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시카고'는 뮤지컬의 진수 같은 작품" - 신시컴퍼니 정소애 기획본부장

글 입력 2023.05.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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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_포스터.jpg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성 살인자의 이야기, <시카고>는 시대를 타지 않는 재즈풍의 음악과 눈을 사로잡는 관능적인 안무, 그리고 공감을 사는 풍자적인 이야기로 사랑받는 뮤지컬이다. 1975년 밥 파시의 주도하에 완성된 이 작품은 1996년 리바이벌 공연으로 다시 한번 새롭게 변신했고, 팬데믹 이전까지 오랫동안 브로드웨이에서 관객을 만나왔다. 작년부터는 리바이벌 공연 25주년을 맞아 결성된 팀이 미국 전역을 투어 중이다. 해당 투어의 일환으로 오리지널팀의 내한 공연 또한 예정되어 있다.

 

그 자체로 긴 역사를 가진 <시카고>는 한국에서의 공연 역사도 짧지 않다. 2000년 초연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꾸준히 무대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내한 공연을 포함해 한국에서의 모든 <시카고> 공연을 지켜본 사람이 있으니, 바로 신시컴퍼니의 정소애 기획본부장이다. 어느덧 공연업계에서 25년을 보낸 그에게 <시카고>는 어떤 작품일까. 내한 공연을 앞두고 정소애 본부장을 만나 <시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ChicagoTour25th_1114_CellbockTango Credit Jeremy Daniel.jpg

photo by JEREMY DANIEL

 

 

“우리나라 배우들의 기량도 물론 세계 수준이지만,

지역색이 뚜렷한 작품은 아무래도 본토 배우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죠. <시카고>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예요.”


 

반갑습니다. 이번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서 본부장님은 어떤 실무를 담당하고 계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금 하는 공연과 앞으로 하게 될 공연 모두에 두루두루 관여하고 있어요. 배우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조율하고 제작에도 참여합니다. 홍보나 마케팅의 경우 실무를 하는 직원들이 큰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돕는 정도예요. 특정 실무를 맡아서 한다기보다 전체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내한 공연은 다른 공연보다 할 일이 비교적 적은 편이에요. 이미 완성된 상태의 공연을 저희가 어떤 식으로 가지고 들어올지 정하는 게 핵심이라 국내 공연과는 업무 방향성이 좀 달라요. 공연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이슈에 대처하고, 이번 공연 홍보의 주안점이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이번 내한 공연이 성사된 배경과 과정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시카고> 내한 공연은 할 때마다 한국 관객은 물론이고 외국 배우와 스텝들도 굉장히 만족스러워했어요. 한국 관객은 원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좋아하고, 외국 배우와 스텝은 우리나라 관객 특유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죠. 오랫동안 <시카고> 제작팀과 손발을 맞춰 일해 왔기 때문에 서울 공연을 논의하면서 내한 공연도 항상 같이 논의하는 편이에요. 물론 내한 공연은 서로의 상황이 잘 맞아야만 할 수 있어요.


2015년, 2017년에 내한 공연을 한 후 2019년이나 2020년에 한 번 더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팬데믹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도 어려웠고 당시 미국은 공연 자체가 아예 멈춘 상태였거든요. 그러다 <시카고>가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팀을 꾸려 미주 전역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번 내한 공연 역시 그 대장정의 하나로 함께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6년 만에 내한 공연이 성사되었습니다.

 

 

국내 뮤지컬 공연은 많이 보지만 내한 공연은 본 적 없는 관객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을 위해 내한 공연만의 매력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해외 라이센스 작품의 경우 번역을 한다 해도 원작이 담고 있는 정서를 100퍼센트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본토에서 온 오리지널팀의 공연은 원작의 정서와 분위기, 창작자가 담고자 한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해내요. 우리나라 배우들의 기량도 물론 세계 수준이지만, 지역색이 뚜렷한 작품은 아무래도 본토 배우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죠. <시카고>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예요.


