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riter] 소행성에 보내는 편지

글 입력 2023.06.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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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B3470YE 호에 보내는 편지


안녕, 별아. 엄마야. 우리 별이가 결혼을 한다니. 우리 별이를 보내주기가 너무너무 싫지만, 그래도 별이를 언제나 사랑하는 엄마로서, 이 편지를 보내.


늘 엄마 품 안에 있었던 우리 아가. 너는 태몽도 유성우가 떨어지는 꿈이었어. 쏟아지는 별들을 막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저 별 중 하나를 내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벌떡 일어서서 별들이 떨어지는 들판으로 막 달려갔는데, 정말로 별과 점점 가까워지는 거야. 그런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별들 중에서도, 유독 광채를 띠며 아름답게 떨어지는 별이 하나 있었어. 그 별이 너무 예뻐서, ‘저 별을 저에게 주세요!’하고 빌었더니 정말로 내 손 안으로 그 별이 떨어지지 뭐야. 엄마는 그게 너무너무 예뻐서, 받자마자 손에 꼭 쥐고 품속에 가둬버렸어. 꿈속에서 조차도 아무한테도 주지 않으려고 꼭꼭 안고 있었어. 그게 우리 별이었던 거지.


네가 처음 엄마 품 안에서 움직인 날, 엄마는 아직도 잊지 못해. 바닷가를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안에서 뭔가 쿵쿵 울리는 거야. 내 심장 소리인가, 아니면 뱃고동소리인가, 얼떨떨해하는데, 그건 너의 소리였어. 엄마도 바다를 참 좋아했는데, 너도 바다가 좋았나 봐. 엄마는 바다에 반짝반짝 비치는 윤슬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었거든. 너는 아마 반대로 빛나는 잔물결을 보며 신이 났던 게 아닐까. 그 때 너와 함께 보았던 바다는 아직도 잊지 못 해. 그 때 신나서 발 구르던 너, 그런 너를 소중히 안고 행복함을 느꼈던 나. 나에게 너무 작기만 했던 너인데, 언제 이렇게 떠나보낼 때가 된 건지.


네가 떠났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사실 엄마는 믿을 수가 없었어. 넌 언제나 엄마에게 안겨있던, 작고, 연약하고, 소중한 존재였는데. 나를 떠난다니.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너에게 해가 되었던 걸까. 이 때까지 나의 행동을 모두 되돌아보며 이유를 찾고. 비슷한 경험을 하는 누군가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 준 의사 선생님에게도,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붙잡고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그 아무도 이유를 알려주진 않았어. 이유는 없다고. 그리고 잘못도 없다고. 엄마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랑 같이 잘 놀던 너였는데, 어떻게 한 순간에 이제 나의 아이가 아니게 되는 건지. 믿을 수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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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며칠 전에 책을 하나 읽었어. 모든 사람은 죽음 이후에 끝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소행성으로 간다더라. 이 우주는 아주 아주 광활하고 넓어서, 지구가 아니더라도 각자 행성이 있다고. 오히려 지구에 잠깐 놀러갔던 것이고, 어쩌면 원래 본인의 자리였을 소행성으로 돌아간다고. 그러고 보니 엄마도 별이에게 <어린왕자>를 읽어준 적 있잖아. 그 안에서도 어린왕자는 마지막에 소행성으로 돌아가더라고. 그게 죽음이라고 지구인은 생각하지만. 거기서도 말하잖아, 죽음은 끝이 아니라 그냥 돌아가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는 여전히 같은 우주 하늘 아래 숨 쉬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 품속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우리 별이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게 아닐까.


별아,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엄마 품속만이 온 세상이었던 우리 아이. 별이를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면 꼭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우리 꼭, 은하수 앞에서 다시 만나자. 엄마도 별이도 좋아하는 우주의 바다 앞에서 서로를 꼭 알아보는 거야. 엄마 품 안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며.


죽음과 결혼한 너도 축하하며. 엄마가.

 

 

[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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