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마법 같은 순간들을 위하여 [음악]

오늘 지금 이 '순간'
글 입력 2023.04.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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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틈만 나면 한참을 듣는 노래 하나가 있다. 바로 호피폴라와 고막소년단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 하현상의 노래 ‘MAGIC’다. ‘MAGIC’은 2022년 5월 30일에 발매된 ‘Living the moment of love’의 타이틀곡이다.
 
 
 
 
 이 곡의 앨범 소개는 다음과 같다.

 
하현상 5th DS “Living the moment of love”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가장 큰 사랑을 느낍니다.'

타이틀곡 'MAGIC'은 밝고 경쾌한 기타 리듬과 젊고 자유로운 밴드 사운드의 눈부신 어우러짐이 인상적인 업템포 팝 록 장르의 곡입니다. 추억을 회상하는 '심야영화'와 내일을 희망하는 '등대' 사이에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노래한 'MAGIC'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사랑으로 풀어낸 가사가 매우 인상적인 곡입니다.
 
드림 팝 장르의 곡 '밤 산책'은 아무도 없는 빈 밤거리 같은 공간감과 그 속을 거니는 기타 선율의 그리움, 무심한 듯하지만 아련함이 어우러진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으로 채워진 곡입니다. 밤거리에 홀로 켜져 있는 가로등 불빛 같은 하현상의 보컬은 때로는 다독이듯, 때로는 눈물 흘리듯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줍니다.

신선한 음악과 서정적인 가사로 매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싱어송라이터 하현상이 이야기하는 사랑

하현상 5th DS “Living the moment of love
 
 
나는 하현상을 2022년 겨울 ‘등대’라는 곡으로 처음 알았다. 그때는 ‘등대’가 발매된 지 거의 1년이 지난 시기였고, 하현상은 ‘MAGIC’ 이후로 많은 곡을 발표한 시기였다. 어찌되었든 ‘등대’에 빠져 ‘파랑 골목’이나 ‘3108’, ‘죽은 새’, ‘A Book of Love’ 등의 곡을 많이 들었다. 내가 제시한 곡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밝은 곡이 아니다. 곡에서 하는 메시지는 위로이고 따스한 이야기일지언정, 곡의 분위기 자체는 조금은 잔잔하고 한편으로는 공허하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하현상이 본인만의 아름다운 미성으로, 청자로 하여금 아득함을 안겨주는 가수인 줄 알았다. 그럼에도 무심하게, 조금은 조용하게 건네는 위로를 결코 놓지 않는 가수라고 말이다.

‘MAGIC’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듣게 된 곡이다. 들으면서 참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수의 목소리가 하현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현상의 곡’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즐겨 들었던 그의 곡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MAGIC’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다른 곡에 비해 훨씬 경쾌하고, (곡의 분위기만 보면) 꽤나 찬란하고 밝기 때문이다.
 
처음 가사를 모르고 곡을 들었을 때는 마냥 좋았고, 둘째로 가사를 보며 감상했을 때는 의아했고, 계속해서 들으면서는 오히려 후련함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한다.

 
안녕 우리 그때가 마지막이었나
두 눈에 가득 담겨 있던 사랑의 노래가
지난 우리 그때가 소중했었던가
마법에 빠진듯했었던 추억이 있었나
얼어붙은 커튼마저도
나 너를 생각하면
단숨에 녹아버리고
I feel the love 순간을 안고 있어
그 시절 속의 내가 더는 없대도
마법에 머물기를

돌아보면 그때가 소중했었던가
작은 일에도 웃음 짓던 날들이 있었나
얼어붙은 하늘마저도
나 너를 생각하면
단숨에 녹아내리고
I feel the love 순간을 안고 있어
그 시절 속에 내가 더는 없대도
마법에 머물길
I feel the love 끝없이 쏟아지는
빗속을 헤매어도
괜찮을 만큼
사랑에 빠지기를

Bye bye my love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절 속의 내가 더는 없대도 그댄
I feel the love 하늘을 날고 있어
그대 나를 안으면
I feel the love 순간을 날고 있어
그대 나를 안으면
Everyday oh every time you're in me
Whole new days begin
When you're with me
Cause you bring out, the best of me
Everyday oh every time, you're in me
 
