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여러분 잠시만 비켜주세요, 1기 에디터님 입장하십니다.

자자 다들 박수 부탁드립니다.
글 입력 2023.03.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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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트인사이트 모임에 갔을 때 우연찮게 깜짝놀랄만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식이란, '이곳에 1기 에디터님이 와 계신다'였어요.

 

내가 22기인데... 무려... 1기??

 

손으로 조금씩 꼽아봤습니다.

 

내가 이때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대충 1기 에디터님이시면...

 

우와, 정말 오래 전이구나.

 

1기 에디터님이시면 정말 오래하셨으니 지금은 글 안 쓰고 잠깐 쉬고 계시겠지? 싶었지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글을 올리고 계셨어요. 사실 이전에 에디터님의 글을 몇 번 본 적 있었지만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 이 분이 1기시라는 걸요. 지금까지 계신 줄도 몰랐고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시는 줄도 몰랐죠. 말이 안 나왔습니다. 이 정도 활동량이면 개근상을 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혼자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그랬네요.

 

게다가 클래식을 주제로 글을 쓰신다고요. 클래식, 지금은 자주 듣진 않지만 한때 매일매일 들었을 정도로 애정하는 음악 장르였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곡가들의 곡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나만 좋아하는 것 같은 곡까지 참 많이도 즐겨 들었어요.

 

이것도 그렇고 저것도 그렇고 여쭤보고 싶은 게 참 많다 생각했습니다. 

 

역시 답은 인터뷰 밖에 없었습니다.

 

[크기변환]dKakaoTalk_20230302_212604327_02.jpg

 

 

22기가 아트인사이트 1기 에디터님을 뵙습니다


 

KJH(이하 K). 아트인사이트 1기 석미화 에디터님, 안녕하세요? 1기로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시는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아트인사이트와 연을 맺게 된 것도 오래전일 텐데요, 당시 아트인사이트에 지원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SMH(이하 S). 그때는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상태였어요.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생각보다 많이 받게 되는데(웃음)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아트인사이트 음악제 서포터즈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죠.


K. 당시에는 서포터즈부터 시작됐던 건가요?


S. 서울 국제 음악제의 서포터즈였어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라는 느낌보다는 음악제를 위한 단기 기자단 같은 느낌이었죠. 


K. 보고서 바로 지원을 하셨던 거군요.


S. 제가 음악을 좋아하긴 해도 전공을 한 건 아니다보니 ‘내가 할 수 있을까?’같은 생각이 처음엔 많이 들어서 망설여졌어요. 근데? 당시 제가 스트레스 수치가 상당했나봐요. 머리가 외치는 거예요. ‘아니~ 지금 당장 기분 전환 필요하니까 그냥 해’라고(웃음). 이후 합격하고 한 달 동안 공연을 3, 4편 정도 보고 리뷰 쓰면서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했죠. 한 달이 끝나가는 시점에 대표님께서 ‘여기서 끝내지 않고 더 이어서 하시겠어요?’라고 의사를 물어봐주셔서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죠. 


K. 1기가 14년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미화님은 거의 10년동안 하고 계신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한데, 사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잖아요. 그때의 아트인사이트와 지금의 아트인사이트는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S. 많이 달랐죠. 당시에는 오피니언이 없고 문화초대만 있었어요. 이 문화초대에 대해서는 프리뷰와 리뷰, 두 글을 써야했고요. 프리뷰는 지금 프레스에만 남아있는데, 이렇게 바뀐 것도 비교적 최근이에요. 이전에는 프리뷰와 리뷰 모두 다 썼거든요.


K. 당시의 문화초대는 어땠나요?


S. 지금은 공연, 전시, 책 등등 다양하잖아요? 그때는 클래식 공연 위주의 문화초대가 대부분이었어요. 당시에 활동하던 사람들과는 문화초대에서 많이 만났는데 거기엔 대표님도 자주 오셨어요. 대표님께서 서로를 소개해주기도 했죠. 인사 후 대화 짧게 나누고 같이 공연보는 식으로 문화초대를 즐겼어요.


