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실적보다는 수상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건 어때요
글 입력 2023.03.13 15: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한국 시간으로 3월 13일 오전 9시부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하였다. 올해는 동양계 배우들이 시상식에서 많이 보였는데, 전통적으로 백인의 권력이 강한 미국 영화계 및 평론가들의 세계에서 이 점은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다채로운 명작들이 쏟아졌던 2022년, 과연 어떤 영화들이 어떤 부문에서 수상하게 될지 많은 이들이 관심이 쏠렸다.

 

결과적으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그 밖에도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더 웨일>, <탑건: 매버릭>, , <우먼 토킹>, <아바타: 물의 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등이 다양한 부문에서 상을 수상하였다.

 

국내 포털에서도 이와 관련한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특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자경은 해당 부문에서 최초의 아시아인으로서 수상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영광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실제로 아카데미의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보았는데,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역량에 집중하는 시대의 변화는 매우 눈여겨볼만 하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말을 다시 곱씹어보자. 이 말은 결국 과거엔 존중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키호이콴은 베트남계 미국인인데, 동양계 배우의 입지가 매우 좁았던 당시 <인디아나 존스>에서의 아역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턴트맨이나 영화 스태프로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양자경이 출연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보고 다시 배우의 꿈을 꾸었고 결국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명연을 펼치며 단순간에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등 메이저한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131.jpg

 

 

그는 수상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저는 오랫동안 난민캠프에서 지냈고 보트를 타고 긴 여정을 거쳐 이렇게 큰 무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게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오랫동안 저의 꿈을 거의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제 아내는 매년, 매달 제게 '당신의 시간이 올거야, 당신의 시대가 올거야'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은 꿈을 믿으셔야 합니다. 꿈을 계속해서 꾸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 웨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랜든 프레이저는 과거 <미이라>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긴 시간을 영화계에서 모습을 감추었었다.

 

최근 성추행 피해 사실과 우울증을 고백하면서 그의 숨겨진 상처가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 웨일>에서 그의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인생사가 공개된 그는 다음과 같은 수상소감을 전했다.

 

 

고래만이 깊은 바다까지 헤엄을 칠 수 있습니다. 제가 30여 년 전에 영화업계에 뛰어들었는데, 그 때의 제가 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인정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배우들이 아니였다면 이루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바다에 다이빙을 하여 공기가 물 위에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oscar.jpg

 

 

상을 받는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자신의 삶과 가치와 신념을 자신의 분야에 정성을 다해 녹여낸다. 배우가 그러하고 감독이 그러하고 스태프들이 그러하다. 따라서 그들은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들이 겪은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로피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놓치게 된다.

 

영화라는 것도, 결국 예술의 하위장르이다. 예술은 美이지, 상으로 급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영화는 또한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매체이다. 즉, 우리의 삶은 예술 그 자체이다. 아름다운 것이고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상을 수상한 모든 사람들을 축하하며, 그들의 '실적'이 아닌 삶에 집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그들의 수상 소감을 하나씩 곱씹어본다.

 

 

 

[아트인사이트] 명함_컬쳐리스트.jpg

 

 

[윤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