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건 이해하고 싶은 자들의 발버둥이랄까 [사람]

[누구냐, 넌] [나? INTP.]
글 입력 2023.04.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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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일까?


요즘 들어 '나'라는 존재에 관한 의문이 생겼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길래 내 주변엔 이런 사람들이 있고, 나는 이런 일을 하며 사는 걸까? -여기서 '이런'이란 어떤 의미냐고 묻는다면, 그 안의 내용들도 아주 세부적이고 다양하여 정확히 한 줄로 요약할 수 없다.

 

그냥 나의 현황, 또는 주변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붙잡고, 나의 '인상'을 물어봤다. 그런데 그 답들도 천차만별이라, 대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 수 없어졌다. 오히려 물어보고 나니 내가 생각해왔던 나의 모습도 함께 모호해졌달까.


머리를 싸매며 내린 결론은, 나의 눈과 판단으로는 결코 '나'라는 존재의 완벽한 정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적성과 성향, 가치관만으로는 '나'를 완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까지도, 정확히는 내가 사회와 연결된 모습까지도 알아야 나 자신에 대해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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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나를, 난 어떻게 봐? 사람은 평생 건너편에서 본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하지 않나. 거울에 비친 모습도 시야의 각도나 보는 이의 시력 등으로 인해 약간의 왜곡이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와 완전히 같은 자기 자신의 모습은 육안으로 볼 수 없다.

 

하물며,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한 분석이 담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주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타인에 대한 정의'는 얻어 내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사람마다 다 다르게 생각하는 '나'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덩어리로 만든 다음 한 줄로 뽑아낼 수 있겠는가. 결국 '자아의 완성'은 삶 속에서 가장 이루어내기 힘든 인간의 과업이 된다. 타인의 관점에서 본 나를 요약하여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근데 이게 또..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서(Feat. MBTI)


  

사람이라면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나아가 어떻게 삶을 풀어가고 싶은지 결단이 딱 내려졌으면 좋겠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이런 분야에서도 사회는 늘 장치를 마련해 왔다.


옛날의 우리 조상들은 사주팔자를 봤다. 간단히 말하면, '사주팔자'는 태어난 연, 월, 일, 시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믿는 일종의 철학이다. 이 학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십이 간지의 조합을 통해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을 구분하기도, 인생의 흐름을 점 치기도, 또는 사람과 사람 간의 궁합을 따져 보기도 했다.

 

20세기 이전에는 부모나 조상의 영향력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 강했기 때문에, 사주팔자에 따라 가문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고 가문의 일을 물려받아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에 와서는 물론, 그만큼의 강제력이나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선천적인 것 이외에도 주체적으로 진로와 배우자를 선택하며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주팔자에서 조금 지나면 '혈액형'에 따른 인간 군상의 구분이 등장한다. 개인의 선천성에 따른 구분이라는 점에서 사주팔자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신뢰할 만한 근거는 없다. 같은 혈액형이면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추론이 사회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어 통용되었지만, 현재까지 이어지지 않는 정도. 딱 그 정도다. '혈액형론'이 왜 인기를 얻게 되었는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자면 무리 짓기 편해서가 아닐까. 별도의 분석이 없어도 모두가 알고 있는 '혈액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뭉뚱그릴 수 있고, 비슷하다고 판단한 사람과 함께하기 좋은 계기가 되니까. 참으로 쉽고 편한 사교 방식 중 하나인 것이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지금 '혈액형론'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MBTI'이다. 이는 대인관계, 사고방식, 가치관, 일 처리 습관 등의 지표를 각각 나누어 조합한 네 글자가 사람의 성향과 특성을 결정짓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MBTI 검사는 꽤나 검증된 연구를 근거로 한다. 칼 융의 성격 유형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각 개인이 응답한 삶 속 선호 경향에 따라 총 16가지의 유형으로 사람을 분류한다. 사주팔자처럼 선천성에만 기반을 두지 않으며, 혈액형처럼 근거가 없지도 않아서 현대 사회에서 인기를 얻는 것 같다. 유사과학이긴 하지만, 그래도 과학이잖아? 내가 주체성을 가지고 선택하는 것들은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잖아? 개척 정신을 표방하는 요즘 세대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떠나서도, 현대 사회에서 '나'를 이해하는 장치로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정확히는, 객관성을 가지고 '내 삶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날것의, 그 또한 주관적인 평가들을 버무려 한 줄로 요약하는 것보다 훨씬 덜 오래 걸리고, 조금 더 객관적이다. MBTI 결과를 통해 본 '나'는, 실제로 타인이 바라본 '나'와는 또 다르지만,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MBTI에도 문제가 있다면, '혈액형론'에서도 언급했던 '뭉뚱그리기'다. MBTI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맞지만, 그게 정말 그 사람의 모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바로 위에서도 말했듯이, MBTI는 단순히 응답자의 선호 경향에 맞춘 분류라, 실제 주변 사람들이 바라본 그와는 일정 부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같은 유형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넘겨짚곤 한다. 그것이 타인에 대한 이해의 전부가 되는 것이다. MBTI 검사 결과 하나만으로 타인에 대한 정의를 가둬버리기 시작했을 때,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넌 OOOO인데, 그럼 평소에 OOOO하겠네?"


이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말이 맞다면 상관이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여러분 중 일부는 이미 이러한 일반화를 당해 본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타인과 나 사이의 경계가 없이 일반화가 되어 버리고, 평소에 그렇지 않은데도 '넌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며 내 행동의 범위를 제한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성격 유형에 대한 분류는 유쾌하게 바라보면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지만, 그것에 과하게 몰입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사회 속 작은 불편을 초래하게 되는 것 같다. 따라서 활용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건, 이해하고 싶은 자들의 발버둥이랄까.


  

'나의 정체성 찾기'와 '타인과 섞이기'를 위한 성격의 분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존이 최우선일 때는 개체별 능력에 따라 뭉뚱그렸을 것이고, 명예가 최우선일 때는 정치성향이나 재력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가치들에 따라 뭉뚱그렸을 것이다. 현재에 와서는 '관계'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더욱이 타인과 함께 뭉뚱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게 개인의 관점에서 불편하건, 아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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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찾기'가 사회 속에서 하나의 가치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이해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에 대한 이해까지 확장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포인트가 아닐까. 동시에 본인에 대한 이해까지 타인이 주길 바라는 기대가 섞여 있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타인과 섞이는 데 드는 불필요한 노력과 감정의 낭비를 뛰어 넘어, 타인과 나 사이의 공통 분모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언젠가 일반화 당하더라도 상대방을 미워하거나 불만을 가지진 않으려고 한다. 저 사람도 나와의 친밀감을 높이고 싶거나, 아니면 세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은 거겠지. 본인이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만큼 이해받고 싶기도 하니까 그러는 거 아닐까. 그렇게 물 흐르듯이 생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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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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