K. 당시엔 오프라인 모임이 자주 있었나요? 


S. 공식적인 모임이 생긴 건 18년, 19년 즈음에 처음 생겼어요. 


K. 생각보다 얼마 안 됐군요?


S. 대신 1:1 티타임은 14년 당시에도 있었어요. 저도 종종 찾아뵀고요.


K. 아트인사이트가 변하는 모습을 쭉 지켜보셨겠어요.


S. 맞아요. 오피니언 탭을 비롯해 칼럼/에세이, 작품기고, 사람, 문화는 소통이다 등 여러 탭들이 생기는 모습을 봤죠. 저희가 만나게 된 ‘프로젝트 당신, 1:1 인터뷰’도 어느 순간 생겼더라고요? 참 신기했어요. 지금도 아트인사이트는 계속해서 변하는 중인 것 같아요. 에디터분들이 내시는 다양한 의견들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해요. 물론 거기에 제가 기여를 한 건 없지만요(웃음).


K. 그건 저도 마찬가지라(웃음). 


 

 

클래식을 좋아하세요?



K. 미화님은 클래식에 관심이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 클래식은 언제 처음 접하셨어요?


S.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했어요. 집에 다양한 음악가의 클래식 테이프가 있었는데 그 시절, 어머니께서 저희를 깨우는 방식이 독특하셨어요. 평일에는 흔들어 깨우셨지만 심적으로 넉넉한 주말 아침은 흔들거나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클래식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저희를 깨우셨죠.


K. 와, 뭔가 되게 낭만적이다..


S. 그럼 눈 비비면서 일어난 다음에 “엄마, 이 노래 뭐예요?”라고 묻곤 했죠. 사실 알람 소리는 되게 듣기 싫잖아요? 그런데 그런 소리가 잠결에도 좋다는 건 진짜 좋다는 뜻이거든요(웃음). 그게 익숙해지다보니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혼자서 클래식 테이프를 듣는 경우도 많아졌죠.


K. 악기 같은 것도 배우셨나요?


S. 중 2때까지 친 걸로 기억하는데 10년 정도 피아노를 쳤어요.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엄청난 꿈까진 아니지만 괜히 어릴 때 ‘나 이거 될 거야’, ‘저거 될 거야’ 많이 하는 것처럼 ‘나도 피아니스트처럼 멋있게 피아노 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나? 딱히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웃음). 이후 공부 해야하니까 피아노를 그만뒀죠.


한번은 수업 때 선생님께서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라는 아리아 한 곡을 틀어주셨어요. 굉장히 유명한 아리아인데 이 곡의 작곡가가 프랑스인이라서 가사가 다 불어예요. 사실 불어가 노래하기 좋은 언어는 아니란 말이죠? 발음이 어렵다보니 이걸 그대로 부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불어를 발음하기 편하게 바꿔서 부르곤 해요. 

 

그런데 당시에 들었던 오페라는 불어 원음을 그대로 살린 아리아였어요. 충격을 받았죠. ‘프랑스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였어?’하고요. 또 이 곡은 메조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예요. 이전까지 전 소프라노만 아름답다고 생각했지 메조 소프라노에 큰 영감을 받기가 어려웠는데 이때 듣고 나서 ‘메조 소프라노 소리도 정말 아름답구나’ 생각을 했어요. 이때 받은 충격들 덕분에 ‘나중에 서울 올라가면 첫 오페라는 무조건 카르멘으로 해야지’라고 마음 먹게 됐어요.

 

 

 

 

K. 공연이나 오페라 등을 그때부터 다니기 시작하셨던 건가요?


S. 서울 와서 예술의전당에 많이 갔죠. 그때 처음 가서는 예술의전당 사진 찍기 바빴어요. 나 여기 왔다~? 이런 식으로요.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이제 사진 안 찍죠(웃음). 매달 가는 덴데요 뭐~


K. 봤어요. 예술의전당 단골이시던데요(웃음).


 

 

리뷰를 리뷰하다



K. 미화님께서는 여태까지 리뷰글을 정말 많이 작성하셨는데요, 제가 몇몇 리뷰글을 봤는데 직접 공연을 보지 않았더라도 마치 현장에 있던 것 마냥 공연실황이 눈에 보이는 것 같더라구요. 친절한 해설사가 바로 옆에서 공연을 읊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이전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글을 쓰셨나요? 


S. 제가 글 쓰는 목적을 생각해보면 기억을 위한 글쓰기인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기억의 방법에는 사진도 있고 영상도 있잖아요? 저에겐 그 기억의 방식이 글이었어요. 어찌보면 일기랑 비슷하기도 한데, 전 초등학생 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어요. 이 습관이 몸에 익다보니 자연스레 리뷰를 쓰는 것도 ‘이 공연을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까’라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사실상 아트인사이트는 저만의 아카이빙 공간이었던 셈이죠.


