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손절’이 쉬운 시대

글 입력 2023.03.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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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 사전적 의미로는 ‘대를 이을 자손이 끊어짐’을 뜻하지만, 요즘은 ‘관계가 끊어진다’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는 듯하다. 이렇듯 단어의 의미가 변화하는 데에는 그만한 사회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왜 ‘손절’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사용되고 있을까?


‘사과’, ‘화해’라는 단어보다, ‘손절’, ‘사이다’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등장하는 요즘이다. 즉, 누군가가 잘못하면 사과와 용서가 오가고, 서로 다투었을 때 화해하는 관계 개념이 많이 사라진 듯하다. 대신 나와 상대방의 성향이 맞지 않기만 해도 쉽게 관계를 끊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왜 이전보다 ‘손절’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SNS의 발달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로, SNS로 인간관계의 폭이 아날로그 시대보다 훨씬 넓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굳이 개개인의 관계를 깊이 따지지 않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와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즉, 이제는 완전한 ‘혼자’라는 개념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인간관계가 마치 ‘팔로우(follow)’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은 개념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SNS는 참 간편하다. 그 안에서의 관계가 버튼 하나면 맺고 끊어질 수 있다는 것조차도. 이러한 간편함이 실제 얼굴을 마주 보는 인간관계에도 적용이 된 것은 아닐까? 적어도 이제는 ‘손절’을 통보할 때 메시지 한 통이면 끝낼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손절’을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큰 잘못을 저지르고 반성하지 않는데도 쉽게 관계를 끊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것도 미련한 행위이다. 그러한 면에서 ‘손절’이 쉬워진 지금의 분위기는 관계를 맺고 끊는 데에 있어서 소극적이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단점만 보고 안 맞는다고 바로 포기하는 것은 너무 냉정하지 않은가? 사람은 절대로 단면적일 수 없다. 단점이 있는 만큼 그만한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사람의 장점을 더 깊이 봐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누군가가 잘못했을 때 반성과 사과의 여지도 주지 않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을 저지르고 진심이 없는 사과를 한 후 또 다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거기에 가려져 진심으로 반성하려는 사람들도 똑같이 매도한다면 그들이 죄책감을 가질 여지 또한 주지 않는 것과도 마찬가지이다.


인간관계에 늘 ‘사이다’만 있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답답함과 찰나의 미련을 품고 살아가는 것 또한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손절’이라는 단어에 눈이 가려져 소중한 인연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 번쯤은 고민해보자.

 

 

[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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