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곁에 두는 당신에게_2월의 글 [사람]

난 당신에게 궁금한 게 많아요
글 입력 2023.03.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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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친애하는 당신.

 

아마 당신은 자고 있을 겁니다.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고, 또 오늘은 우리 둘 다 꽤나 피로가 쌓였을 테니까요. 나는 왠지 잠을 들지 못하고 음악 소리만 귀에 웅웅거려서, 이걸 핑계 삼아 나의 문자로 가득한 요람을 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여름의 노래를 틀고 말이죠.

 

나와 함께 즐거운 경험을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우리의 하루들은 미술과 음악으로 가득합니다. 또한 그것들은 다양한 장소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길을 걷다가도 문득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이 기억나곤 합니다. 그래서 나는 가끔 궁금합니다. 이렇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함께 보러갈 수 있는, 나와 관심사와 취미가 이토록 잘 맞는 사람이, 나와 함께 시간을 걸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하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통계를 하니까, 수학적 분포를 계산하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죠?

 

당신은 알 지 모르겠으나, 나는 당신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마주합니다. 두려운 것이라곤 나의 미래와 귀신밖에 없었던 내가, 당신의 마음이 다칠까봐 두렵습니다. 허무한 차원의 것들을 소비하며 늘어지는 육신과 정신을 흩어져가는 구름에만 집중하던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고 내게 집중합니다. 따라서 나는 당신과 만날 때마다 굉장히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실수하고 싶지 않고, 상처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은 우리 둘은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안 맞는 것도 있고,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노력합니다. 비록 지금의 당신은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또 아직까지 내가 많이 부족하고 계속 부정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것들도 많겠지만, 나는 믿어요, 서서히 맞물려갈 것을.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나흘이 되다 보면 그것은 어느 순간 시간을 세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가 되겠지요. 그러니 당신도 믿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긍정적으로 바뀌어갈 것을요. 적어도, 내가 노력하고 있는 한에선, 그리고 그 노력은 영원할 것을.

 

나는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어느 쪽 눈부터 뜨는지, 피아노를 칠 때 어느 손부터 건반 위에 올려두는지, 내가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휘게 웃으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 너무 쓸 데 없는 질문들일까요? 아마 당신은 깊게 고민하지 않고 상황에 따른 답을 할 테지만, 나는 그런 답변도 좋습니다. 당신이 내게 이야기할 때의 짙은 눈썹과, 까만 속눈썹이 살짝 덮은 갈색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차갑게 바라보진 말아주세요. 그 서늘함은 나를 슬프고 아프게 만들어서 눈물짓게 만드니까요.

 

왜 나는 당신에게 말이 많아질까요? 마음을 주는 것에 대해 많은 상처를 받아버린 나는 이젠 더 이상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것이 허무해져버렸습니다. 그런 내가 당신과 있을 땐 세상에 우리 둘만 남은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화를 내고, 그리워하니 이것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래요, 이것도 하나의 통계를 내리면 유독 당신에게만 '말많음' 지수가 높을 것입니다. 당신에게 의지하고 마음을 주고 믿음을 가지는 일은 나에겐 행복한 일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것을 끝없이 표현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곤한 일인가요?

 

우리 둘 다 지금, 힘든 시기입니다. 맞아요, 당신 말처럼, 우리는 서로가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힘든 상태죠. 그런 상황에서 서로가 힘이 되어야지, 또 다른 머리 아픈 일이 되면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좀 더 서로에게 의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가끔 당신을 보면, 내게 기대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나는 가끔 당신을 보면, 쓸쓸해보입니다. 세상을 당신의 어깨에 가득 짊어지고 있는데, 그것을 너무나도 꼬옥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론 나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어도 좋습니다. 저는 그런 당신을 더욱이 꼬옥 안을 것이니까요.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 둘 모두 더욱 행복해질 것입니다. 과거보다 현재가 더욱 행복하듯, 현재보단 미래가 더욱 행복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함께 더욱 즐거운 추억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상상해보세요, 당신과 내가 지을 기분 좋은 웃음을요. 얼마나 더 신나는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감히 추측할 수 있나요? 그러니 당신, 나와 함께 걸어가요. 우린 평평한 아스팔트의 길도 걸을 거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도 걸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스팔트의 지독한 직선에 가끔은 지칠 때도 있을 거고 비포장도로의 향기로운 흙내음에 위로를 얻을 때도 있을 겁니다. 그 순간들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함께 해주었으면 합니다. 나는 당신이 좋으니까요. 사랑이라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의하는 것이 무의미한 가치이기에 이렇게나마 표현해봅니다.

 

그러니, 당신, 내일 봐요. 당신의 진심 어린 조언에 비해 나의 이 문장들은 너무나도 감성적이고 말로만 하는 위로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당신, 알고 있을 겁니다. 나는 정말로, 진심을 다해 노력하고 변화한다는 것이, 나의 커다란 장점이라는 것을. 따라서 행동으로 내가 당신을 정말로, 껴안을 수 있도록, 우리, 내일 봐요. 안녕.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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