K. 리뷰는 어떻게 보면 오피니언이랑 느낌이 다르잖아요? 오피니언은 자유로운 글을 쓰면 되지만 리뷰는 정해진 무언가를 본 후에 써야하니까요. 형태가 정해진 글에 대한 부담은 없으셨나요?


S. 이게 습관이 안 됐을 때는 조금 힘들기도 했죠. 어떻게 풀어써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이렇게 한번 써보고, 다음엔 저렇게 한번 써보고 하는 식으로 점점 저만의 방식을 찾아나갔죠.


K. 이후 미화님만의 글쓰기 방식을 찾게 된 거고요. 아트인사이트 활동 초창기에 쓴 글과 지금 글을 비교해보면 다른 면이 보이기도 할 텐데 옛날 글을 찾아볼 때면 어떤 감정이 드세요?


S. 시간이 많이 흘렀다보니까 최근 몇년 정도의 글만 기억나고 오래된 글들은 ‘내가 이런 글을 썼나?’싶기도 해요. 그런데 저의 색과 향은 그대로 묻어있단 말이죠? 흐릿한 기억일지라도 ‘아, 이건 내 문체다’ 싶은 게 딱 드러나요. 다른 여러 글들과 섞어놓고 제 글을 찾는다면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아도 바로 딱 알 수 있어요. 초면인 것 같고 굉장히 낯선 글이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명확하게 제 글이죠. 저만의 표현과 전개 방식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으니까요.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그땐 이랬구나’라는 걸 다시금 떠올리게 돼요. 이렇듯 내 고유한 기록물을 남겨놓는다는 관점에서 아카이빙은 재밌는 일인 것 같아요.


K. 저도 사실 그런 측면에서 글을 올리긴 했어요. 물론 초창기 때 썼던 글들은 정제되지 않은 글이어서 다시 보기 싫지만요(웃음). 지금까지 많은 글을 아카이빙 하셨으니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아트인사이트 활동하면서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S. 17년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성남 TLI 아트센터에서 열렸던 공연이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 두 분의 리사이틀이었는데 거기가 멀긴 해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였고 정말 애정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었어요.


기대를 잔뜩 안고 가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는데 첫 곡 1악장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바이올린 현이 툭, 끊어진 거예요! 지금까지 현이 끊어진 걸 본 건 그 공연이 유일한데요, 이게 뚝! 하고 끊어지니까 아티스트분도 깜짝 놀라고 객석에 있는 저희들도 덩달아 놀랐어요. 흔한 일이 절대 아니거든요. 우선 어떻게든 공연은 진행 해야하니 현을 교체하기 위해 정비를 하러 잠시 들어가셨어요. 시간이 지나고 현을 교체하셔서 다시 연주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이게 끊긴 지점이 모호해서 고민이 정말 많으셨던 듯 해요. 1악장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었거든요. 결국 공연 재시작전에 저희에게 “끊겼던 지점부터 다시 할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할까요?”라고 물으셨어요.


그러자 말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처음부터요!!!”라고 소리를 치기 시작하는 거예요. 사실 저도 그 말 외치려고 했어요(웃음). 왜냐면 이 두 분은 솔리스트로도 뛰어나신데 앙상블도 정말 잘하는 분들이거든요. 바이올리니스트는 김재영님, 피아니스트는 손열음님으로 정말 유명하신 분들이세요. 이 조합으로 공연 듣는 기회도 흔치 않은데 심지어 한번 더 듣는 거잖아요! 관객들 입장에서는 진짜 개이득인거죠(웃음). 원래 공연장, 특히 클래식 공연장은 정숙한 분위기가 깔려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막~ 열광해서 처음부터 해달라고 소리치고(웃음).

 

 

손열음, 김재열, 고전적 하루 오케스트라 - 멘델스존 바이올린과 피아노 이중 협주곡 3악장

 

 

K. (웃음)좋아하는 곡을 다시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으셨겠어요. 


S. 현이 끊어지는 일도 희귀한데 그런 일이 제 눈 앞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우선 너무 신기했고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눈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K. 리뷰에 관련 얘기도 당연히 쓰셨겠군요?


