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롭게" 보고, 해석하고, 질문하기 - 내가 읽는 그림 [도서]

글 입력 2023.04.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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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정답은 없으니까


 

어렸을 적부터 조금 유별났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얽매이기를 싫어했고, 이상한 반항심 때문에 청개구리처럼 굴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짜인 시간표를 따르기 싫어하는 마음과 지금 막 하려고 했던 일을 지시받았을 때에 더 하기 싫어져서 끝내 하지 않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조금은 별나고 고집이 세지만, 그래도 큰 사고는 치지 않으며 때로는 아주 조용한 사람. 그런 아이였다.


단체 생활이 편안한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유독 갑갑함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의 내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단연 홀로 몽상에 잠겨 있는 시간이었다. 책 그리고 음악과 함께 할 때, 머릿속에서 자연히 이야기가 새어 나오면서 이윽고 문장 속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고는 했다. 좋아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그 어떤 결말을 내어도 상관없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수포자'였던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응당 수학이라고 함은 정해진 공식에 맞게 숫자를 대입하여 하나의 정답을 이끌어내는 것이니까. 그렇게 정해진 것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물론 살아가는데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학문이지만서도 마음이 가지 않다 보니 성적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기질을 가지고 있다 보니, 문학과 예술에 눈길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때로는 친구보다 더 친구같이 느껴지고는 했다. 말 없는 것으로부터, 내 멋대로 생각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떠올릴 때면 뭔가가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자주, 또 오래 곁에서 함으로써 깊이 있어질 수 있었다.

 

벗과도 같은 그것들은 내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자유. 어쩌면 이 현실세계에서 만들어진 것들은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보여주는 지도 모르겠다. 문장과 아름다운 선율 사이에서 있을 때면, 얼룩덜룩한 현실 같은 것은 잠시 잊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을 그림에서 느낀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기에 워낙 소질이 없었을 뿐더러,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라 감히 탐하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감에 따라, 미술 작품을 접할 기회가 생겼고 자연스레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의도를 잘은 모르지만서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면서 진가를 알아갔던 것 같다. 시대별 혹은 작가마다의 스타일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와 한 폭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온갖 것들이 신기하게도 재밌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벽을 느낄 때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건 크게 중요치 않게 되었다.


앞으로 말할 책의 출판사 서평에 쓰여있는 것처럼,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시회가 매진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전시장에 가면 SNS에 남길 멋진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 더 이상 미술은 고상한 취미도 아니고, 소수만이 향유하던 전유물도 아니다.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즐거움의 시작을 도울 한 권의 책 이야기를 아래에서 해보고자 한다.

 

 

 

내가 읽는 그림
: '나만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작품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보자.


 

「내가 읽는 그림」은 데일리 미술 구독 콘텐츠이자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백그라운드아트웍스에서 발행한 콘텐츠 중에서도, '나만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작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취지와 잘 맞는 121편의 '작품+에세이' 페어링을 엄선하여 수록한 책이다.

 

명화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만큼 독자는 책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나만의 감각'을 기를 수 있다. 목차는 2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필자가 다르다. 필자들의 직업 또한 다채롭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각과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가 읽는 그림_평면표지(최종).jpg


 

책 제목부터 흥미롭다. '내'가 '읽는' 그림이라니. 원래 '그림은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물음을 자연스레 던져보며 읽게 된다.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앞으로 인류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질문하기'와 '경청'이라고. 질문은 인간이 해야 할, 혹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책이 주는 의미가 상당하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요즘 서점을 가면 미술 관련 서적이 한가득이다. 그 사이에서도 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단연 '스스로 질문하는 법'을 길러주고 취향을 형성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 그림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보다도,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글들을 읽으면서 독자도 자연스레 그런 힘과 눈을 기르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대다수 실려 있는데 이를 통해 자연스레 안목을 넓힐 수 있다. 필자도 이번 시간을 통해 새로운 작품에 눈을 떴다. 한국에 이렇게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흔히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느낌의 작품이 아닌, 처음 보는 스타일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가.

 

책 표지에도 적혀 있듯이, 「내가 읽는 그림」은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으로 감상하기를 권한다. 자신만의 눈으로 감상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지점이다. 이제 '나'의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영감을 얻어 새로운 창조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이 가진 또 다른 역량과 함께 색다른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결국 앞으로 사람들은 나만의 고유한 것을 지닌 이들에게 점점 더 열광할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자신의 시각을 다듬는 데에 도움을 받고, 나아가 스스로의 강점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시각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는 동물이 아닌가. 조금 더 선명하고 재밌는 삶을 위해서는 폭넓은 시각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믿기 때문이라고 하면 모순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아는만큼'은 '내가 느낄 수 있는만큼'이다. 같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걸 느끼고, 또 그로 인한 영감을 얻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더욱 생동감 넘치는 삶이 되지 않을까?

 

*

 

이전보다 전시회의 스케일이나 개수가 늘어난 것만 봐도 이전과는 달라진 풍경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이용하여 삶을 조금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을 어떻게 잘 즐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책을 읽음으로써,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자유롭게 감상하고 읽어내며, 고유한 '나의 것'을 찾아보기를 권해본다.

 

 

 

윤화 전문필진.PNG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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