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이클 케냐, 철학자의 나무II [전시]

철학자의 나무, 인간 인식에 대해
글 입력 2023.02.16 00:0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2023.02.25까지 공근혜갤러리에서 마이클 케냐 50주년 기념 사진전 <철학자의 나무II>를 개최한다. 공근혜갤러리는 청와대 바로 옆에있는 전시공간이며 2011년부터 주기적으로 마이클 케냐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마이클 케냐는 1953년 영국에서 태어난 흑백 풍경 사진작가이다. 가장 많은 사진집을 판매한 사진작가이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삼척의 솔섬을 찍은 사진가로 유명하다.

 

보통 우리가 찍는  사진은 현실을 반영하고 순간을 포착한다. 기록을 위한 보도 사진, 캔디드 포토, 예술 사진이 그러하다.

 

하지만 마이클 케냐의 사진은 이러한 사진의 본래적 가치에 충실한 사진과는 달리 현실의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했다. 마이클 케냐는 풍경을 담았으며 흑백이고 장노출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한다.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려내고 표현한다. 그의 사진은 정말 빛으로 그리는 '그림'에 가깝다.

 

그의 사진을 처음 보면 굉장히 미니멀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프레임 안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강한 대비와 여백으로 피사체에 집중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색도 제거된 흑백사진이다. 나무의 초록색과 바다의 파란색 햇빛의 붉은색이 모두 제거된 체 흰색과 검정색의 대비만을 볼 수 있다. 나아가 장노출은 구름이나 파도결과 같은 작은 요소들마저 지워버린다.

 

결국 사진은 아주 축소되고 현실 대부분의 요소가 제거된 형태로 재구성된다. 사진을 그림과 구분짓는 핵심 요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는 다는 점인데, 마이클 케냐는 그 현실적 요소를 대부분 제거했다.

 

이렇게 현실과는 달리 최소한의 형태만을 나타내는 사진을 보며 인간이 갖는 선험적 인식의 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본다'라는 행위는 사진가에게 특별하다. 사진가에게 '본다'는 행위는 함축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보는 것과 사진을 찍는 것은 아주 비슷하다. 사진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여 촬상면에 기록한 결과물이다. 눈으로 사물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현실을 반영한 표상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정말 사진과 보는 행위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일까? 얼핏 당연하게 여기지만 우리는 확신할 수 없다. 마이클 케냐의 사진이 그러한 것처럼 보는 행위 또한 어쩌면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특정 기준에 따라 우리의 머릿속에 그려지는것일지도 모른다.

 

마이클 케냐의 솔섬 사진은 현실의 요소가 제거되어 있다. 색깔이나 질감과 같은 모든 감각적인 요소들이 제거되며 그곳에 남는 것은 '그것 자체'이다. 우리는 그것 자체를 공간으로써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비롯하는 모든 감각 요소를 제거한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존재하는 공간은 남아있다. 공간은 그 사물이 가진 특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철학자의 나무II> 전시에서 마이클 케냐의 사진은 얼핏 봤을 때 전통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풍경 사진이다. 현실을 반영한 사진이면서도 대부분의 감각 요소를 제거해 인간 인식의 근원에 대해 생각할만한 단초를 제공한다.

 

그가 표현한 나무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철학적 사색을 유발하기도 했으며 칸트의 공간에 대한 초월적 감성학을 시각적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김윤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