<시카고>는 시카고라는 도시의 분위기와 함께 특유의 관능미가 두드러지는 작품인데 우리와는 정서가 많이 달라서 국내 공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 표현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오리지널팀이 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시카고> 한국 공연을 봤던 관객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앞서 이 공연이 어떤 이미지로 보이면 좋을지 홍보 방향을 정하는 일에도 관여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시카고> 내한 공연은 어떤 이미지를 강조했는지 궁금합니다.


홍보를 위해 미국 팀에서 보내준 여러 이미지 중 선택을 해야 했어요. 미국에서는 25주년 기념 로고를 포스터와 홍보 이미지에 사용하고 있었죠. 빨간 테두리에 흰색 스파클링으로 채워진 모습이었는데, 저희가 보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그 로고 대신 늘 쓰던 빨간색 로고를 사용했어요. 


미국에서는 <시카고>가 워낙 장기공연이다 보니 변화를 주기 위해 로고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곤 해요. 하지만 한국 공연은 상대적으로 공연 기간이 짧으니 변화를 주기보다 짧은 시간 내에 관객에게 <시카고>를 각인시키는 게 더 중요해요. ‘<시카고>가 돌아왔다!’라는 메시지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이번처럼 가독성과 명시성이 좋은 이미지를 강조하게 됩니다.

 

 

ChicagoTour25th_4051_LoganFloydAndKatieFrieden Credit Jeremy Daniel.jpg

photo by JEREMY DANIEL

 

 

"내한 공연의 자막은 공연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되 무대 위의 리듬을 해치지 않아야 해요.

그래서 정말 많은 것을 고려합니다."

 

 

이번 <시카고> 내한 공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5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팀인 만큼 미국에서도 굉장히 공들여 배우를 뽑았기 때문에 일단 배우들의 역량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미국에서 나고 자란 배우만이 표현할 수 있는 <시카고>의 감성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또 <시카고>는 벨마와 록시의 연령대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작품이라 각 나라의 공연마다 다양한 벨마와 록시를 만나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예전부터 나이가 있는 배우가 벨마를 연기하고, 그보다 어린 배우가 록시를 연기할 때가 많았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벨마와 록시 모두 굉장히 젊은 배우가 연기하는데, 거기서도 색다른 느낌이 날 것 같아요.

 

 

내한 공연을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 또는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내한하는 오리지널팀이 좋은 공연을 보증할 수 있는 팀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외국 스텝들에게 몇 번씩 확인을 받죠. 또 모든 내한 공연에는 자막이 표기되는데, 이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관객이 공연에 전념할 수 있는 자막을 만들기 위해 많은 품이 들어요.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말씀하신 자막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궁금해져요.


자막은 공연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되 무대 위의 리듬을 해치지 않아야 해요. 그래서 정말 많은 것을 고려해요. 어순이 달라서 내용 전달에 시차가 생기지는 않는지, 영어로는 짧은 표현이 번역 과정에서 너무 길어지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관객이 공연을 보며 몇 번이나 자막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을지도 고민하죠. 정확하고 간결하게 표기되도록 신경을 쓰면서 관객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자막에 그림을 삽입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작업이 끝난 후에도 실제 공연을 모니터링하며 그때그때 자막을 수정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원래대로라면 배우가 말하자마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와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어와 한국어는 어순이 다르다 보니 자막으로 대사를 파악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한 박자 늦게 웃음이 나올 때가 있어요. 이 경우 극의 흐름을 해칠 수도 있기에 가능하면 배우의 대사가 나옴과 동시에 웃을 수 있도록 자막을 조정합니다. 

 

 

본부장님이 <시카고>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넘버는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시카고>를 봐오며 좋아하는 장면이 계속 바뀌는데요, 최근에는 ‘I Can't Do It Alone’이 나오는 장면이 가장 눈에 들어와요. 언론과 대중이 록시에게만 주목하는 상황에서 벨마가 록시에게 함께 공연을 하자며 애걸하는 장면인데,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요. 한때 엄청나게 잘나가던 여자가 지금은 처지가 바뀌어 비굴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이는 게 웃기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해요. 


