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tay Or Leave - 떠나거나 머무르거나: 안전 이별 [도서]

글 입력 2023.06.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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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이별, Stay Or Leave


 

안전하게 이별한다는 건 뭘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없이 이별하는 것? 큰 사건 없이 이별하는 것? 이별이라는 자체를 해냈다는 것? 사실 이별 후에 오는 고통은 두 번째 문제다. 우리는 헤어지기 전에 헤어지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에 더 애를 먹는다. 


어째서일까? 이별 후 맞이할 고통이 두려워서 일수도 있고, 연애가 힘들어도 아직 상대방을 사랑해서 일수도 있고 이별을 말했을 때 상대방이 무너지는 걸 보기 싫어서 일수도 있다. 헤어짐을 마음 먹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다. 이별이란 그동안 함께해왔던 시간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내가 했던 모든 선택들을 후회하게 만들고 평생 함께할 줄 알았던 사람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내 이별하기로 결정한다. 결국은 지금 함께 있는 것이 더 이상 가치가 없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것이 통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날 사랑해주지 않을 때. 우리는 그렇게 고통스러우면서까지 연애를 할 필요는 없다. 책에서 말하는 안전한 이별이란 서로를 미워하면서 끝내는 이별이 아니라 서로에게 모든 것을 배웠고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즉, 사랑의 대단원이 마지막 막을 내린 것이라고 비유한다. 


 

[표1] 안전 이별.jpg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결말을 낼 수 있을까? <안전이별, Stay Or Leave>은 이별을 고민하고 있는 독자에게 이별에 대한 고민을 묻고, 이별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혹은 회피하는 성향의 사람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일이 이렇게 된 데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머무르거나 떠나거나. 우리는 이제 결정할 때가 왔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통해 사랑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던 알랭 드 보통이 기획한 <안전 이별>은 그가 2008년 영국에 설립한 ‘인생학교’에서 펴낸 책이다.


인생에서 큰 고비 중 하나라면 바로 이별이다. 그리고 이별을 할 때 가장 힘든 건, 이별이 ‘옳은 선택인가?’라는 고민. 주변 사람들에게 물을려고 해도 이리 저리 다른 관점들 때문에 머리만 복잡해진다. 


그래서 만들어진 책 <안전이별>에서 우리는 총 24개의 질문을 통해 타성에 젖어버린 관계를 돌아보며 이별을 결심한 것인지 또는 관계 회복을 노력해볼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그 선택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받을 것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까?

헤어지고 나면 외로워질까?

관계를 정말 거부하는 쪽은 누구일까?

이별이 꼭 비극이어야만 할까?

하지만 헤어질 만큼 밉진 않아!

어떻게 이별을 말할까?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까?



최선의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는 나름 나만의 기준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만약 어떤 기준도 없다면 최선을 다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저 구멍 난 항아리를 채우는 기분일테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그것이 커플 상담의 존재의 이유다. 책에서 우리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낭만적인 해결책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아 배우고 싶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건 아주 단순하지만 어려운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힘들게 마주한 현실임에도, 그 방법이 실패했을 때 우리는 비참해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상담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는 얻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속에서 ‘왜 관계를 끝내야만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얻을 수 있다.


감정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이별을 해야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끝없는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아줄을 얻어낸 것이다. 내가 변화하기 위한 발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는 것이다.

 

 

 

헤어지고 나면 외로워질까?



어쩌면 이 이유 때문에 헤어지기 싫은 것이 가장 클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 불안정한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특히 인생을 흔드는 감정이다. 그리고 불안정한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외로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54p. 혼자라는 건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다양한 선택지를 찬찬히 고려한 끝에 나를 배척하는 존재들을 직접 거부한 결과에 가깝다.

