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

글 입력 2023.06.1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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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 “우리 이제 친구 아니니까 언니라고 불러라!” 


대한민국은 6월 28일부터 나이 계산 방법이 만 나이로 통일된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나는 몇 살이 되는가 헤아려 보고 만나는 사람마다 태어난 달을 물으며 친구에서 형제로, 선후배에서 친구로 뒤바뀌는지 점검을 나섰다. 온갖 불평등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모두가 공평하게 생일이 지났으면 한 살이, 안 지난 사람은 무려 두 살이나 어려지는 마법이라니. 얏호, 신난다!


갓 성인이 된 청년이 있다. 앞으로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각오를 단단히 해놓았다. 힘든 일을 겪어도 ‘어른이 되었으니 견뎌야 하는 무게’쯤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렇게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가 싶더니, 6개월 뒤에 똥폼 그만 잡고 다시 열여덟이나 열아홉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어라, 철없던 고등학생으로 회춘하는 느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내면에 부조화가 일어나는 순간이다.


이미 먹은 나이를 반납해야 하는 행정법 개정은 혼란을 안겨준다. 출생 이후 줄곧 단일한 규칙 속에 살던 자들의 세상을 뒤흔드는 것이다. 앞만 보고 가던 우리에게 뒷걸음질은 익숙하지 않다. 나이는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추상적인 것이지만 그에 걸맞게 행동하고 스스로 끼워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는 한낱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세월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한 인간이 결사적으로 일구어낸 역사가 담겨 있다.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삶의 흔적이다. 숫자 한두 개가 깎임으로써 그 일부가 오려져 버리는 것이다. 


개정법 시행일이 되어도 경기장에서 ‘준비, 시작!’하고 달려 나가듯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리 없을 터. 자연스레 굳어지기까지는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먼 훗날, 강등당한 나이에 익숙해져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끊임없이 되새기고 기억해야 한다. 진짜라고 믿고 있을 나이가 한 번 번복되었다는 사실을, 그 속에 접혀 있는 시간을.

 

 

[정담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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