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에게 안겨줘 [사람]

글 입력 2023.04.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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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난히 올해는 마음이 아린 소식들이 많다. 곳곳에서 몹시 아프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행복할 줄 알았던 올해가 오히려 불안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것 같아 쓰라리기도 하다.

 

 

 

나의 선택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선택과 결정으로 이어진다. 우연도 나의 의지와 동떨어져 일어나진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나의 태도와 삶의 방식에도 결국엔 선택으로 인한 책임이 존재한다. 가끔 책임을 온전히 나 혼자 감당하는 게 버겁게 다가온다. 다른 요인으로 탓을 돌려보고도 싶다. 하지만 돌고 돌아 화살은 나에게로 꽂힌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의 시작을 찾아 올라가 보면 결국 나의 선택으로 인해 벌어졌다고 생각이 드는 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무겁게, 후회스럽게 자책한다. 난 아직 이런 상황을 '잘' 대응하고 "꽤 능숙하게" 맞을 수는 없는 미흡한 애어른일 뿐이다.

 

나의 능력은 너무나 적어서 다른 사람들이 나쁜 평가를 할까 봐, 나의 평판이 무너질까 봐, 내 실제 모습을 들킬까 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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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약한 애어른들이 모인 공간이 사회가 되는 것인데, 왜 사회는 차갑게 느껴지는지 잘 모르겠다. 순위를 매겨 경쟁자들을 제치고 앞장서 나가는 인원들만이 살아남는 사회, 시스템이 잘못된 거라며 변화가 시급하다고 언론 평을 남긴다.

 

그런 사회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책할 때면 자신 있게 말한다. 너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그런 거라고, 못된 건 네가 아니라고. 동시에 나는 그런 말이 전혀 위로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아무리 모든 사람이 내가 잘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전해도 내가 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 그건 마음속에 이미 깊이 박혀 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로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심심하게 나의 최선을 전한다. 그런 닫힌 마음이 열리게끔 행동하고 싶다. 그리고 선택과 책임에도 깍두기가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온전히 내가 감당해 내야 한다는 말이 당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가치


 

모든 상품엔 가치가 매겨진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가치를 돈으로 매겨버린다. 절대 그래선 안 되지만, 인간의 쓸모를 연봉과 같은 숫자 값으로 쳐버린다.

 

모순되게도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일하다 보면 나의 쓸모, 효용이 0이라는 게 너무나 잔인하게도 생생히 느껴진다. 느끼고 싶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전부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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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조업에 종사하지도 않는, 특별한 기술도 없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나의 노동력이 곧 나의 셀링포인트가 된다. 나를 혹독하게 키우지 않으면 아무도 나의 길을 챙겨주지 않는다.

 

언어나 데이터를 읽는 기술이 부족하다면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노동 시장에서의 상품으로 나를 평가내리다 보면, 내가 받는 월급 가치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 괴롭기도 하다. 밥값 못하는 사람을 회사에 남겨둘 리는 없는 명백한 사실 때문이다.

 

다양한 유형의 소위 사람으로 먹고사는 직종들은 마찬가지 사정일 듯하다. 특히나 연예계는 완벽한 상품을 원한다. 모두가 원하는 이상을 담은 드라마와 이상 속 유소년, 소녀, 여성, 남성들이 등장하는 매체에서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슬픔을 드러내기보다 웃음과 행복을 전하는 데 당연히 앞장서야 한다.

 

대중은 완벽한 모습으로 남길 원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기대에서 멀어지거나 그냥 이유 없이 혹평을 남기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저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들은 모두에게 완벽해야 할 상품이니까 점점 대다수가 원하는 이상향으로서의 모습으로만 남게 된다.

 

나 또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다 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럴수록 "맞는" 삶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게 된다. 당당히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면


  

요즘 유독 사회적 가면을 오랜 시간 쓰고 있어 버겁다. 그 가면이 언제 벗겨질지, 벌거벗은 나를 의도치 않게 보여줄까 봐 두렵다.

 

사회적 평판에 딱히 휘둘리지 않고 그냥 내 갈 길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도 남들의 평가에 신경이 곤두서고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시간 넘게 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1인극의 배우들이 떠오르면서 그 도전정신과 자신감, 태연함이 참 부럽고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다.

 

오히려 나는 그럴 깜냥이 안 된다는 믿음에 혼자 스스로 한계를 마주한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1차원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서글퍼지고 상대방이 나를 안 좋게 보진 않을지 걱정된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다.


 

자기 파멸과 자책은 어쩌면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서, 자기를 안아주고 싶어 시작된다는 것. 그렇기에 더욱더 자신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다른 이에게 전하는 따듯한 포옹을 나에게도 안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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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고결한 가치를 지닌 건 무언가로 정의된 역할로서의 내가 아니라 다른 부연 설명과 역할이 필요하지 않은, 그냥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나다. 너무나 속상하다. 모두가 동의하지만, 실생활에서 이 진리를 실천해 자신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와 사랑을 선사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되어 내가 애정하는 모든 영혼들에 안녕을, 평온을, 환희를 안겨주고 그들 품에 폭 안기고 싶다.

 

영원한 찬사를 당신에게 보냅니다.

 

그리고 당신이 모두에게 그랬듯, 나에게도 웃음 어린 사랑을 보내고자 합니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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