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의 시대는 어떤 시대입니까? 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

글 입력 2023.03.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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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면 다 될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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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희곡을 현재에 다시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


 

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의 원작은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체크>다. 게오르그 뷔히너가 작품을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에, 미완의 희곡으로 남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희곡 작품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의 첫 번째 넘버에서 나오듯,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다. 원작인 희곡 <보이체크>는 19세기 중반에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이어 말한다.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왜 우리가 19세기 독일 희곡 <보이체크>를 현재에 재해석하며 조명해야 할까? 그런 질문을 던지며 이 뮤지컬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 뮤지컬의 포스터에 적힌 문구 '우리가 아무리 눈을 떠 봐도 이 세상은 너무 어두울 뿐이야.'를 놓치면 안 된다. 이 이야기는 과거에 있었던 어쩌면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의 비극이겠지만, 그 사랑 이야기가 비극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 시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오르그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는 실제로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다. 그러니 원작 희곡 자체도 해당 사건을 시대적 관점으로 풀어낸 극이라고 볼 수 있다. 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는 그 원작을 현재에도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게 재해석하는 것에 성공했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서도 가난한 자들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굴레에, 그리고 이용당하게 된 약자에게 더 가혹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의 배경은 전쟁 중으로,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인간성의 상실은 극대화되어 있고, 좀 더 극단적으로 상황들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현재에도 유효한 담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희곡이 계속 재해석 되고, 계속 무대 위로 올라, 이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그 질문들 속에 가장 가슴 아팠던 보이체크의 대사는 '열심히' 하면 다 될 줄 알았다는 말이었다. 열심히 노력한다는 가치가 그 노력만큼의 성과로 돌아오는 일은 참 귀하다. 보이체크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아들의 생명을 지키지도 못했고, 사랑하던 아내와의 신뢰까지 잃어버렸다. 보이체크에게 그러한 결말이 오게 된 것은 오로지 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보이체크는 가난했지만,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며, 아내를 진정을 사랑했고, 아이를 위해 책임을 다하려 애썼다. 그의 유일한 잘못은 그가 타고난 가난이었다. 그 가난은 보이체크의 순수를 부숴야만 하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어두운 세상 탓이었고,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낸 결말이었다.


우리는 보이체크의 결말을 보며, 우리가 계속 시대를 바라봄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경계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시간을 극장에서 가질 수 있었다.

 

 

 

과거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들



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는 앞서 말했던 과거와 현재에 이어져 등장하는 담론들을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한 공연이었다. 뮤지컬 넘버 가사를 통해, 또 화자인 카를의 입을 통해 좀 더 친절하게 시대와 우리가 무슨 지점을 짚어야 하는지에 대해 선명히 말해주었다.

 

이 지점들이 가장 눈에 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앞서 길게 이 이야기를 왜 현재에 봐야 하는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 재해석의 노력 지점이 가장 돋보인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인공이 폭행을 당해야 하는 장면에서도 실제로 때리는 듯한 연출이 아니라, 계단 위에 선 대위가 발을 구를 때마다 계단 아래에 선 보이체크가 맞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다.

 

인물들의 위치, 음향, 소품들로 꽤나 명확하게 본 이야기가 갖고 있는 가치들을 무대 위에서 선보인다. 이 부분들은 뮤지컬이라는 매체에서 여러 가지 방법들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도전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무드와 함께 여러 가지의 도전들이 엔터테이닝 한 부분에 중점이 되어있지는 않다. 의미 전달과 주제의식 위주의 전달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다채로운 넘버의 확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렇지만, 재해석의 목표에는 잘 도달하는 연출 방법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뮤지컬이라는 매체이기에 대사로 전해지지 않고, 가사로도 모두 전달되기 어려웠던 감정들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잘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무대 위에 오를 과거의 이야기들이 계속 질문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시대는 어떤 시대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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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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