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서툰 사색을 써 내려갑니다.

서툴지만 온 마음을 다합니다.
글 입력 2023.08.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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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기소개가 어려웠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쉬울 수 없었다. 소개를 듣거나 읽을 상대방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생각에 바빴다. 어떤 충족 요건도 존재하지 않는 자기소개는 까마득하다. 그러니 오늘만은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그 누구의 기대도, 부담도, 제시된 조건도 없다.

 

나는 예민하다. 그래서 무엇이든 금방 알아차린다. 상대의 감정이나 계절의 변화 따위를 빠르게 느낀다. 상대에게 불편한 기색이 보이면 질문하거나 원인을 없애주어야 한다. 여름의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옷을 정리해야 한다. 나의 예민함은 때로 행동의 근원이 된다. ‘알아차리면 행동한다.’ 그것은 나의 예민함을 이루는 문장이다. 제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알아차리면 행동해야 한다. 감정의 이유를 알아야 하고 눈앞에 놓인 것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의 예민함이 튀어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사색한다. 눈앞에 놓인 상황과 대화, 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접하는 모든 언어와 행위의 의미가 궁금하다. 이해가 안 되면 간혹 홀로 딴지를 건다. ‘우울을 이겨내는 방법’이라는 문구를 보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나의 머릿속에서 여러 문장이 이어진다. ‘왜 우울을 이겨내야만 할까?’, ‘우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이용할 수는 없나?’. 듣는 이도 없고 답을 아는 이도 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답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질문이 이어지다 보면 생각의 나무는 가지를 뻗는다. 언젠가는 쓰일 생각의 열매가 열린다.

 

 

하현상 앨범.jpg

 

 

음악, 영화, 드라마, 공연 등 콘텐츠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것이 의도한 바가 없다고 할지라도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생각하기 시작한다. 왜 좋은지, 어떤 부분이 특히나 와닿았는지 생각하고 정리한다. 그 힘이 참 대단한 이유는 그렇게 했을 때 그 콘텐츠가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사랑에 이유를 붙이는 행위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유가 있다면 떠들기 좋아한다. 내가 그것을 사랑함에 주문을 걸듯 이유를 말하고 더 사랑하게 되면 계속 이유를 찾길 반복한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이유를 수백 번 말해도 모자랄 사랑이다. 오래전에 ‘좋아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유일의 것. 그 어떤 콘텐츠보다 어린 자와의 거리가 좁다. 어린 날의 내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몇 안 되는 감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가장 보편적인 것을 말하면서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는 모습이 신통했다.

 

머리가 크고 나니 그 특색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그들이 가진 ‘이야기’였다. 들려주고자 하는 뜻이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언뜻 사랑을 노래하는 듯했던 것은 아티스트와 팬덤의 관계를 말하고 있던 것이었고,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를 향한 사랑을 담기도 했다. 절망이나 슬픔의 감정으로 사회 비판이나 존재에 관해서 노래하기도 했다. 노래 속에 담긴 저마다의 메시지가 전부 주옥같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전부 주워 담아 간직하고 싶을 만큼 위로가 되고 행복이 되고 원동력이 되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수단으로 위로를 건네고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 전하고자 하는 바도 많았다. 인생을 살아오며 깨달은 것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표현했고 솔직해졌다. 사실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른다. 표현하니 점차 솔직해진 것인지, 솔직했던 성정이 무수한 표현으로 드러나는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진지하게 나누는 대화를 퍽 좋아한다. 무엇을 말해도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치부하지 않는 시간이 좋다. A를 사랑이라고 말하면 B도 사랑이라고 해주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A만 존재했던 나의 세상은 B까지 확장되었다. 무례하지 않은 솔직함은 대화의 주된 발판이었다. 표현과 솔직함은 무기다. 물러 보이지만 가장 단단한 무기이자 방패다. 흔히 말하는 ‘다름을 이해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것.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 나의 세상을 이루고 행복을 선사한다.


나의 생각을 나누는 세상은 아직 작다. 친구에게 말하고 메모장에 끄적인다. 말과 글 외에 가진 수단이 없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예민하게 찾아온 생각을 간직하고 그것으로 누군가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을 모아 나만의 메시지를 만든다. 서툴지만 글로써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 중이다.


글은 기억이 시작할 때부터 곁에 있었던 수단이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지도 모르는 방법이다. 그래서 고민한다. 내가 전하고 싶은 바를 어떤 방식을 통해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음악에는 작곡, 작사, 기획, 디자인 등 많은 분야가 있고 글에도 에세이, 소설, 칼럼 등 여러 갈래가 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다. 그것을 찾을 때까지 글쓰기를 쉬지 않을 예정이다.


글을 쓴다. 생각을 정리한다.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언젠가 필요한 이에게 가닿지 않을까.


오늘도 서툰 나의 글을 이어간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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