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환기와 환기 미술관 [미술/전시]

시민 참여형 배리어프리 전시 '뮤지엄 가이드'
글 입력 2023.05.3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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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와 환기 미술관


 

김환기.png

<10-VIII-70 #185>, 1970, 코튼에 유채, 192x216cm

 

 

수화 김환기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컬렉터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산, 달, 강, 백자, 매화 등의 전통적 요소를 세련된 화풍으로 표현해내는가 하면, 점, 선, 면의 단순한 조형적 요소로 이루어진 화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환기블루를 비롯한 독자적 영역의 색감으로 관람객을 압도하기도 한다.

 

 

환기미술관 본관 외부 전경.png

환기미술관 본관 외부 전경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는 김환기의 개인 미술관인 환기 미술관이 있다. 김환기 작고 후 1978년, 그의 아내 김향안이 환기 재단을 설립하면서 건립을 추진한 미술관이다. 김환기는 생전 서울뿐만 아니라 일본, 파리, 뉴욕을 오가며 그림 생활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서울 부암동에 미술관을 설립한 데에는 생전 작가가 고국에 가졌던 애정이 바탕이 되었다.

 

건물의 설계는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절, 김환기 부부와 절친히 지내며 생활과 예술 면에서 활발히 교류하던 재미건축가 우규승이 담당했다. 김환기의 아내이자 미술관의 설립자인 김향안은 미술관이 단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작품이 살아 숨쉬며 머무는 ‘집’이라 여겼고, 건축을 맡은 우규승 역시 미술관 설계에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북악산으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길에 위치한 환기 미술관의 맞은 편에는 인왕산이 자리해있는데, 우규승은 네모난 기본 전시 공간에 주변 자연환경을 끌어들여 지역의 특징과 조화하면서도 김환기의 작품과 어우러지는 공간을 설계했다. 미술관 외부 모습 역시 주변 산세를 고려해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를 강조한 모습이며, 본관 내부 3층 전시관에서도 통창을 통해 인왕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달관이라 이름 붙여진 별관에서는 김환기가 생전 구상했던 아틀리에의 형태를 구현해 두기도 했다.

 

 

 

시민참여형 배리어프리 전시 《뮤지엄 가이드》


 

올해는 김환기 탄생 110주년이 되는 해이다. 환기 미술관 역시 김환기 탄생 11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2023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아 특별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2023.07.31.까지, 사진 촬영 불가능).


《뮤지엄 가이드》라는 이름을 단 이번 전시는 세 개의 큰 섹션을 통해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돌아볼 수 있음은 물론, 환기 미술관이 일찌감치 문을 두드렸던 문화 소외 계층의 문화 향유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민 참여형 배리어프리 전시-뮤지엄 가이드로 진행된다. 각 작품에는 농인&청인 문화교류 소모임인 ‘시작’의 모임원들이 시민 수어 해설자로 참여한 수어 해설과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영상 해설이 제공된다. 문화 접근성에 있어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환기미술관의 노력이 돋보인다.


각기 다르게 구성된 세 개의 전시관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적 자극을 통한 공간감적 전시 경험이 가능하다. 환기미술관이 교육과 참여 프로그램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만큼 전시 사전 참여자들의 워크숍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다.

 

화가는 세상에 없지만, 그림은 계속 남아 여전히 그 존재감을 내뿜는다. 환기 미술관은 김환기의 미술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아내 김향안의 손길이 더해져 마치 작가의 현현처럼 남아 북악산 언저리를 지키고 있다. 작가의 탄생을 기념하는 것은 작가 미술관이 부여받은 일종의 책임이지만, 그를 멋지게 풀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미술관에 대한 고민이 반가울 따름이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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