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색하지만 당연한 죽음 [영화]

영화 <코코>를 보고
글 입력 2023.07.0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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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코코>는 꽤 흥행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연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죽음과 죽기 전까지 절대 알지 못하는 사후세계를 주제로 다뤄서 남녀노소 나이 불문하고 흥미를 가졌던 것 같다. 특히,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감명 깊게 봤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당시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언젠가 성인이 되면 한 번 더 봐야지 생각했는데, 최근에 사후세계에 관심이 생겨 찾아봤다.

 

신발을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난 미구엘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신의 고조부가 음악을 하기위해 가족을 버렸다는 이유로 가족들 모두 음악을 싫어한다. 그래서 미구엘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몰래 꿈을 키웠다. 매년 죽은 자의 날에 음악 경연 대회가 열린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망쳐 나온 미구엘은 자신의 우상인 델라 크루즈의 기타를 빌리려고 손을 대자 영혼의 세계로 딸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죽은 가족들과 만나게 된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족의 축복을 받아야 하는데, 축복과 음악에 대한 반대를 함께 건넨 가족들에게서 도망친다. 델라 크루즈가 고조부라고 생각해서 헥터의 도움을 받아 그에게 찾아간다.

 

우상으로 여겼던 델라 크루즈는 진짜 고조부이자 그의 친구 헥터의 명예를 훔치고 죽인 살인마였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델라 크루즈는 둘을 가둔다. 다른 가족들이 둘을 찾아주고, 미구엘은 가족들의 축복과 사랑과 함께 이승으로 돌아간다. 이승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사라지면, 영혼세계에서 점점 사라지다가 영원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승에 닿은 미구엘은 코코에게 헥터의 노래를 들려주며, 헥터의 명예를 다시 알리며 영원히 기억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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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미구엘'인데 왜 제목은 '코코'일까?


 

예전부터 제목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다. 누가 봐도 미구엘이 주인공처럼 보이고, 104분 상영시간 동안 코코의 분량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제목이 코코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돌아보니 모든 가족들이 코코를 진정 사랑하고 있었다. 늙고, 기억력이 좋지 않아 자신의 이름을 늘 잊어버려도 코코랑 얘기하길 좋아하는 미구엘, 딸을 알아보지 못해도 계속해서 효도하는 그녀의 딸. 코코와 함께 노래하는 기억을 몇 십 년간 안고 살아가는 그의 아빠 헥터. 그래서인지 코코는 몸이 쇠약해도, 기억을 잃어가도 평안해 보인다. 특히, 마지막에 코코를 위해 ‘기억해 줘’를 부르는 미구엘을 보며 미소 짓는 코코는 더 행복해 보인다.

 

제목을 코코로 지은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도 힘이 있단 것을 느꼈다. 눈에 보이고, 실재하는 무언가의 뒤에선 더 크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받쳐주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기억의 유효기간  


 

영화에서는 죽은 영혼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짐과 동시에 영혼세계에서도 희미하게 사라져가며 진정한 죽음을 맞닥뜨린다.

 

아직 주변에 누군가 세상을 떠난 적이 없어 경험하지 못한 감정이다. 소중한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잊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한때 전부였던,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함께 이겨낸 그런 사람임에도 완전히 잊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물론 정신없이 바쁜 시기가 찾아오고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잠깐 무뎌질 수는 있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영영 남겨둘 것 같다.


친했던 사람과 멀어졌을 때,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큰 배신을 당했어도 그들과 보냈던 좋은 시간들 마저 부정하진 않는 편이다. 그들이 세상을 떠난대도 나는 매우 슬퍼하고 잠깐 동안(꽤 오래일 수도) 무너질 것 같다.


이토록 사람을 완전히 잊는다는 건 큰 감정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상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라서 가능했던 일이지만 어쨌든 코코의 마음 한편에도 가족을 버린 헥터가 아주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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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


 

사후세계를 믿냐는 말에 내 대답은 늘 아니오였다. 꿈을 꾸지 않는 날이면, 그냥 눈을 감고 뜨면 다음날이 찾아와있다. 죽음도 그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눈을 뜰 다음날이 없는 것만 빼면 말이다.


사후세계를 믿진 않지만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 번씩 든다. 제 명이 다 해서 죽는 거라고, 운명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영적인 것을 믿는 사람들의 주장인 것 같다. 세상엔 억울하게 죽는 경우가 많다. 사실 죽어 마땅한 생명은 없지만 말이다. 동물의 사랑하는 나는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보거나, 분양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안락사 당하는 강아지, 인간의 이득을 위해 희생 당하는 동물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든다.

 

사후세계가 존재해서 똑같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악질의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들을 봐도 같은 생각이 든다. 성추행범, 살인범 등을 보면 죽어 마땅한 생명은 없지란 말을 부정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의 인권마저 보장되고 있다. 사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마음으로는 전혀 이해가 안 되고 이해할 생각조차 없다.

 

만약 사후세계의 존재가 확신할 수 있다면, 그들의 범죄가 죽어서까지 그들에게 벌과 고통을 주는 걸 알았다면 범죄자가 사라지진 않아도 줄지 않았을까 싶다. 사후 세계를 믿진 않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때면 나도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해보곤 한다.

 

 

[서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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