한 사람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얼마나 비굴해질 수 있는지, 또 그 상황을 어떻게 영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인간의 솔직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해요. 이 장면에 공감하는 관객이 많아서인지 현장에서 박수도 많이 나와요. 벨마를 향한 연민의 박수처럼 느껴지죠.

 

 

ChicagoTour25th_7863_LoganFloydAndCompany Credit Jeremy Daniel.jpg

photo by JEREMY DANIEL

 

 

“<시카고>는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명료하고

그걸 어떻게 극대화해서 보여줄지 굉장히 많이 고민하는 작품이에요.”

 


본부장님은 신시컴퍼니에 계시면서 <시카고>의 첫 번째 한국 공연부터 모든 공연을 지켜보셨는데요, 본부장님이 보는 <시카고>는 어떤 작품인가요?


저는 늘 <시카고>가 뮤지컬의 진수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명료하고 그걸 어떻게 극대화해서 보여줄지 굉장히 많이 고민하는 느낌이에요. 간결한 무대지만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극명하고, 드라마의 구성과 음악에 있어 군더더기 하나 없이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는 작품이죠. 


시대를 타지 않는 작품이라고도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도 어느 사회에서건 통하는 이야기고, 음악도 전혀 촌스럽지 않아요. 뮤지컬이 10년 정도 지나면 기획사 입장에서는 이 작품이 너무 오래된 건 아닌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시카고>는 그런 고민이 필요 없는 작품이에요.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 100년은 더 계속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한국 초연부터 지금까지 <시카고>를 지켜보며 본부장님이 느끼는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카고>는 우리나라에서 통하는 이야기지만 우리의 정서를 담은 이야기는 아니기에, 이 이야기를 한국 관객에게 얼마나 와닿게 하느냐에 따라 공연 완성도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시카고>는 해마다 진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한국 공연은 밥 파시의 춤을 흉내 내는 정도였어요. 그러나 여러 차례 공연을 거듭하며 배우도 관객도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새롭게 공연할 때마다 지난 공연보다 좋아졌다고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초창기에는 어떤 장면이나 농담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서 직설적으로 표현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장치가 없어도 관객이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죠.


<시카고>를 계속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저희도 많이 노력해요. 이미 자리를 잡은 공연이라고 해서 예전보다 쉽게 생각한다거나 투자를 덜 하는 일은 없거든요. 한국 공연을 할 때면 지난번과 같은 배우가 나와서 같은 공연을 할지라도 매번 해외 스텝들이 와서 <시카고>의 정신을 우리에게 다시 가르쳐주기를 바라요. 그래야 유지되는 퀄리티가 있어요. 이 공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을 거기서 얻습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본부장님이 공연 업계에서 일하신 시간이 길다는 게 실감 나는 것 같아요. 일하면서 본부장님이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공연 자체가 재밌는 일이에요. 창조적인 사람과 함께 일하고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며 항상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쳇바퀴 도는 것처럼 반복되는 일이 지겨운 사람이라면 공연업계가 잘 맞을 거예요. 저도 결국에는 재미가 있어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도 많은데요, 즐거움의 기준을 성취감에 둔다면 어떤 공연을 올렸는데 초반부터 반응이 너무 좋을 때가 정말 즐겁죠. 정말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이 머릿속에 쫙 지나가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되어버리는 순간이에요. <맘마미아!> 초연 올라갈 때가 그렇더라고요.

 

 

<시카고>를 공연하면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카고>는 너무 완벽한 공연이라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지 않아요. (웃음) 늘 계획된 대로 평탄하고 정확하게 정리가 되는 공연이에요. 매번 기쁨을 주는 감사한 작품이기도 해요. 저희가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볼 수 있는 건 <시카고> 같은 작품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지금까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시카고> 내한 공연을 찾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6년 만의 내한이라 기다린 분들이 계실 거예요. 기대한 만큼 훌륭한 공연으로 반갑게 맞이하겠습니다. <시카고> 내한 공연은 <시카고>라는 작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공연입니다. 요즘 어둡고 침울한 작품도 많은데, <시카고>만큼은 즐겁고 흥겨운 공연으로 관객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부디 열린 마음으로 즐겁게 감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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