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대를 살아왔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미술/전시]

「MIMESIS AP6: SIGN」 - 《MIMESIS ARTIST PROJECT》의 여섯 번째 기획전
글 입력 2023.06.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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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주어지는 가치: 시간


 

시간이라는 것은 신기하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가치임과 동시에, 개개인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그 형태가 매우 달라진다. 그리고 그 형상은 자의적 선택과 의도치 않은 요인 및 사건들로 구색을 갖추고, 이를 반복하고 나면 각자 그만의 고유한 색채를 머금은 시간을 지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시간이라는 값어치는 참으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무한하지만 쓰임과 사건에 따라 한정적이기도 하며, 공정하게 부여되나 시대와 그 배경에 따라 여러 제약이 발생할 수도 있고, 또 그에 따른 산출물은 거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니까, 시간이라는 것은 그 속성을 함부로 정의할 수도 없고 모순적이라 평생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소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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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미있는 소재를 실험적인 방식으로 선보인 전시가 있다.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열리는 ‘MIMESIS AP6: SIGN’이 그 주인공이다.

 

해당 전시는 미메시스 뮤지엄이 주최한 기획전 《MIMESIS ARTIST PROJECT》의 6번째 주자인데,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개성적인 예술세계를 조명하고자 만들어졌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시간이 쌓여가는 과정을 세 작가 각자의 해석과 시선으로 옮겼다.

 

 

 

Part 1. SIGN of the Times


 

전시는 두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주제인 SIGN of the Times에서는 백요섭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업물의 가장 큰 키워드는 ‘중첩된 시간’이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겹겹이 쌓음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면서 적층한 시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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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간성이라는 특징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찰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 작가였다. 사실 그의 작품들은 추상화가 대부분이라, 작품으로부터의 명확한 깨달음과 해석을 도출하기까지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히 체감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시간을 향한 연구 정신’이다.

 

작가는 기억의 층위와 그림의 레이어를 동일선상에 배치했다. 계속해서 색깔을 덧칠하여 층을 생성하였고, 또 여러 번 긁어냄으로써 시간의 다채로운 특성을 중첩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시간이라는 것은 살아가는 세월이 길면 길수록 그로 인해 만들어진 추억 및 경험들이 켜켜이 쌓인다는 축적성과, 어찌할 수 없는 사건 및 사고로 인해 소중했거나 핵심적인 기억의 흔적들이 해체되는 소멸성을 동시에 지닌다.

 

실제로 해당 섹션에는 재개발 지역이 허물어지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시간의 다면적 면모에 주목하고 또 파고들며, 그것을 그만의 시각에서 해석하여 그려냈다.

 

 

 

Part 2. SIGN of the Society


 

두 번째 파트 SIGN of the Society에서는 윤석원, 서원미 두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Part 1에서는 시간의 특색 및 본질에 대해 파고든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해당 구간에서는 더 역사적이고 구체적인 시대의 사건과 인물, 사물 등을 표현하려는 느낌이 잘 드러난다.

 

윤석원 작가의 경우,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특히 두드러진다. 그의 작업물 중에서는 이러한 속성 간 대비가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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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작가 – 현재의 작가, 마른 식물 – 살아있는 식물, 실내 - 실외 등 시간의 영향을 받는 모든 것에 이와 같은 특성을 조명함으로써 시간의 대조성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감각을 드러내어 해당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방하였으며, 위 의도를 통해 현재의 것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과거의 산물이 되어간다는 반복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분법적으로 주제를 드러내서 그런지, 비교적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았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건 및 풍경들을 그려내어 공감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해당 전시 중 가장 인상적인 작가.

 

이어서 서원미 작가는 추상적이고도 사실적인 기법을 통해 적절히 혼합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지속 중인 전쟁과 개인의 사투, 그로 인해 촉발되는 문제의식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소재의 특성 때문인지, 작가의 세계관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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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구경하면서 특히 주목했던 점은 바로 작품의 ‘색채’였다.

 

서원미 작가의 작품들은 색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의 전시는 모노톤으로 시작하여, 끝나갈수록 점점 폭발적으로 색깔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작품 순서와 함께 고전적인 화풍을 선보여서 그런지, 회화의 역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밌게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해당 전시는 처음에는 6월 11일까지 개막하는 것으로 예정되었으나, 이어 6월 25일까지로 연장되었다. 오랜만에 실험적이고도 개성 넘치는, 그러면서 보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은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기분 좋았던 전시였다.

 

창작물에서 흔히 쓰임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시간이라는 소재에 대해, 개개인의 뚜렷한 생각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의 시야를 조금이나마 넓히고자 한다면, 조심스럽게 위 전시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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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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