S. 그럼요(웃음). 저는 그런 일 절대 빠뜨리지 않죠.


또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는데 이건 19년도예요. 비올라 독주회를 간 적 있는데 사실 이전까지는 바이올린이나 첼로 말고는 현악기 독주회를 잘 안 갔어요. 비올라 독주희를 간 것도 유명하셨던 김세준 비올리스트가 연주하는 공연이어서 한번 경험해보자는 생각에 갔는데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았어요. 유튜브로 보던 연주 이상의 황홀함이 느껴졌거든요. 영상에 담기는 건 정말 극히 일부에 불과했어요. 비올라가 이런 악기인지도 몰랐고 이분 연주가 이런지도 전혀 몰랐죠.

 

이런 좋은 충격을 그대로 글로 녹여서 줄줄 썼는데 사실 이건 리워드 개념의 글이지 독자를 상정한 글은 아니란 말이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기록의 용도로 글을 쓰니까요. 근데 어느날 대표님을 통해서 공연기획사쪽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글 정말 잘 봤다’라고요! 

 

 

[크기변환]d김세준 비올리스트.jpg

(김세준 비올리스트 공연 당시.)

 

 

K. 와.. 정말 기쁘셨겠어요. 저도 그런 적 있어요. 공연 리뷰를 적은 후였는데, 원작자님께서 우연히 그 글을 보셨나봐요. ‘어려운 공연인데 잘 해석해줘서 감사하다’, ‘다음번 공연에 초청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남겨주셨죠. 미치도록 짜릿한 순간이었습니다. 통했다는 느낌!


S. 맞아요. 리뷰의 대상으로 썼던 당사자가 글을 읽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보람찬 일이구나 싶었죠. 


K. 그 분 공연을 이후에도 본 적이 있으신가요?


S. 세준님이 외국갔다가 한국에 오시면 가급적 그분 공연을 프레스로 신청해요. 전 세준님께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도 뿌듯한데 비올라라는 악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도 감사해요. 실내악 공연 다닐때 이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비올라 소리를 이제는 잘 들을 수 있게 됐거든요.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K. 그런 일이 있다면 절대 못 잊을 것 같은데요. 프레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리뷰와 프레스는 확실히 다른 결이 있잖아요. 프레스 때 특별히 신경쓰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S. 일반적인 문화초대면 공연 당일 자유롭게 음악 감상을 해도 되는데, 프레스의 경우에는 무조건 공부하고 가요. 프리뷰를 써서 더 그렇기도 한데 누군가가 제 프레스 글을 본다면 기획자를 비롯한 관계자거나 전공자분들 일수도 있지만 이 공연에 관심있는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갈지 안 갈지는 고민 중이거나 심지어 가기로 한 상태에서 보는 거라면 “이 공연 이런 프로그램으로 진행돼요. 이런 내용이 나와요.”라는 걸 미리 전해줘서 도움을 주고 싶었죠.


프리뷰를 통해서는 그런 걸 전달하려 하고 리뷰는 음원으로 들을 땐 평범했던 연주가 실제로 들으면 가슴을 울리는 감동 포인트가 있다거나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의외의 수확을 얻기도 하는 부분들 위주로 많이 써요. 그러니까 예상했던 부분과 실제는 어떻게 다른지를 쓰는 거죠. 또 연주자의 연주 자체가 눈에 들어오는 경우는 연주자에 포커스를 맞춰서 글을 쓰기도 하고요. 


K. 공연을 미리 공부하고 가기 때문에 더 많은 부분을 캐치할 수 있고 그걸 글에 녹일 수 있겠군요?


S. 아무래도 프레스는 제가 눈여겨 봤던 공연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K. 그러다보면 개인적인 감상으로만 글을 쓰긴 어렵겠어요. 


S. 어느 정도의 정보 전달은 되어야 하니까요. 어떤 작품은 관련 정보를 구하기가 힘든 경우도 있어요. 유명한 작품의 경우는 네이버에만 쳐도 나오지만 제가 진행하는 프레스는 나름대로의 도전을 한 공연들이 꽤 많거든요? 잘 알려져있지 않고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 위주죠. 그래서 이젠 프로그램만 봐도 느낌이 딱 와요. ‘이거 정보 구하기 어렵겠는데’(웃음). 이러면 네이버? 의미 없고요, 다 구글링 해야돼요. 타고 타고 들어가서 정보 확인하고 작품을 들어보는데, 진짜 최악의 상황은 구글링 해도 아무것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이제 음악가의 일생 정도만 파악하고 가는 거죠.


