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언가를 포기할 만큼 사랑하는 게 있다는 건 [영화]

글 입력 2023.03.1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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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위해 어떤 것까지 포기할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떨 것 같은가. 내 사랑의 경중이 어떤 것에 대한 포기로 판단되는 것 같아 답하고 싶지 않아질 수 있다. 혹은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무언가는 포기할 수 없는 작은 사랑의 마음을 들킬까봐 대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소에게는 이 질문만큼 답하기 쉬운 것이 없다. 이 두 질문이면 미소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담배와 위스키, 남자친구”

“집”

 

 

 

‘집’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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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가 되자 미소에게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새해부터 주는 선물인지, 집세부터 담배, 위스키 가격까지 오르지만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미소의 일당은 그대로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미소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집을 포기한다. 그러고는 대학 시절 행복한 순간을 함께 했던 밴드부 사람들의 집에 차례대로 찾아가기 시작한다.

 

밴드부 멤버들은 미소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는 다르다. 함께 하던 시간들에 웃음 짓던 사람들이었지만, 취직・결혼・이혼・육아와 같은 현실 앞에서 그 시간은 지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일 뿐이다. 미소는 이들의 집에서 그런 불편함을 고스란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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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부 정미는 미소에게 “염치없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좋아하는 것을 고집하느라, 집도 없이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사는 미소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정미의 속마음에는 부러움이 있다.

 

정미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잣대에 맞춰 살아가느라 정작 자신의 행복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조차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동아줄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에 맞춰 살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는 미소의 용기와 사랑이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던 정미를 초라하게 만든다.

 

‘집’을 가지고 있지만, 진정한 안식처는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 미소는 손에 들고 온 계란 한 판으로 따뜻한 밥을 지어주고 간다. 하룻밤을 선사해주었다는 대가로 친구들은 미소에게 하룻밤보다 더 귀한 위로를 얻는다.

 

 

 

우리가 ‘집’과 맞바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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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우리의 ‘집’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평생을 그렇게 노력해서 얻은 집이 과연 우리의 마음의 집이 될 수 있는 걸까? 영화 <소공녀>를 보면서 우리는 이런 의문에 빠진다.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데, 큰 집이 있는 미소의 친구들보다 집이 없는 미소가 더 큰 마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미소가 담배와 위스키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소가 포기한 것은 ‘집’뿐이다. 미소는 집이 없어도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지키며 살아간다. 오히려 미소의 친구들은 ‘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행복, 행복했던 순간, 꿈, 사랑을 모두.

 

 

“나는, 나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한솔이 너. 그게 내 유일한 안식처야.”

 

 

<소공녀>의 영어 제목은 ‘Microhabitat’, ‘미소 서식지’이다. 결국, ‘미소’ 서식지는 특정한 공간이 아닌 취향과 사랑으로 덮여진 인생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안식처를 잘 아는 미소이기에 ‘집’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게 집과 같은 따뜻함을 선사해 주는 것들은 여전히 그녀의 곁에 있다.

 

 

 

‘미소’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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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소공녀>를 보고 비현실적인 판타지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소처럼 사는 건 불가능하고, 미소의 삶은 낭만으로 색칠된 미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소공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미소처럼 살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세상이 변했다고 나도 따라서 변해야 한다는 마음이 아닌, 사람들의 훈계와 같은 말들에 흔들리는 마음이 아닌,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마음.

 

무언가를 포기할 만큼 사랑하는 게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소공녀>를 보다 보면 미소처럼 열렬히 사랑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 누구도 미소의 삶에 옳다, 그르다의 가치를 매길 수는 없다. 미소의 삶이 행복과 ‘미소’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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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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