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 나의 뉴욕 수업

글 입력 2023.05.20 09: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02.jpg

 

 

6개월. 짧다면 짧고 길면 또 긴 6개월이라는 시간을 유럽에서 보냈다.

 

난생처음 혼자 나서는 여행길이었고 또 난생처음 방문하는 장소였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그때, 나는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쩐지 두렵진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어찌 그리 안일했을까 싶을 정도로 설레기 바빴다.

 

그러나 설렘은 오래갈 수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현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었다. 그럼에도 잘 해내는 것 외 내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때부터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나는 매일 아침 생경한 장소에서 눈을 떴다. 기숙사 방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몇 달 지낸 공간임에도 도통 익숙해지지 않았다. 어색한 기분. 나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책 <나의 뉴욕 수업>의 저자는 오랜 직장 생활의 안식년을 보내고자 뉴욕으로 향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문화/예술을 마음껏 누리고 돌아오겠다는 멋진 포부로 당차게 떠난 1년이었다.

 

이전에 몇 번 와본 도시이기도 했던 터. 모든 것이 다 수월할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뭔가 친숙한 이미지는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은 또 다르단 것. 저자에게도 뉴욕의 삶은 여행과 같을 수는 없었다.

 

그 상황에서 만난 사람이 에드워드 호퍼였다. 에드워드 호퍼, 그는 뉴욕을 배경으로 작업을 했다. 저자는 뉴욕의 괴테가 되고 싶었으나, 궁극적으로 남은 것은 호퍼였다 말한다. 아무리 집이 있고 학업이 있다 할지라도 뉴욕의 관점에서 그녀는 그저 한 명의 이방인일 뿐이다.

 

 

01.jpg

 

 

이방인에게 고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이다.

 

제아무리 집이 있고 할 일이 있다 한들, 이방인이라는 신분의 차이는 늘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도시 안에 나만 동그랗게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 도시인의 고독을 그려낸 호퍼의 그림이 저자의 마음에 날아든 순간이다. 심지어 그의 그림은 주요 미술관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우연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호퍼의 그림들과 마주하며 그 속에서 자신의 현재를 돌아봤을 저자. 그녀는 자신의 뉴욕 생활을 위로해 준 에드워드 호퍼와 함께 책 <나의 뉴욕 수업>을 집필했다.


뉴욕의 순간을 대표하는 인물을 호퍼로 선택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호퍼를 언급함으로써, 흔히 세상의 중심이라 말하는 뉴욕에서, 그 수많은 인파와 물자 속에서도 나는 고독했고 또 쓸쓸했다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심정이 내 오래된 경험과 참 많이 닮아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독을 고독이라 말했는가, 에드워드 호퍼라 말했는가이다.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책 <나의 뉴욕 수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매개를 통해 묘사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굉장히 깊어진다.

 

심지어 충분한 공감을 자아내는 책이라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김규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