K. 만일 그런 경우라면 감상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겠네요.


S. 그렇죠. 혼자 작품을 듣고 구조가 이렇네, 이런 분위기네, 파악을 하는 거죠. 구조를 봐도 큰 틀의 구조나 보는 거지, 완전 세부적인 사항은 알 수 없어요. 제가 파악할 수 있는 선까지만 집중해서 보려고 해요. 심지어 이런 작품들은 하나같이 난해해요. 프로그램북을 봐도 감상적인 분석이 아니라 형식적인 분석들이 대부분이죠.


K. 글쓰기 너무 어렵겠군요. 어떤 공연이 그러했나요?


S.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라는 피아니스트 분의 리사이틀이었는데 그 분이 연주했던 곡은 헝가리 출신의 현대 음악가 작품이었어요. 형가리 민속 리듬이 곡에 들어가는데 이 리듬은 박자를 쪼개서 거기에 수학적인 규칙성을 부여하는 식으로 진행이 된대요. 이걸 솔직히 제가 어떻게 알아요(웃음). 전 전공자도 아닌데 말이죠. 방금 내용도 프로그램북에 있던 내용이에요. 그래서 이 곡의 어떤 부분은 해설 없이는 알기 어렵다, 라는 것도 리뷰에 썼어요. 감상 위주로 써도 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작은 정보라도 전달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처음엔 가슴이 막 뛰고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냥 막 해요.

 

 

[크기변환]d일리아 라쉬코프스키.jpg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니스트 리사이틀)

 

 


어렵게 생각하지마세요. 클래식도 예술의 일종이잖아요.


 

K. 어려운 고비를 넘긴 이후에 어떻게 해야한다는 요령이 생기셨던 건가요?


S. 한번 거친 이후로는 제 방식대로 작품을 소화해보고 있어요. 사실 작품을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감상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요. 이전에는 이렇게 감상하는 게 맞나, 싶었는데 화살은 활시위를 벗어난 순간부터 더이상 쏜 사람의 것이 아니잖아요. 그 이후부터는 온전히 활이 가는 궤도 그대로를 가죠. 바람의 저항을 받든 공기의 흐름을 타든 제가 상관하기 힘든 것들이잖아요.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클래식 작곡가들은 이미 작곡을 했고 본인이 악보를 쓴 것까지는 그들의 역할이지만 그걸 어떻게 연주하는지는 오로지 연주자들의 몫이에요. 심지어 연주자의 연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온전히 관객의 몫이고요. 그러니까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지나가고 나서부터는 편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모르는 작품이고 구글링해도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프로그램북을 바탕으로 제 감상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보며 저만의 리뷰 방식을 찾게 됐어요.

 

K. 각자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클래식 리뷰글을 쓰는 것도 많이 힘들진 않을 것 같아요. 클래식 같은 경우에는 워낙 전통적인 해석법이 많다보니 정형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저도 ‘내가 감상했던 부분이 기존의 것과 많이 다르면 어떡하지?’하는 것 때문에 글 쓰는 것에 부담을 느낀 적이 있거든요. 근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연주를 받아들이는 건 오로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하면 한층 부담이 덜어질 것 같아요.


S.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쓰는 분들은 글쓰기에 욕심이 있는 분들이니만큼 잘 알고 싶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요. 관객의 몫이 있다는 걸 알아도 문득 ‘혹시나…’하는 마음이 치고 올라올 거란 말이죠. 건전한 욕심이라 생각해요.

 

다만 욕심은 한 끝 차이로 사람을 자책하게 만들잖아요. 그러다보면 도전을 머뭇거리게 되고요. 그 중심을 잘 잡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전 지금 클래식 리뷰에 관해서는 중심을 잡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얘기가 달라질 거예요. 예로 미술쪽은 제게 많이 어려운 분야죠.


한번은 아트인사이트 모임 때 미술 관련 분야로 글을 쓰시는 에디터분을 만나 뵌 적이 있어요. 제가 미술을 잘 모르다보니 그분께 “미술을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하고 여쭤봤었거든요? 근데 웃긴 게 그 분도 저에게 음악에 관해서 비슷하게 물어보고 싶었대요(웃음)! 서로가 비슷한 지점에서 궁금한 게 있었던거죠. 그분께서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음악에 대한 나름의 방식이 있지 않으시냐, 미술도 똑같다,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된다고 말해주셨어요. 제가 음악을 생각하는 것과 똑같이 미술을 생각하면 됐던 건데 모르는 분야이고 익숙하지 않으니 그게 잘 안 됐던 거죠. 


