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나친 고백, 비밀을 모두 버리자 생긴 변화 [도서]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란 어떻게 시작되는가
글 입력 2023.03.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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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테이트의 고백



[지나친 고백]은 크리스티 테이트가 그룹 상담을 받으며 치유되가는 과정을 쓴 수필이다. 상담 그룹에서는 '비밀은 유독하다'라는 철학 아래 서로 어떠한 비밀도 없으며 이는 타인의 비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룹 상담을 받기 전 크리스티는 비밀이 많았다. 친구, 연인, 부모님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진실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수치스러운 것’들이 안쪽에서부터 그녀를 좀먹었다. 가장 깊은 부분을 철저하게 지켜냈지만, 그 대가로 그녀의 인간관계는 어딘가 이상했다. 그녀는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를 원했지만, 그것을 결코 갖지 못했다.


비밀의 유독함이 그녀가 가진 괴로움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그녀는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었고, 그걸 혼자서만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괴로워했다.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규칙이 과거의 아픔을 없애주지는 않았지만 혼자 감당했던 괴로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해줬다.

 

[그러니까 그 일은 이렇게 일어나는 거였다. 친밀한 관계란 이렇게 만드는 거였다. 말 한 마디, 또 한 마디. 이야기 한 자락, 또 한 자락. 놀라운 사실 하나, 또 하나를 나누며. 꼭 그룹에서처럼.] _301쪽

 

크리스티는 ‘그룹에서는 어떠한 비밀도 없을 것’이라는 규칙을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비밀들을 그룹에 공유하며 변화해 갔다.  다행인점은 그녀에게 변화를 바라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처방을 받았다고 해도 그녀 자신의 의지가 없었다면 끝끝내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그룹에서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면서 크리스티는 그룹 밖의 관계에서도 발전하게 된다. 그토록 바라던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크리스티의 변화에 깜짝 놀라게 된다. 처음에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들을 처음에는 그룹 사람들에게, 나아가서는 그룹 외 사람들에게,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그녀의 솔직함은 놀랍도록 깊고 넓다. 모든 비밀을 말하고, 모두에게 비밀을 말한다. 수필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용이 충격적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지나친 고백'이라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쓴다는 게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트라우마, 불륜, 집착, 우울, 성관계, 감정, 죽음, 수치심 등의 이야기들에 대해 나조차도 ‘저런 건 비밀스럽고 은밀해야 한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갈 즘에는 불편함은커녕 어느새 크리스티 테이트라는 사람에게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친구와 평소에는 한 적 없는 깊은 이야기를 나눈 후에 갑자기 더 친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룹에서 시작해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 크리스티는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에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있는 것만 같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 개개인이 적당한 거리를 갖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며 지나치게 솔직한 것은 예의가 없는 것, 비밀을 말하는 것은 약점을 내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크리스티 테이트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며 지금에 와서는 내밀한 비밀이었던 것을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크리스티처럼 완전히 솔직할 수도, 모두에게 솔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것은 분명 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란 무엇이고 그러한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김윤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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