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무리가 아쉬웠던 일多 스캔들 - 일타 스캔들 [드라마/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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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를 시청했다. 우리나라 사교육 일번지인 대치동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일타 수학강사 최치열과 전 국가대표이자 반찬가게 사장, 그리고 남해이의 엄마인 남행선의 로맨스가 그려졌다.
초반에는 오랜만에 로맨스 코미디 다운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가 나왔다는 생각에 아주 재미있게 시청했다. 서로 “저 사람 뭐야?”로 시작하여 우연인지 필연인지 자꾸 마주치며 알게 모르게 각자의 시간에 서로가 쌓여 간다는 K-로코의 교과서적 전개를 잘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후반을 지나고, 치열-행선의 메인 장애물이었던 ‘남행선이 최치열의 제자인 남해이 학생의 학부모’라는 점이, 사실은 조카를 딸로 키우고 있었다고 밝혀지며 해결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이전에는 드라마에 가끔 등장하던 쇠구슬 빌런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둘이 연인이 되기 이전에도 가끔 등장하여 극적 긴장감을 주긴 했지만 드라마의 메인인 로맨스에 거슬린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쇠구슬 빌런이 메인 빌런으로 떠오르며 전개가 좀 산만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로맨스 코미디” 장르 드라마에서는 대개 드라마 속 주연 커플의 연애 서사에 장애물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일타 스캔들>의 치열-행선 커플에게 주어지는 장애물에는 “남행선이 최치열의 제자인 남해이의 학부모라는 점”, “최치열이 대한민국 명실상부 일타 강사이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을 과도하게 받는다는 점”이 있다.
그런데, 이 2가지 메인 갈등만으로는 16부작을 끌고 가기 어렵다는 제작자의 판단 때문이었을까?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주변에서 오는 잔가지 같은 갈등들이 좀 과하지 않았나, 또한 이 모든 갈등들을 16화 안에 매듭짓기에는 너무 무리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가지 갈등 전개에 대해서는 선재네 가족이 특히 아쉬웠다. 입시 실패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첫째 희재와, 둘째 선재의 입시에 집착하게 된 선재 엄마,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대해 무심으로 일관하는 선재 아빠 넷의 갈등 전개가 아쉬웠다. 중반에 쇠구슬 사건의 범인으로 오해받았던 희재는, 그 오해가 결국은 선재 엄마를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했고 결국 선재 엄마가 입시 비리를 저지르게 만드는 트리거가 되었다.
차라리 쇠구슬 사건의 범인으로 오해를 받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엄마와의 사이도 나아지는 쪽의 조금은 뻔한 전개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선재는 이 사건으로 자퇴를 하고 선재 엄마는 벌금형을 받게 되며 반성을 하고 가족 간의 화해가 이루어진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지만, 과정이 많이 생략되었다는 점이 아쉬웠으며 결국 벌금형이라는 점이 현실적이면서도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드라마 메인 빌런인 지동희 실장의 결말이 가장 아쉬웠다. 그가 비정상적으로 최치열에게 집착하게 된 경위는 이해가 됐지만 이것이 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까지 이어졌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아쉬웠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며 결말이 지어졌는데, 차라리 그가 붙잡혀 죗값을 치르는 결말이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쇠구슬에 죽은 사람들이 비록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지라도 사람 한 명 한 명의 목숨은 소중한데 그가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엄연한 살인 사건 피해자들을 가볍게 다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점은 내가 이 드라마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시청했다는 반증이다.
로맨스 코미디는 원래 뻔한 맛으로 보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입시 1번지 대치동이라는 뻔한 배경에서 일타 강사와 학부모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특별한 로맨스가 좋았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시청한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는 거의 20대, 30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였기에 전도연, 정경호 배우의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는 신선하게 느껴졌으며, 로맨스 코미디 작품은 주로 청춘 배우가 출연해야 한다는 한 장벽을 허물었다고 생각했다.
또한, 드라마의 각 화마다 적절하게 소제목이 붙은 점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그해 우리는>과같이 각 화마다 소제목이 붙은 드라마는 나를 시청하기 전에 어떤 내용일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데, 수학 강사가 주인공인 만큼 적절하게 수학적 용어를 섞어 소제목을 배치한 점이 드라마의 매력을 높여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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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코미디와 스릴러를 믹스한 장르의 드라마는 <일타 스캔들> 이전에도 존재해왔다. 늘 나는 시청할 때마다 서사를 전개함에 있어서 로맨스와 스릴러의 균형을 적절하게 잡는 것이 제작자에게 가장 어려운 지점이자,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상당히 아쉽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만에 가볍고 재미있는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를 시청했다.
[이민선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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