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야구장'에 가고 싶다 [운동]

글 입력 2023.05.05 07: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최근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평소 야구를 좋아하여 일본 프로야구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 ‘PayPay 돔’에 방문했다. 내가 다녀간 날에는 경기가 없어 야구장 내부에는 입장할 수 없었지만, 야구장 옆 쇼핑몰에 ‘오 사다하루 야구 박물관’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오 사다하루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4시즌 동안 소프트뱅크의 감독을 맡으며 팀을 전성기로 이끈 인물이자, 선수 시절 5번의 리그 MVP와 11번의 우승을 이끈 일본 프로야구의 레전드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전시 공간 이외에 다양한 야구 관련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타격과 수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와 투수가 되어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는 게임 및 구속 측정기 등 야구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스크린샷 2023-05-03 오후 11.36.29.png

후쿠오카 페이페이 돔

 

 

야구 경기가 없는 날임에도 박물관에는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였다. 그중 대부분은 아버지와 함께 방문한 어린이 팬들이었다.

 

내가 프로야구의 팬이 된 계기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릴 적 만화에서 등장한 야구가 재밌어 보였던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배트와 글러브를 선물 받아 시간만 되면 운동장에 가서 야구를 즐겼다.


야구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 때쯤, 아버지와 함께 잠실야구장을 방문했다. 그렇게 야구장에 직접 방문하여 경기를 관람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구매하게 되고, 회비를 내고 어린이 회원에 가입도 하였다.


본격적으로 프로야구의 팬이 된 지금까지, 응원하고 있는 팀이 우승한 적이 세 번 있었다. 2015년과 2016년, 그리고 2019년이다. 하지만 앞에 두 해는 한창 수능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이었고, 2019년에는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우승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었다.

 

물론 TV 중계를 통해, 또는 온라인 플랫폼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였지만 야구팬들에게 가장 설레는 순간은 직접 야구장에 방문하여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다.


학교만 졸업하면, 군대만 전역하면 야구장에 자주 방문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관람 제한이 본격적으로 해제된 지난해에는 수많은 시도 끝에 딱 한 번의 경기를 관람하였다. 한 번은 친구들과 함께 좌석 예매까지 해놓은 상태에서 급한 일정으로 인해 가지 못했고, 한 번은 갑자기 쏟아진 빗방울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이전에 함께 야구 경기를 즐겨보던 주변 사람들의 부재이다. 지역 연고의 특성이 강력한 프로야구 성격상 동네 친구들과 자주 야구장을 가곤 했는데, 당시 함께하던 친구들이 학업 및 취업 등의 이유로 지방에 뿔뿔이 흩어졌다.


또한, 다른 지역 출신의 친구들, 혹은 아버지의 출신을 따라 팀을 응원하는 친구들과는 응원하는 팀이 다르다. 이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려면 나를 포함한 함께 관람할 친구들의 스케줄, 그리고 해당 경기의 스케줄까지 모두 맞아야 한다.

 

현재 프로야구는 한 시즌에 팀당 16번의 맞대결을 펼친다. 이 중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경기하는 경우, 그중에서도 평일이 아닌 주말에 경기하는 경우를 단순하게 계산해도 절반의 절반이 된다.


이번 시즌도 이러한 이유로 아직 한 번도 야구장에 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혼자서라도 야구장에 방문해볼 생각이다. 다행인 점은 최근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은 너무나도 익숙해졌고, 혼자 공연을 관람하는 일도 몇 번 해보니 오히려 무대에 몰입할 수 있다는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 미국에 방문했을 때도 야구장에 가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했었다. 당시 관람객 문화 중 부러웠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혼자서 방문한 관객이 꽤 많았다. 이들은 관중석에서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눈다.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인 나와도 야구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두 번째는 리그의 역사가 깊다 보니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까지 3대가 함께 팀을 응원하러 야구장에 방문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미래의 모습도 이처럼 여러 세대에 걸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 팬들에 대한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것이다.

'아이는 아빠와의 추억을 먹고 자란다'라는 말처럼,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줄 문화가 자리잡힌다면

프로 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네임태그.jpg

 

 

[이호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