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히 잊을 수 없는 21세기의 어떤 날 [공연]

밴드 ‘LUCY(루시)’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 <INSERT COIN: amusement park>
글 입력 2023.03.1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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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저녁, 들뜬 발걸음으로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을 찾았다. 밴드 ‘LUCY(루시)’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 'INSERT COIN: amusement park'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2월 23일 발매된 루시의 신보 'INSERT COIN'에 수록된 신곡들의 라이브 공연을 처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콘서트였다.

루시 공연을 한두 번 가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이 특히나 기대됐던 이유는 바로 단독 콘서트 스탠딩 티켓을 처음으로 손에 쥘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10년 이상의 유구한 덕질 역사를 가진 필자에게 스탠딩 공연 자체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2020년 데뷔한 루시는 코로나로 인해 스탠딩 콘서트를 할 기회가 많이 없었기에 주로 정해진 좌석에 가만히 앉아 감상하곤 했었다.

자리에 앉아 노래 가사와 멤버들의 멘트에 집중하며 관람하는 콘서트도 너무나 좋지만, 밴드 공연은 서서 마음껏 소리 지르고 뛰어놀며 음악을 역동적으로 즐길 때 비로소 그가 가진 매력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콘서트는 꿈처럼 행복한 순간이었기에, 공연장 안에서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하여 후기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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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무대와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공연장에 들어갈 때부터 설레는 마음을 도무지 주체할 수 없었다. 꽤 넓은 공연장이 가득 차고 서서히 불이 꺼지며 암전이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자, 고막을 뚫을 정도의 엄청난 함성이 무대를 향해 쏟아졌다.

루시의 상징 색인 파란색 암막 커튼이 걷히자마자 4명의 멤버들이 무대 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대부분의 루시 공연에서 그러했듯, 관객 기준 무대 좌측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예찬’ 그리고 우측에는 베이시스트 ‘조원상’이 자리했다. 무대 중앙에는 보컬이자 루시의 프론트맨인 ‘최상엽’이 서 있었고, 마지막으로 뒷편 중앙에서는 드러머이자 보컬리스트인 ‘신광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연 전체에서 가장 황홀했던 순간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오프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최상엽이 무대의 중앙에서 지휘를 하며 다른 멤버들 한 명 한 명에게 숨을 불어넣듯 큰 날갯짓을 하자, 조명이 차례대로 하나씩 켜지며 부드러운 선율의 연주가 시작됐다.

지휘와 멤버들의 연주가 달아오르고 음악이 하이라이트에 달하던 그 순간, 어두웠던 무대와 스크린이 밝은 빛을 발하며 관객들을 놀이공원 속으로 초대했다. 모든 기구가 멈추고 불이 꺼진 고요한 놀이공원에 홀로 서 있다가, 갑자기 불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회전목마와 관람차가 돌아가고 있는 환상 속 공원으로 빨려 들어간 것만 같았다.

신비한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오프닝 곡 'flare'가 흘러나왔다. 대부분의 루시 공연에서 엔딩을 장식했던 곡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불꽃이 터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 제목처럼, 화려한 포문을 알리는 노래의 폭죽이 터지자 환호성과 열기가 쏟아져 나오며 공연의 막이 올랐다.
 
 

 
 
'flare'를 시작으로 루시는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곡, 자작곡들까지 여러 무대를 선보였고, 코로나에 대한 걱정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자 하는 듯 관객석에서는 떼창이 쏟아져 나왔다. 떼창에 부응하듯, 본무대와 돌출 무대를 자유롭게 누비며 “소리 질러!”를 연이어 외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벅참을 느꼈다.

새 앨범 'INSERT COIN'의 곡들이 흘러나왔을 때, 그 벅참은 배가 됐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후렴구와 귀여운 가삿말이 특징인 타이틀곡 '아니 근데 진짜'뿐만 아니라, 연인에게 다정히 화해와 사랑을 전하는 '바쁘거든' 그리고 타인의 기준은 잠시 잊고 나만의 길을 향해 발을 내딛으라는 응원과 에너지가 담긴 '채워'까지. 한 곡도 버릴 수 없는 명반임을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악기 특성상, 거의 항상 무대 뒷편에 자리했던 드러머 신광일이 돌출 무대로 나와서 선보인 솔로 보컬 무대 역시 기억에 깊이 남아있다. 상반된 분위기의 자작곡 '비워'와 'Would you dance with me'를 부르며 보컬리스트로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대를 이룬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과 목소리를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이날 만날 수 있었던 20곡가량의 곡들 중에서, 필자에게 특히 특별하게 와닿았던 무대는 ‘델리스파이스’의 2001년 노래를 리메이크한 '항상 엔진을 켜둘게'와 ‘페퍼톤스’의 2012년 노래를 리메이크한 '21세기의 어떤 날'이었다. 리메이크한 곡인 만큼 다른 곡들보다는 공연에서 자주 듣기 힘든 곡이었고, 특히 후자는 연주하기 힘들게 편곡한 덕택에 라이브 공연으로 처음 선보이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삶에 어둠이 찾아온 것처럼 지칠 때, 나를 찾아오면 언제든 멀리 떠날 수 있도록 항상 엔진을 켜두고 이 자리에서 기다리겠다’는 '항상 엔진을 켜둘게'의 가삿말과, ‘우리가 보냈던 행복한 순간들이 지나가고 잊혀질 지라도 어딘가에서는 평생 기억될 것’이라는 '21세기의 어떤 날'의 메시지를 목이 터져라 노래하고 연주하던 루시의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히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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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ERT COIN: amusement park'라는 콘서트의 제목과 테마에 걸맞게, 놀이공원에 자리한 가지각색의 어트랙션을 타듯 여러 분위기와 장르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흔하디흔한 표현이지만, 루시의 콘서트는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삶을 기억하고, 살아가고,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루시의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콘서트는 그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한 선물이다. 공연장에 있었던 때를 기억하며 행복에 잠기게 만들고, 마음이 시끄럽고 복잡할 때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그 순간을 견디게 하고, 앞으로 다가올 공연들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아가게 하는 신예찬, 최상엽, 조원상, 신광일에게 감사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반가운 소식을 써 내려가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오는 4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루시의 앙코르 콘서트가 진행된다고 한다. 루시 그리고 필자를 비롯한 루시의 수많은 팬들이 간절히 원했던 올림픽공원의 공연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단독 콘서트다. 루시의 음악과 공연으로 더 많은 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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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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