이후로 갤러리를 많이 찾아다녔어요. 잘 몰라도 다니면서 경험을 쌓아야 내 감상도 잡아가는 거니까 일단 다녀보자는 마음으로 엄청 다녔어요. 

 

 

[크기변환]d허수영, 학고재.jpg

<안젤름 키퍼전, 타데우스로팍 갤러리>

 

 

K. 저도 그런식으로 갤러리를 많이 다녔어요. 저도 미술에 대해 하나도 모르거든요? 근데 무작정 다녔어요. 작품을 보고 해석하는 게 너무 재밌었거든요. 작가의 의도와 같으면 제대로 봤다는 쾌감이, 다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신선한 충격이 느껴지는 게 정말 짜릿 하더라구요.


제 첫 클래식 리뷰였던 조재혁 리사이틀도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찾아갔어요. 근데 그때 글 쓰면서 느꼈던 게, 음원과 실황 공연은 다르잖아요. 그러다보니 최대한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해서 글을 써야하는데 아무래도 순간의 기억에 의존하는 건 한계가 있단 말이죠? 글 쓸 때 되게 막막했는데 미화님은 기억하기 위해 따로 하시는 게 있나요?


S. 예전에는 공연 중에 기록하는 방안을 생각했어요. 근데 공연장 울림이 좋아서 별거 아닌 소리도 다 울려퍼지는 터라 이건 민폐일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선택한 방법은 공연 악장별로 문장이든 감정이든 하나씩 떠오르는 걸 잡아놓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잊지 말고 꼭 기억했다가 인터미션 때 다 정리를 해요. 인터미션 15분이 긴 것 같으면서도 글 쓰면 순식간에 지나가거든요. 만약 썼는데 시간이 남는다면 더 풀어쓰고 아니면 핵심 위주로 기록해놔요. 핵심 키워드는 집에 가서도 기억나거든요. 


K. 인터미션 때 기록하셨군요.


S. 1부는 그렇게 하고 2부는 돌아가는 길에 정리해요. 안 하면 큰일나요(웃음). 무조건 해야돼요. 놓치면 절대, 절대 안 돼요. 다 날아가 버리거든요.


K. 미화님 리뷰글을 보면 현장 상황을 정말 잘 쓰시니까 분명 기억하는 창구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늘 궁금했어요. 제가 갔던 리사이틀은 조재혁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버전의 영상이 유튜브에 그대로 올라와있어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만약 없었으면 난감할 뻔 했어요.

 

유명한 곡이어도 사실 쉽사리 해결 안 되는 게, 같은 곡이어도 연주자마다 해석법이 다 달라서 사실상 다른 곡이라고 봐야겠더라고요. 공연 이후 다른 연주자의 곡을 들어버려 실황연주의 내용이 다 날아가버리는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선 공연 당시의 순간을 잘 기억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화님도 비슷한 고민을 해보셨을 것 같아요.


S. 정말 공감해요. 리사이틀 다녀오고 나서는 후기 다 쓰기 전까지 잘 안들으려고 해요. 근데 명확히 어떤 지점을 꼭 언급하고 싶을 때가 있는 데, 그럴 땐 유튜브에 들어가서 악장별로 구분되어 있는 영상을 찾아요. 그리고 그 영상을 튼 다음에 빨리빨리 넘기면서 찾고 싶은 부분을 찾아요. 이쯤되면 나오겠는데? 싶으면 듣다가 아니면 막 넘기고(웃음). 그렇게 자세한 부분을 캐치하고 그 외의 경우는 다시 듣지 않아요. 말씀해 주셨듯이 새로운 곡으로 덮이거든요.


K. 저도 추후 클래식 리뷰글 쓸 때는 인터미션 때를 잘 활용해야겠어요. 미화님은 혹시 리뷰글 외에 써보고 싶은 주제나 형식의 글이 있으세요?


S. 저는 제 글이 딱딱하고 각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뤄진 구성과 단락간의 유기적 관계를 신경쓰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글을 한번 써보고 싶어요. 바꿔보려고 하긴 했는데 잘 안 바뀌더라고요.


K. 지금은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가요, 지금의 글 스타일을 갖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가요.


