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스럽지만, 찜찜하다 - 엘리멘탈 [영화]

글 입력 2023.06.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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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같은 공간에 있는데 동떨어진 낯섦을 경험한 적이 있다. 주류에 속하려고 애쓰지 않는 이상 이 현상이 계속될 강한 예감과 함께 말이다.

 

선택은 두 가지이다. 주류에게 융화되거나 혹은 현상 유지이다. 전자는 그들에게 속해 보이기 위해 외모, 출신, 언어, 발음, 억양 등의 자아를 점점 도려내야 할 것이고 후자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비주류는 주류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특히 비주류가 차별의 대상이 된다면 차별의 주체는 비주류를 정의하여 배척할 것이고 갈등은 심화한다. 영화 <엘리멘탈>은 그 배척의 피해자를 4원소 중에서도 ‘불’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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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의 공간적 배경인 ‘엘리멘트 시티’는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가 살고 있는 도시로 많은 원소가 이민한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그 기회는 불에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차별에 정당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지만, 영화 속 다른 원소들은 그들이 쉽게 불태우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 차별 속에서도 생명은 태어났다. 주인공 ‘앰버’는 불 원소 이민자의 2세로 아버지의 가게를 돕는 아버지의 ‘후계자’이자 사랑을 주술적 방식으로 점치는 어머니 아래에서 연애는 큰 관심이 없는 외동딸이다.

 

능숙하게 가게 일을 돕는 앰버의 치명적인 단점은 다혈질적인 성격이다. 유독 강한 화력에다가 분노를 조절하기 어려워 종종 가게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결국 중요한 행사가 있던 날 가게에서 화가 끓어오른 탓에 가게 수도관이 터져 물 원소의 ‘웨이드’를 만난다.

 

노후한 가게 상태를 본 웨이드는 하필 공무원으로, 가게 영업 정지 처분을 위해 도시로 돌아가고 가게 폐업을 막으려 앰버가 그를 쫓으면서 이야기가 심화한다.

 

여기서 우리는 익숙한 향기를 느낀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첫째로 태어나 가족 사업을 도우며 연애에는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 장녀. KBS 주말 연속극 속 여자 주인공에 적합한 인재이다. 심지어 자신과 정반대되는 낙관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와 마주치다니, 분명 그들은 감정적으로 사건적으로 복잡하게 엮일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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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건의 발단과도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대부분이 예상할 수 있다. 앰버와 웨이드는 갈등하다가 서로에게 끌리고, 각자 강한 반대 속에서도 사랑을 이룰 것이다. 단순한 플롯임에도 우리가 이 영화를 주목할 이유는 단 하나, 사랑의 표현 방식이다.

 

매체에서 ‘사랑’은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되어 왔다. “달이 참 아름답네요.”와 비슷한 대사,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 사기, 또는 입에 맞지도 않는 파이를 매일 사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행동들 말이다.

 

<엘리멘탈> 속의 사랑은 방식은 변화한다. 영화 초반 흙 원소가 앰버에게 자신이 피운 꽃을 따 주는 것, 부모를 수긍하는 앰버, 앰버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웨이드 등 마치 사랑이 일방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부모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앰버의 성장으로 사랑의 방식이 쌍방으로 바뀐다.

 

앰버의 행보는 뛰어난 영상미와 어우러져 사랑을 더욱더 감각적으로 보이게 한다. 특히 앰버와 웨이드가 처음 손을 잡고 포옹하는 장면은 둘의 사랑으로 새로운 화학작용이 일어났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가족과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확인하며 절을 하며 이별하는 장면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랑이 이겼다.’ 로 설명이 가능할 만큼 사랑스러운 영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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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는 허탈했다. 앰버는 웨이드의 도움으로 ‘착한 딸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 방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자꾸 곱씹게 되었다.

 

차별받던 불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물을 만나 꿈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에서, 대기업이라는 주류로 떠난 건 앰버 개인이다. 거기다 그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던 건 주류인 물의 연줄 덕분이다. 결국 불 원소는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불 원소는 계속 배척당할 것이다.

 

아마도 영화가 앰버의 내적 갈등을 중점으로 두었기 때문에 자세한 배경을 미처 풀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앰버의 내적 성장 해결 방식이 결국 주류 인종의 조력이고, 그 사이에서 앰버가 대기업 인턴 제안을 받은 이유 역시 주류 앞에서 유리 공예를 우연한 기회로 보여준 것뿐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전개일 수도 있으나 환상적인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는 불 원소에 이입하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앰버를 응원한 관객들에게는 허무한 결말이었다. 불의 속성으로 쉽게 대중교통을 타기도 어려워 몸을 웅크려야 하는 앰버가 도시에서 받을 차별을 알기에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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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찝찝함의 근본에는 ‘4원소’ 그 자체에 있다. 인종의 메타포로 4원소를 택한 이유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자 시각적으로는 흥미로운 설정이었으나 흙, 공기, 물은 공생하고 하필 차별받는 대상이 불이다. 게다가 다른 원소는 어떻게 공생할 수 있는지 관객은 알 수 없다.

 

게다가 불은 존재만으로 다른 원소에게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증발시키고 태운다. 즉, 차별에 적합한 이유가 있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작품 내에서 엘리멘트 시티에 네 가지 원소가 공생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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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아쉬움이 남지만, 영화의 만듦새가 뛰어나기 때문에 아쉬움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본문에서는 ‘찝찝함’이라 표현했지만, 이를 감수하고도 <엘리멘탈>은 사랑의 힘을 남겼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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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이롱
    • 제 말이요..ㅜㅠ 다들 호평이어서 나만 싫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저는 이 영화 보면서 진짜 불쾌하고 짜증났는데 감독이 한국인이어서 더 충격적이었어요.. 엔진오일 맛이 나네, 해서 사건을 더 해결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웨이드의 아빠 이야기 같은 속 이야기도 잘 안 나오고, 인턴 가서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떡밥도 덜 풀린 느낌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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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롱
    • 차별 받는 인종은 능력이 있어야만 주류 사회에 인턴으로라도 낄 수 있구나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요..

      에어볼이나 비비스테리아 보러 간 것도 마치 동양인은 서양인이 이끌어줘야 그런 경험도 하는구나 ㅋㅋㅋ 아니 농구 좋아하는 동양인 많잖아요.. 농구가 뭐라고..ㅜㅠ 그것도 구름이랑 물이 도와줘야 겨우 보네요..

      제가 너무 꼬아서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기에는.. 처음 배 장면부터 뉴욕 이미지 팍 나오고 각 인종들의 문화나 전형적인 모습을 많이 반영했고요.. 근데 반영을 해도 좀 좋게 반영하지 ㅜㅠ 왤케 킹 받게 반영한 걸까요..

      여담이지만 엠버가 오토바이 이상하게 타면서 교통 질서 안 지키는 장면도 짜증났어요 ㅋㅋ..

      아무튼 올해 본 영화 중에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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