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960's 스윙잉 런던 속으로 -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나는 그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글 입력 2023.04.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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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되는 활기차고 유쾌한 에너지 가득한 1960s Swinging London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시를 관람하고 왔다.


살아있는 현대 미술의 역사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 뿐 아니라 1960년대 영국의 팝아티스트 거장 리차드 해밀턴, 피터 블레이크 등 14인의 작품들로 풍성하고 볼거리 많은 전시였다. 들어가자마자 울리는 즐겁고 유쾌한 ’Swinging London‘ 음악과 함께 그만큼 다채롭고 활기찼던 1960년대 런던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1960’s, Swinging London과 팝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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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바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멋진 도시다

 

- 보그 편집자, 다이애나 브릴랜드



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유쾌하고 신나는 댄스 음악과 함께 선명하고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가장 젊고 흥겨웠던 1960년대 그 시절 런던 거리의 한복판에 와있는 듯 했다.


1960년대는 영국에서 사회적, 문화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에서 벗어나 번영과 낙관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영국에선 특히 청년 문화가 활기를 띠었고 런던은 예술가, 음악가, 작가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창의성과 실험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의 팝아트는 광고, 패션, 대중 매체에서 영감을 얻어 당시 대량 생산된 소비문화를 기념하는 운동으로 등장한다. 

 

 

팝아트란

대중적이고, 덧없고, 소모적이고, 저비용으로, 대생산이 가능하고, 젊고, 위트 있고, 섹시하고, 요염하고, 매력적인, 빅 비즈니스이다.

 

- 리차드 해밀턴

 


영국 팝아트는 1950년대와 1960년대 등장한 사조로,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요한 특징 중 하나로는 대중문화와의 협업이 있다. 팝아티스트들은 예술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고 예술, 문화, 사회관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했다. 이들은 광고, 만화책, 대량 생산된 소비재와 같은 대중문화의 이미지와 상징에 매료되었으며 콜라주 기법과 같은 새로운 기법들로 작품들을 통합하려 노력했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고 도발적인 예술 작품들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리차드 해밀턴과 피터 블레이크 등 영국 팝아트의 주요 인물 중 다수는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팝아트와 대중음악의 대표적인 협업 작품으론 피터 블레이크가 제작한 비틀즈의 상징적인 앨범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밴드 표지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비틀즈 본인 뿐만 아니라 마릴린 먼로, 밥 딜런, 칼 마르크스 등 대중 문화 속 유명 인사들의 이미지가 콜라주되어 있다. 유쾌하고 신선한 동시에 예술적인 미감까지 놓치지 않은 부분이 보인다. 


영국 팝아트와 대중음악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이들은 예술위 위계에 도전했으며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예술은 도발적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예쁜 그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에 도전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앨런 존스

 

 

팝아트의 또다른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대량 생산과 복제’였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팝아트가 인쇄술을 사랑할 이유가 되었다. 스크린 프린팅, 리소그래피, 오프셋 인쇄, 콜라주, 에칭 기법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예술가들은 작품을 빠르고 쉽게 여러 장 제작할 수 있었으며, 이는 빠르게 변화하고 상업화된 당시의 문화에 적합했다. 


단순화된 이미지와 대담하고 밝은 색상,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우 효과적이고 대담하며 그래픽적인 이미지들은 공공장소나 잡지 및 광고와 같은 매스미디어에 전시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리처드 해밀턴, 피터 블레이크와 같은 예술가들은 화려하고 유쾌하며 대담한 작품들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만들었다. 특히 팝아트 스타일에 독특한 관점을 도입한 호크니의 작품들은 이 시기 영국 팝아트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데, 기발함과 유머 감각이 특징인 그의 그림과 판화는 강렬하고 밝은 색상들로 보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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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잉 런던은 단순한 시기가 아니라 분위기, 태도,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 헌터 데이비스,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러스트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는 생각을 좋아합니다. 저는 배타적이거나 엘리트주의적인 예술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 피터 블레이크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전시와 작품들을 속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팝아트의 사회 참여적인 성격이었다.

 

대중문화와 팝아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한 영국의 수많은 팝아티스트들은 대중 음악, 대중 매체, 대중 문화 속 이미지들을 차용하고 콜라주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동시에 그들의 작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와 감상을 남겼고, 더 나아가 대중 문화에 어떠한 변화의 바람이 되기도 했다. 팝아트와 대중문화란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였던 것이다.


