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망스러운 뿌리와 낯선 나라의 사이 - 리턴 투 서울

영화 <리턴 투 서울>과 낯선 인물, 프레디
글 입력 2023.05.03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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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새로움과 고루한 나


 

동양인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프랑스어를 들었던 것은 2015년의 <트윈스터즈>가 마지막이다. 그마저도 미국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였고, 프랑스에 입양된 인물의 프랑스어가 등장하는 수준이니 ‘프랑스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에 등장하는 동양인(그것도 한국인!)’은 처음인 셈이다.

 

나에게 영화 <리턴 투 서울>의 첫인상은 ‘새로움,’ 그리고 ‘신선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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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포스터

 

 

첫인상은 끝 인상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내내 나의 토속적이고 전형적인 기대를 벗어나 본인만의 길을 찾아가는 프레디를 비춘다. 주인공 프레디는 한국계 프랑스인으로,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입양아다. 너무나도 친숙한 외양과는 다르게 그의 모국어는 우리에게 낯선 프랑스어고, 그는 작품 내내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리턴 투 서울>이라는 제목에,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이, 한국어를 못한다? 나는 당연히 그가 한국어를 배우려 고군분투할 것을 기대했다.

 

 

 

잃어버린 정체성은 나의 것일까


 

기대와 달리, 프레디는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물 흐르듯 떠올린 예상이지만, 그 예상이 깨지는 순간 진심으로 반성했다. 우리는 모든 한국계 외국인들이 그들의 ‘뿌리’를 동경할 것이라고 단정 짓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가르치려고 든다.

 

그들이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는 것은 뒷전으로 미룬다.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백의민족’이라는 오래된 표어를 구닥다리라고 싫어하면서도 나 또한 한민족의 강한 정체성을 가진 채, 타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상영관을 나온 후에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입양된 한국계 외국인에게 한국은 어떤 곳일까? 비슷한 계열의 해외 입양아 관련 영화인 <트윈스터즈>를 보고 난 이후에도 했던 고민이지만, 다른 결의 영화인 <리턴 투 서울>을 본 지금은 또 다르게 다가오는 질문이다.

 

많은 입양아는 친부모를 찾고 싶어 하고, 미묘한 동경을 가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프레디를 보고 있자니 그 기저에 깔린 원망과 혐오가 자꾸 생각이 났다. 나를 버린 나의 뿌리. 한국이라는 나라는 주변과 다른 피부색에, 그리고 입양아라는 현실에 부딪힐 때마다 떠올리는 고함 항아리 같은 존재가 아닐까? 애초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멀게 느끼지 않을까?

 

만약 내가 입양아였다면 있는 힘껏 한국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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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이방인일 누군가를 생각하며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프레디의 정체성 고민만 다루지는 않는다. 놓치지 않는 유머 감각 또한 돋보인다.

 

프레디가 고모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짤막하고 서툰 영어가 등장할 때는 피식 웃음을 짓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프레디의 감정선을 위주로 전개되는 영화 속에서 숨통이 트였던 구간이다.

 

나 또한 짧은 외국어로 외국인과 더듬더듬 의사소통한 적이 있다. 이 영화가 프레디에게 삶의 전부가 아닌 지나가는 일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기도, 이 여정이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끊이지 않을 것을 생각하지 마음이 묵직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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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레디였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리턴 투 서울>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고민을 하게 하고, 나에게 낯선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였지만, 관객의 상상과 해석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살짝 설명이 불친절한 영화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을 상쇄할 정도로 나에게 새롭고 신선한 영화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서울로 돌아온 누군가의 낯선 이야기를 앞으로도 가끔 곱씹을 것 같다.

 

 

[박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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