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류이치 사카모토가 바라본 보름달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글 입력 2023.07.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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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꽃잎처럼 저문 류이치 사카모토


 

'Yellow Magic Orchestra' 활동과 함께 '마지막 황제', '전장의 크리스마스', '마지막 사랑' 등의 영화에 아름다운 OST 작업으로 참여한 류이치 사카모토. 전 세계는 그의 음악을 사랑하였고 그가 자신의 직업에 가진 열정을 사랑하였다. 그래서 류이치 사카모토가 별세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온 직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고 슬퍼하였다. 필자 또한 그의 죽음을 기리며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썼던 경험이 존재한다.

 

그의 죽음은 암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중인두암이 직장암으로 재발하고, 재발한 직장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그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암에 대하여 '이겨낸다', 혹은 '극복한다'가 아닌 '함께 살아간다'를 선택했고, 끝내 2023년 3월 28일에야 비로소 암으로부터 해방한다. 따스하게 불어오던 봄바람에, 자신의 영을 온전히 그 흐름에 맡기며.

 

흩날리는 봄의 꽃잎처럼 저문 류이치 사카모토를 기리며, 그 삶의 말미에서 자신의 예술과 가치관을 되돌아 본 책이 출간되었다. 앞으로 영원히 기억될 세대의, 세기의 예술가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직접 글을 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이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_표1.jpg

 

 

 

흑백으로 이루어진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위즈덤하우스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생전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은 이후로 죽기 직전까지 살아온 궤적을 돌아보고 마지막까지 사랑하던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환경과 평화를 사랑하던 가치관을 적어 내린 책이다.

 

예술가로서의 열정적이고 우아했던 류이치 사카모토와, 암 환자로 몸이 쇠약해지는 것을 느껴가던 71세의 인간 류이치 사카모토는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에서 자주 교차되며 등장한다. 마치 이 책의 표지처럼,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그의 생전 사진들처럼 흑과 백의 대비를 이루는 듯하다.

 

예술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무조건 백의 모습이고, 사람 류이치 사카모토는 스러져가는 흑의 모습만 보여진 것은 아니다. 음악을 평생에 걸쳐 사랑한 만큼 예술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모습, 이우환 작가의 의뢰를 받아 음악 작업으로 참여한 전시회의 장소가 음악이 틀어지기에 부적절한 지붕의 모양을 가져 비판하는 모습 등은 그의 예민함 또한 그가 살아온 삶에 간간히 묻어나왔다. 또한 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 면역 치료를 하며 더 살 수 있어 기뻐하는 모습은 그가 말기 암에도 희망을 가지고 쉽게 굴복해내지 않으려는 고고한 정신의 승리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흑백만 존재하지 않는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일생에 거쳐 가지게 된 생각과 기질이 다채롭게 빛나며 담겨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에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섬망 증상을 겪을 때 한국 병원에 있었던 것으로 착각한 일화나, 새소년의 황소윤을 만난 이야기 등을 언급하며 한국에 대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개인적인 관심 또한 읽을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기고할 당시 백발의 류이치 사카모토가 가진 까만 눈에서 내뿜는 눈빛 또한 다채로웠을 것이다.

 

 

 

낡은 피아노와 류이치 사카모토


 

책을 읽다보면 그의 사진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끌었던 것은 낡았다 못해 부숴지기 일보 직전인 오래된 피아노와, 그 앞에 앉은 백발의 류이치 사카모토 사진이었다. 특히 피아노의 사진은 책 표지로도 사용되어 앞선 사진에도 보여지고 있다.

 

그 사진에는 이러한 제목이 붙어 있었다.

 

 

"뉴욕 주택 정원에 있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피아노와 류이치 사카모토"

 

 

평생을 음악과, 특히 신디사이저와 함께 한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피아노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그런 피아노가 부숴지고 낡았다는 것은 곧 자신 또한 나이를 많이 먹었고 손 쓸 도리도 없을 만큼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할테다. 자신으로부터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평생의 동반자인 피아노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자신 또한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평생 환경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목소리 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설립한 '모어 트리스'는 그 가치관을 한 눈에 보여준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연으로 그 또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자연 속에서 음악은 무수히 많은 소리로 만들어져 들려오는 것이다. 결국 이 사진으로부터 류이치 사카모토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곧 음악 그 자체가 되기에 그 어떤 고통에도 고요히 세상을 관철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긴 조각 일기


 

류이치 사카모토는 죽기 전 몇 년에 걸쳐 자신의 컴퓨터와 아이폰에 조각글로 일기를 남겼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의 에필로그에는 그런 조각글들의 일부가 공개되어 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했다.

 

 

20220129 : 노을을 보고 있자니, 구름의 느긋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과연 도쿄에서 몇 명이나 이걸 보고 있을까/구름의 움직임은 소리 없는 음악 같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도쿄의 한 병원에서 창문 너머 지는 태양을 바라보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 느릿하고도 느긋한 움직임을 그는 자신의 글에 남겼다. 평화롭고도, 또 예술적이다. 자연의 움직임조차 음악적으로 해석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기는 진심으로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사람에 대하여 아름답게 느껴지게끔 한다.

 

그가 남긴 조각글은 그 외에도 몇 편이 더 있으며, YMO 시절부터 마음을 주고 받은 다카하시 유키히로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글이나 이우환 작가에 대한 글이 존재한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직접 남긴 그의 조각 일기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마지막까지도 불타오르는 예술적 면모를 보여준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죽음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람의 잔잔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당신에게 이 책은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처럼 웅장하고도 아련하게 다가올 것이다. 위즈덤하우스의 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이다.

 

그는 이제 음악과 보름달 그 자체가 되었다.

 

 

 

[아트인사이트] 명함_PRESS.jpg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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