 

 

우리는 삶의 주체를 바꿔야만 한다. 우리는 이별을 당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별을 선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별을 할 때마다 버려졌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가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58p. 홀로 지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태도는 주로 나에게 상처를 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특히 내가 생각하는 가장 못났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지금 내 모습에 투영 한 결과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고 버려진 기억이 있다. 살면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마 다 그 기억은 또다시 떠오르며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즉, 홀로 남아 외로워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별은 버려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선택할 수 없었던 어린 아이가 아니다. 우리는 이별을 결심하기 위해선 우선 우리 내면에서 슬퍼하고 있는 어린 아이를 달래줄 필요가 있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관계를 정말 거부하는 쪽은 누구일까?


  

“내가 찼는데 차인 기분이야”

 

우리는 흔히 이별을 고한 쪽이 관계를 거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이별이 꼭 그렇지도 않다. 너무 사랑하기에 헤어지기를 결심한 사람도 있다.


이별을 고하는 것에 죄책감이 든다면 책은 이렇게 되새겨보자고 말한다.

 

 
"우리는 정말로 헤어지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영원히 충족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게 아니라 내 사랑이 영원히 응답받지 못함을 알기에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상대방에게 잔인하게 끊임없이 거부당해 온 상태라는 것. 죄책감을 갖기 전 우리가 받은 아픔을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별이 꼭 비극이어야만 할까?



나에게 이별은 비극이다. 나는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기 때문에 이별은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별을 사랑의 실패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영원한 사랑만이 사랑의 성공인 것일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평생의 친구도 되어야 하고 같이 양육도 해야하고 집도 같이 관리하여야 하고 현시대에는 한 사람과 너무나 많은 책임을 함께 져야만 한다. 그러나 사실 과거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이미 낭만주의의 사랑이 팽배한 현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치관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를 깨달을 수 있다.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만들어진 가치관, 우리가 꼭 성공해야만 하는 목표가 아니라는 것.


 
“지극히 친밀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이어 왔기에 서로를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이별은 마치 소설을 끝맺는 것과 같다. 작가의 영감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다 마침내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것이다.”
 


작가는 사랑을 한 권의 책에 비유했다. 이미 책에 담긴 모든 활자를 읽었기에 더 이상 읽을 것이 없다. 다 읽어버렸다는 아쉬움과 다른 책에 대한 기대감 따위를 가지고 우리는 책을 덮게 된다.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의 과정은 어린아이가 자라 부모의 품을 떠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이야기한다.

 

서로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결말인 것이다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목을 매라,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지 마라,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든 목을 매지 않든 무얼 선택해도 후회할 것이다. 그대들이여, 이것이 바로 모든 철학의 핵심이다.” -키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

 

이 책은 이별을 결정하는 데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후회와 미련을 갖지 않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 바보같이 구는 일이 없게. 그러나 어떻게 노력하더라도 풀리지 않는 일도 있다. 헤어지고 힘들 수도 있고, 헤어지지 못하고 힘들 수도 있고, 타협안을 만들었어도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근심 걱정도 없는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이건 후회할 것이지만 우리는 결국 선택해야 한다. 19세기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이러한 딜레마를 잘 이해한 사람이었다.

 

책의 말미에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할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우리는 조금 불행하다는 기분과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느끼며 무언가 잃어버렸다는 순수한 상실감에 괴로워할 수 있다. 허나 이것을 ‘틀린’ 선택을 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사랑의 문제에 있어 ‘틀린’것은 없으며, 온전히 ‘옳은’ 선택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 그렇게 그 선택은 삶이 우리에게 끝없이 던지는 무수한 딜레마 중 가장 날카롭고 멋지며, 가장 쪽팔린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24개의 질문과 이별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의 과거의 이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아마 그 당시에 이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쉽게 이별을 결심하진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떠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며 책이 건네는 조언대로 깔끔하게 행동할 수도 없다. 우리는 이별하기 위해 여전히 며칠 밤을 새서 울고, 지지고 볶을 것이다.


<안전이별, Stay or Leave> 떠나거나 머무르거나. 만약 상대방을 떠난다면 어떻게 떠날것인가. 안전한 이별이란 ‘잘’ 이별하는 것. 생각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양한 형태로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아픔보다 선행되어서는 안된다. 타협이 통하지 않았다면 꼭 상대방을 떠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책이 그 선택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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