다시 화해한다. 드니와 프랑수아의 부자 관계 외에도 드니와 전처, 여자친구, 드니의 아들과의 관계도 중심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영향을 준다. 각각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며 한 가정이 굴러가는 모습이 꼭 우리 주변에 있는 것 같다.

    

가족의 화합이라는 메시지가 클래식과 함께 흘러나오며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최근들어 가장 만족스럽지 않나 싶다. 잘 아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지휘자 부자의 이야기를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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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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