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순간이 역사가 된다는 것은 - 도서 '역사 한 꺼풀 아래 이야기들'

살아가는 모든 하루가 역사가 되는 것에 대하여
글 입력 2023.03.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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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루는 하루


 

여전히 하루는 혼란스럽다. 몇 시간 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제를 이용하자면, 다양한 선택들로 하루와 삶의 많은 방향이 바뀌고 그로 인한 다양한 우주가 생겨난다.

 

'조부 투바키'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챗바퀴 돌 듯 하루가 이어지고 삶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우주를 돌아도 삶은 허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각자의 우주 속 '에블린'은 자신의 기억과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하루가 '에블린'을 이루고, '통계적 필연성'인 관계들을 형성하고, 결국 모두의 삶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라는 것은, 일상이라는 것은, 기억이라는 것은 단순 여러 우주 속 같은 인물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사회, 즉 우주 그 자체를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우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 당신의 선택은 또 어떠한 우주를 만들어냈는지 궁금하다. 이번에 다룰 책은 작가가 자신의 우주를 설명하고자 자신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급변한 선택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에세이의 형식으로 설명한다. 도서, <역사 한 꺼풀 아래 이야기들>이다.

 

 

표지.jpg

 

 

 

정일성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표지에 작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적혀있다. '30여 년간 한일 근현대 관계사를 탐구해 온 기자 출신 재야사학자'라고 말이다. 실제로 <역사 한 꺼풀 아래 이야기들>의 마지막 목차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의 저서들을 소목차로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황국사관의 실체-일본 군국주의는 되살아나는가>, <일본 군국주의의 괴벨스-도쿠토미 소호>, <알수록 이상한 나라 일본> 등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저자에 대한 설명이 다음과 같지만, 나는 이 책에서 작가가 다룬 자신에 대한 설명을 나무에 빗대어 서술해보겠다.

 

나무를 상상해보자. 작은 나무도 괜찮고 큰 나무도 괜찮다. 이파리가 많아도 괜찮고 가지가 적고 황량한 모습이어도 괜찮다. 이 나무의 가지를 하나 부러뜨려 보겠다. 진액이 나오고 그 가지는 아무는 데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이다. 나무 몸통에도 자상을 입히고 껍질을 긁어내보자. 도끼나 망치로 밑동을 한 번 크게 베어보자. 가지가 부러진 것처럼 나무의 몸에도 상처가 생기고 그 자국은 훨씬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약 50년 간 반복해보았다고 마지막으로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이 나무가 쓰러졌을 것이라고 단번에 생각했는가? 혹은 상처투성이지만 또 다른 새순을 품어내고 새로운 나이테가 생기며 버텨나가 생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확실한 건, 이 나무는 후자이다. 계속해서 새로이 아픈 상처가 생기지만 결국엔 흉터를 안고 살아남았다.

 

정일성은 20세기를 살아간 한 그루의 '나무'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번져나간 극도의 혼란기, 군부 독재 시절을 견디고 비윤리적인 시민 탄압을 버텼다. 그리고 그것을 잔잔하게 에세이로 담아냈는데, 결코 나무 한 그루에 대해서 저술하지 않았다. 자신이라는 나무, 자신을 둘러싼 다른 이들이라는 나무를 담아내 결국 숲을 다루었다. 정일성은 즉, 숲이라는 생태계를, 역사라는 사회를 살아가는 나무이자 사람이라는 것이, 평범한 한 요소라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나의 평가다.

 

 

 

그의 우주는 시간 속에서 아픔을 삼키고


 

그가 살아온 우주는 아픔의 시대였다. 심지어 그 시대에서 저자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건 거의 없었다.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시대의 희생양'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는 그럼에도 그 시대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았다. 즉, 그는 격변의 시기를 살아가는 자신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을 둘러싼 우주를 정확하게 바라봤다.

 

그는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아픔을 자신과 시대의 아픔과 더불어 잊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의 아픔, 전쟁의 아픔, 독재의 아픔, 국제 외교관계의 아픔을 그는 잊지 않고 기록해나갔다. 그래서 이 책, <역사 한 꺼풀 아래 이야기들>을 읽으면 단순히 역사와 그 시대를 기록해나간 것뿐만 아니라 그가 겪은 자전적 경험들과 그의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야, 그리고 그 시야에 들어온 사람들의 경험들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한 꺼풀 아래'라는 제목을 작성한 것일 것이다.

 

이 우주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이라는 시간을 아픔을 간직한 채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 아픔은 주로 삼켜진 상태였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삼켜질 수밖에 없었다. 탄압당하고 숨겨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상처는 흉으로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듯, 사람들이 그 아픔을 기억했다. 농촌에서 발생한 이데올로기의 아픔을 기억하고, 군인으로부터 끌려져 나온 아픔을 기억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그 아픔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잊지 않고 삼켜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이 책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무한한 멀티버스 중에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 발생한 일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사건이 존재하는 우주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 받아진 이 우주를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앞으로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작성하였듯, 여전히 하루는 혼란스럽다. 삶은 혼란스럽고 우주도 혼란스럽다. 우리를 이루고 있는 사회들도 혼란스럽고 그 사회 간 관계도 혼란스럽다. 뉴스에서는 강제징용과 관련한 기사들이 오르내리고 있고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로 다양하다. 그걸 보고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할까?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이룰 우주를 창조할 땐,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덜 고통스러운 우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발생한 과거를 잊지 않고 정확하게 느끼는 것이,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 한 꺼풀 아래 이야기들>은 그 기억을 위한 책이다. 우주를 기억하고, 우주를 살아가고, 우주를 살아내기 위해서 한 꺼풀, 역사의 아래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트인사이트] 명함_PRESS.jpg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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