 
이는 곡의 가사다. 처음에는 이 곡을 사랑했다가 헤어진 이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하며 노래를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들었을 때 이 노래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우리 그때가 소중했었던가. 마법에 빠진듯했었던 추억이 있었나.’, ‘돌아보면 그때가 소중했었던가. 작은 일에도 웃음 짓던 날들이 있었나.’라는 말은 “우리는 그때가 정말 소중했었을까?”, “좋은 추억이 있고, 작은 일에도 웃음지는 순간이 있던 게 맞는가?”와같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가사는 또 ‘얼어붙은 커튼마저도 나 너를 생각하면 단숨에 녹아버리고.’, ‘얼어붙은 하늘마저도 나 너를 생각하면 단숨에 녹아내리고.’라고 말하며 상대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화자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이지?’하는 혼란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하현상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기에, 가사에 대한 이상함을 혼자 품은 채로 이 노래를 듣고 있었다.

이 노래가 새롭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한 가지 일을 겪고 난 후였다. 얼마 전에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계신 전문가 분을 만나 대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그분은 지금 영화 일을 하고 계셨고, 외에도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일을 하고 계신 분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셨고, 하고 있는 그분께 내가 했던 질문은 “현장에서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같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나는 어떤 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예술이라는 불확실한 일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고, 힘들 때는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등의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현장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은 나의 고민에 대한 누군가의 답변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마구 쏟아내서 질문을 하니, 그분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는 다른 것이 좋아질 수도 있고, 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매 순간을 더 열심히 하고,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 손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모든 순간순간이 마법 같기도 해서 당장은 이 일을 놓고 싶지도 않다.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보고 있자면, 이 다음에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또 결국 무엇이든 하다 보면 해결되는 고민이고, 그 과정은 계속 나를 변화시킨다. 그 변화가 또 다시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이 반복되는 게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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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만남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도 나는 하현상의 노래를 들었다. 해가 져 깜깜해 보이지도 않는 창 밖을 보며 ‘MAGIC’을 들으니 그 노래가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더는 이 노래에서 말하는 ‘너’가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으로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어쩌면 ‘MAGIC’에서 말하는 ‘너’는 꼭 사람이 아니고, 과거의 내가 빠져 있던 모든 무언가들을 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어린 시절 나는 우쿨렐레 치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중학교에 가고부터는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고 우쿨렐레에는 손도 대지 않게 되었다. 그것을 치지 않다 보니 지난 날 내가 가졌던 흥미들은 점점 무색해졌다. 우쿨렐레를 품에 안아도 연주하고 싶었던 곡이 없었고, 연주를 한다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았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 나는 분명히 그것을 사랑했고, 꼭 마법에 빠진 듯한 시간을 보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내가 노래를 들으며 의구심을 품었던 가사는 아마 "우리는 그때가 정말 소중했었을까?”, “좋은 추억이 있고, 작은 일에도 웃음지는 순간이 있던 게 맞는가?” 따위의 의구심이 맞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소중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 너무나도 많이 변해 버린 지금, ‘그 순간에 내가 겪은 일이 맞는가? 꿈은 아니었을까?’처럼 조금은 그리운 마음, 애틋함에 가까울 뿐이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은 미련은 아니고, 그 기억대로 머무를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다. 또한 그 일들은 내게서 얼어붙은 것을 녹게 만들 수 있다.
 
과거에 하던 것을 지금도 하고 있지 않아도, 과거에 좋아하던 것을 지금은 좋아하지 않아도 그것들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 같다. ‘사람은 순간의 행복한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삶은 그렇게 마법 같은 일들로 단장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꺼내보고, 다시 그것에 머물러 보기도 하며 매일을 살 것이다.
 
비록 마법은 ‘순간’의 일이고, 일순간 꺼져버리는 촛불처럼 사라지더라도 우리 안에 오래오래 남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떻게 빠질지 모르는, 어쩌면 매 순간일지도 모를 마법 같은 순간을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기대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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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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