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4의 벽을 허물기 [공연]

글 입력 2023.03.08 08: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제4의 벽(The Fourth Wall),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주창하여 사실주의 연극의 기반이 된 개념으로, 무대에서 실연하는 배우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의미한다. 이는 공연, 영화, 문학, 방송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속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가상의 벽은 관객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방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무대와 관객 사이에 분리감을 형성한다. 공연의 경우, 프로시니엄 극장(액자틀 무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무대를 하나의 직육면체 형태의 방이라고 가정했을 때, 관객석을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제외하고 모든 면이 막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방되어있는 관객석도 사실상 보이지 않는 하나의 면으로 존재하고있는 것이다. 결국, 관객은 액자틀 너머의 작품을 '관찰'하는 제3자의 역할로서 작용하는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뮤ㅝ..jpg

 

드니 디드로의 ‘제4의 벽’ 주창 이후, 전통적인 좌석 배치를 거부한 리처드 쉐크너의 환경연극, 브레히트의 서사극 등 제4의 벽을 허물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도는 이머시브 씨어터, 원형무대, 블랙박스 극장 등 새로운 공연형식과 극장 형태  활용하는 방식으로 오늘날에도 나타나고 있으며, 무대 위 배우와 관객이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작품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극장 형태의 활용, 이머시브 씨어터 등 제4의 벽을 허물는 시도를 보이는 공연의 사례와 그 특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펀치드렁크 극단의 이머시브 씨어터 - < Sleep No More >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주요 서사로 다룬 펀치드렁크의 < Sleep No More >은 뉴욕시의 매키트릭 호텔 6층 건물 전체에서 공연이 진행되며, 공연의 배경이 되는 호텔을 관객이 직접 이동하고, 체험함으로써 공연 공간의 확장을 이루는 작품이다.

 

관객의 체험과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기존의 관객석과 배우 사이 제4의 벽을 넘어, 장소성과 공간의 확장이라는 이머시브 씨어터의 특성을 보여주며, 무대 위 실연자와 관객 간의 상호교류를 더욱 극대화한 작품의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whfu.jpg

 

 

 

관객의 참여에 따라 다른 결말을 맞이하다 - <쉬어 매드니스>


 

2006년 국내 초연 이후, 2015년부터 현재까지 오픈런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쉬어 매드니스>는 관객이 극 중 미용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연극이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매회 공연의 결말이 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공연 중 관객이 배우에게, 배우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고 답하면서 공연을 이끌어나간다. 즉, 관객은 제3자의 입장에서 극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극의 참여자로서 공연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경계 없는 활발한 소통과 기존 공연의 형식을 깬 이머시브 씨어터의 사례이다.

 

 

shear.jpg

 

 

 

블랙박스 극장의 변신, 원형무대의 활용 -  뮤지컬 <아일랜더>


 

블랙박스 극장은 관객석과 무대의 형태, 위치 등이 고정되어있지 않아 창작진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 상상력에 따라 공간 변형이 가능하다. 프로시니엄 극장이 가진 관객석과 무대 사이의 분리 현상이 존재하지 않기에, 작품 내 실험적인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뮤지컬 <아일랜더>는 이러한 블랙박스 극장의 특성을 활용해 극장 내부에 원형무대를 제작하였고, 조명과 영상을 활용해 관객들에게 극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원형무대의 주위에 키난 주민석, 일반석으로 객석을 구분해 배치하여, 키난 주민석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어 말을 걸고,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등의 관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무대 위 실연자와 관객 간의 경계를 없애고 교류하는 시도를 보였다.


 

 

 

 

 

지속적으로 허묾을 시도하기


 

앞서 이야기한 작품들은 제4의 벽을 허물기 위해 공연계에서 어떠한 시도를 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이 가상의 벽은 실연하는 배우와 그것을 수용하는 관객 사이에 거리감을 형성하여 작품 속 이야기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장치로서 작용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것, 이는 결국 관객이 수동적으로 어떠한 사건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관객과 배우의 소통과 교류의 기회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4의 벽을 허무는 것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여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다.

 

 

[윤지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