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젊음은 어디까지일까

세상에서 소외된다는 두려움
글 입력 2023.02.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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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주문했다. 받는 사람이 정해진 초콜릿 여러 개와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초콜릿 몇 개. 마침 엄마가 밸런타인쯤 만날 지인이 있다니 가볍게 초콜릿을 나누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분께 이거 드리라고 했다. 약속이 끝나고 돌아온 엄마는 '딸이 준 거라고 하니 얼굴도 본 적 없는데 챙겨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그분은 자식이 없으니까 그 초콜릿이 이번 밸런타인의 첫 번째 초콜릿인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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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얘기가 많다. 의외로 나이 드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요즘 음식이나 디저트 좋아하신다고, 몰라서 그렇지 전통 다식만 좋아하는 거 아니라고. 의외로 바닐라 라떼나 마끼아또 좋아하는 중년도 많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나는 젊은 딸이다. 식단을 하는 엄마와 아빠에게 유기농이나 무가당 초콜릿을 찾아서 주문할 정도는 된다. SUGAR FREE와 말티톨을 보고 설탕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앱으로 주문해서 픽업해서 음식을 받아온다. 때론 카페에서 신메뉴를 사서 가족과 공유한다. 우리 집에서 새로운 걸 먹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


종종 인터넷에 그런 기사가 뜬다. 노년을 상대로 핸드폰 기깃값이나 요금제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계약하는 경우다. 젊은 사람들은 핸드폰 사기 전에 눈탱이를 맞지 않으려고 공부하고 가는데 처음 핸드폰이 출시되었던 시절을 경험한 중장년층은 별다른 의심 없이 대리점에 가서 단말기를 구매한다.

 

매출을 올리려고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기계를 떠넘기고 고액의 요금제로 계약하는 사람들이 있다. 핸드폰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에서 핸드폰을 남의 등 처먹는 용으로 사용한다. 그들은 사실 사기꾼이나 별만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집의 젊은 아들은 정보를 총동원해서 핸드폰이 좋은 조건과 좋은 가격으로 나올 때 흔히 말하는 성지에 찾아가서 핸드폰을 바꾼다. 원하는 타이밍, 원하는 기종은 없고 가격이 좋을 때가 핸드폰을 교체하는 시기이다. 이런 정보가 없으면 비싼 값에 옥장판 샀듯 비싼 값에 보급형 핸드폰을 사게 된다.


인터넷에서 화제인 또 다른 주제는 키오스크와 영어 남발이다. 신축 아파트는 왜 그렇게 영어를 많이 쓰는지, 키오스크는 초심자에게 왜 그렇게 불친절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따금 집에 화장품 선물이 들어오면 부모님이 어디다 쓰는지 묻는다.

 

앞면에는 큼지막하게 'Cleansing'이 들어가고 얼굴을 세안하는 데 쓰라는 설명은 뒷면에 작게 들어가 있다. '클렌징'이라고 앞면에 적혀있으면 알아볼 수 있는데 돋보기를 쓰고 뒷면을 살펴봐야 용도를 알 수 있다. 단상자 바닥에만 한국어를 적어둔 화장품도 있었다. 뒷면에 작고 빼곡하게 적힌 걸 봐야 내용을 알 수 있다니 화장품이 어느새 계약서 같아졌다.

 

*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주민센터든 문화센터든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하는지 모르게 되면 나는 많은 걸 모르는 사람이 된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보의 격차가 생긴다. 자식이 없을 예정인 나에게 누가 정보원이 되어주지 않으면 나는 세상을 모르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뒷방 늙은이가 되고 만다.


그런데 몰라서 못 하기만 하면 상관이 없지, 생활이 불편해지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된다. 가령 택시가 잘 다니지 않는 곳이나 시간대 지나다니는 택시라곤 모두 누군가가 앱으로 부른 예약 택시일 때, 내가 하던 대로 발로 찾아갔는데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탈력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것도 아니던 기차나 영화의 현장 예매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때 나는 포기를 먼저 배우지 않을까.


작년부터 버스를 탈 때마다 디지털 약자를 위한 캠페인 광고를 듣는다. 이미 키오스크가 어렵다는 지적이 한참 이어진 후에 시작된 캠페인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키오스크 앞에서 돌아섰거나 카운터 현장 결제로 방향을 전환한 다음이었다.


나의 젊음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있는 줄도 모르는 세계를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소외 앞에서 우울을 마주했을 때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은 무엇으로 달랠 수 있는 범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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