S. 예전에는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긴 했던 것 같아요. 제 글쓰기가 만족스럽지 않아서요. 아트인사이트에는 유연하고 말랑말랑하다는 느낌이 드는 글들이 많잖아요. 그런 글들을 보면서 ‘이렇게 글을 써야 할 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도도 많이 했고요. 근데 시간이 지나고나서인 지금은 저만의 방식을 받아들였어요. 하나의 아이덴티티같다는 느낌으로요. 


K. 제가 미화님 글에서 좋았던 것은 굉장히 친절하다는 포인트 때문이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았다고 상세히 써주셨잖아요. 이 공연을 봤던 사람이라면 곧바로 캐치를 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미화님이 봤던 공연과 제가 봤던 공연이 겹치는 지 확인해봤지만? 아쉽게도 없더라고요. 미화님의 감상은 어땠는지 궁금했는데 말이죠. 


S. 그러니까요. 저희가 겹치는 공연이 없었어요. 


K. 제가 클래식 공연 신청을 거의 안 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네요. 클래식 공연 문화초대가 오면 종종 신청해야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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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ㅁ다. 이 네모에 들어갈 말은 뭐라 생각하세요?"

"동그라미는 아니라고 생각해."

 

 

이 질문 드리고 마무리하고 싶은데요, 클래식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이런 장면이 나와요. 세계적인 지휘자, 강건우 마에스트로에게 후일 제자가 되는 어린 아이 강건우(동명이인)가 나와 “클래식은 네모다. 이 네모에 들어갈 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져요. 그때 강건우 마에스트로는 특유의 띠꺼운(?) 표정으로 “동그라미는 아니라고 생각해.”라고 대답하죠. 강마에가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드러내는 대답임과 동시에 앞으로 벌어질 일을 함축적으로 담은 대답이었는데요, 전 이 질문을 미화님께 드리고 싶어요. 클래식은 네모다, 이 네모에 들어갈 말이 뭐라 생각하세요?


S. 저는 클래식은 '영혼의 안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뻔한 답일지도 모르겠고, 괜히 거창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최근에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새삼 제가 이원론자라는 걸,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 편이라는 걸 상기하게 돼서 그런지 영혼이란 표현을 왠지 쓰고 싶었어요.

 

음악은 비언어지만, 언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기도 해요. 그게 어떤 감정이건, 느낌이건, 문장이건 혹은 기억이건 간에 우리 영혼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무언가를 항상 전해준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음악 중에서도 클래식은 악기의 소리를 유기적이게 구성하고 또 풍성하게 만들어서 우리한테 울림을 전해주기 때문에 저에겐 참 특별하고요. 클래식이 영혼의 안식이라는 이 표현이 과언이 아니라는 걸, 이 인터뷰를 읽으시는 분들도 언젠가 반드시 경험하게 되시길 바라요.

 

*

 


 

 

클래식은 영혼의 안식, 격히 동의하는 바 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클래식을 들었고요.

 

제가 어린 시절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종종 들었던 클래식 음악들이 있습니다.

 

헨델의 오르간 협주곡과 흥겨운 대장간, 바흐의 음악의 헌정, 장 필립 라모의 가보트, 모차르트의 미제레레, 파헬벨 캐논, 비발디 라폴리아 등등.. 

 

어떨 땐 <토카타와 푸가>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를 듣기도 했어요. 격한 환희를 느끼기 위해서는 <합창>을, 형용할 수 없이 아린 감정을 느낄 때는 <사랑의 꿈>을 듣기도 하면서 클래식을 조금씩 제 삶에 끼워넣었습니다.

 

어린 시절엔 마냥 '듣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미화님 말마따나 영혼의 안식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토록 사람의 감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노래가 어디 있던가요. 언어를 통하지 않고 순수 음악만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클래식은 참 오묘한 매력을 지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클래식만큼 예술의 근본적 속성인 소통과 화합에 부합하는 음악 장르가 또 어디 있나요. 모두 함께 같은 음을 연주하고, 같은 박자를 맞추며 같은 순간을 공유하는 클래식이야말로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문화 예술의 정석 아닌가 싶습니다. 그랬기에 이토록 오래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클래식도 예술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예술 그 자체, 보고 듣고 느낀 것에 충실하면 되는 것을!

 

다음에 클래식 공연을 보러가면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클래식을 감상해봐야겠습니다. 여러 시선에 속박되지 않은 채 나의 감정 그대로 클래식을 영위하고 싶네요.

 

아참, 인터미션 때 공연을 되새김질 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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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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