미술이나 예술에 전문 지식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직관적이며 대중적인 매스미디어의 아이콘들의 등장하는 작품들은 내게도 어쩐지 친숙하고 익숙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작품은 유쾌하고 흥미로운 동시에 모순적인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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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해밀턴, 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다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리차드 해밀턴이 1956년 런던 화이트채플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그룹 전시회 ‘이것이 내일이다’에 출품하기 위해 만든 ‘어제의 가정을 그토록 다르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이미지의 새로운 버전이다. 디지털 콜라주 기법이 사용되었다.흥미로운 콜라주 이미지들과 함께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의 제목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해밀턴은 수년 전 아티스트 네릭 보쉬어가 자신에게 보낸 스페인 호텔 침실의 엽서를 방 구조의 기초로 선택했고, 이미지를 스캔하고 오려 붙여 확대한 후 가정용품과 두 사람의 인물로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이미지는 모두 시사적이 것이었다. 


세 벽면의 벽지는 회로 기판을 스캔하여 만든 것으로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강조한다. 방의 두 창문에는 1991년 걸프전을 연상시키는 먼지구름 속의 탱크와 에티오피아 난민을 연상시키는 군중 등 전쟁 장면이 그려져 있다. 해밀턴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성 정체성과 성 정치의 극적인 변화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 위해 오리지널 버전에서 소파에 앉아 있는 풍만한 여성 대신 잡지에서 본 유연한 여성 보디빌더의 이미지로 대체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작에서 근육질 남성 보디빌더가 등장했던 부분을 직접 찍은 런던 금융가의 사진으로 대체했는데, 이는 금융 시장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로 새롭게 성장하는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했다. 하나하나 콜라주한 이미지들을 자세히 바라볼수록 많은게 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 시대의 조각들이 담겨있다고도 느껴졌다. 

 

 


호크니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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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겐 누구나 뮤즈, 꽂히는 이미지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작품의 주제이자 근원이며 창작의 에너지 그 자체가 되곤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경우는 그것이 ‘물’이었다. 독특하고 다양한 본인만의 예술적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던 데이비드 호크니는 ‘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하고 또 바라보고자 했다. 196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그는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반사된 수영장에 매료되었고, 그 이후 물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로 수영장 시리즈를 많이 그렸다. 

 

 

물은 ’어느 지점‘을 볼지 결정할 수 있다는게 매력적이에요. 반사된 부분이나 물 표면을 보다 갑자기 물속을 볼 수도 있죠.

 

- 데이비드 호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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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물의 성질을 화면에 담고 싶어했다. 물이 가지고 있는 유동성, 깊이감, 공간성, 시간성에 주목했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물의 흐름을 다양한 선으로 표현했으며, 빛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색깔을 포착하기 위해 다시점, 다시간에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는 훗날 보고 또 보여지는 방식에 대한 그의 다른 작품들의 주제로 뻗어나갔다. 


온통 파랗고 시원한 공간엔 호크니가 담고 싶었던 어떤 순간의 물, 그 시점의 반사된 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동굴에서 시작해서 아이패드까지


 

 

그림의 역사는 동굴에서 시작해 바로 지금, 아이패드까지 왔어요. 

이 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 데이비드 호크니

 


2009년 봄 데이비드 호크니는 첫 디지털 드로잉 전시회를 열었다. 넓은 선과 눈부신 색으로 된 아침풍경을 디스플레이에 직접 묘사했다. 그 이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이패드를 통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21세기 현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무척이나 친숙하고 또 익숙한 일이다. 나 또한 종종 취미로 패드에 그림을 그리곤 한다. 1937년생으로, 1960년대 영국 팝아트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호크니가 오늘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내겐 너무 놀랍게 다가왔다. 그 당시 파격적이고 새로운 팝아트를 이끌었던 선두주자답게,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트렌드와 뉴미디어에 밝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저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말 그대로 동굴에서 시작해 아이패드까지 온 그림의 역사가, 앞으로 어떻게 뻗어나갈지 궁금해졌다.


전체적으로 즐겁고 볼거리 많은 전시였다. 중간중간 포토존으로 꾸며진 부분도 많았고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전시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스윙잉 런던‘ 전시와 함께 그 당시의 유쾌하고 활기 넘치는 런던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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